주간동아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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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입’… 敵 많이 만든 문용린 장관

기여입학, 영어 원어 수업, 과외대책 등 ‘일파만파’…교육부총리 ‘가물가물’

  • 입력2005-11-07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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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가는 ‘입’… 敵 많이 만든 문용린 장관
    “교수시절의 많은 장점들이 장관부임 후 오히려 단점이 돼버린 것만 같아 안타깝다.”

    한 교육부 관료가 문용린교육부장관을 가리켜 한 말이다. 그의 이 말에서 최근 연타석으로 여론의 매를 맞고 있는 문장관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나왔다. 이미 청와대쪽에서는 개혁성향이 약하고 문제점이 드러난 몇 개 부처 장관을 바꿀 계획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 나오고 있어 이것도 남의 얘기 같지 않게 들린다는 게 그의 걱정이다.

    올 1월13일 박태준 내각 출범과 함께 김덕중장관의 바통을 건네받은 문장관은, 김대중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초대 교육부총리의 꿈을 안고 입각했다. 그러나 부임 5개월도 안돼 위기에 몰린 분위기다.

    원래 문장관은 부드러운 동안(童顔)에 경쾌한 웃음, 센스있는 옷차림의 멋쟁이로 통한다. 또 사람 만나기를 좋아해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누구와도 거침없이 대화하는 적극성과 소탈함은 관료출신 장관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장점이다.

    여기에 86년 문교부 시절 교육과정심의위원을 시작으로, 94년 대통령자문21세기위원회 위원, 96년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을 두루 거치면서 교육정책에 관한 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파악하고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꼽혔다. 실제 국민의 정부가 정권 인수와 함께 계승한 문민정부 교육개혁안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김대중대통령은 정권인수위 시절 교육분야 자문을 맡은 문교수의 스마트함에 매료돼 늘 교육부 장관 감으로 염두에 두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훈수와 실제는 정말 다른 것인가. 문장관의 경우 교육부 밖에서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정책을 입안하던 것과 교육부 안에 들어와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그만큼 차이가 있다는 얘기가 많다.

    입각한 지 보름만에 열린 교육부 출입기자와의 간담회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문장관은 “대학 자율화 차원에서 기여입학이나 정원조정 문제를 대학에 일임하겠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간담회가 끝난 뒤 30분도 안돼 ‘학자적 소신’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오락가락 장관’ ‘장관의 작심 30분’ ‘조마조마한 장관의 발언’ 등 문장관의 설익은 발언에 비난이 쏟아졌다.

    그 사이 장관 부임 직후(1월20일) 학교 현장시찰을 위해 방문했던 D정보산업고등학교에서의 일이 문제가 됐다. 당시 D학교는 학생간의 폭행사건으로 학부모가 교사들의 월급을 가압류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교사들의 딱한 사연을 들은 문장관이 “교육청 예비비로 지원하라”고 지시했으나 교육청은 “법규정도 모르는 지시”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후로도 TV대담에서 전임 장관들의 교육개혁을 ‘실패작’이라고 해 전임자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었고, 국무회의에서 “대학총장 직선제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한 것이 교수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에게 서면보고한 ‘2000년도 주요 업무계획’ 중에서 ‘준비 안된 영어 원어수업’이 또 문제가 됐다. 2월 내내 교육부는 문장관의 너무 앞서가는 발언을 수습하기에 바빴다. 3월은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됐지만, 4월은 문장관에게 잔인한 달이 되고 말았다.

    4월27일 헌법재판소가 “과외금지는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교육부는 허둥대기 시작했다. 곧바로 3, 4개월 안에 과외교사 신고제와 고액 과외 규제 등 대체 입법을 만들겠다고 서둘러 발표했지만, 28일 열린 연두 업무보고에서 과외 대책을 빠뜨려 김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30일에는 TV에 출연해 “저소득층 자녀에게 교습비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 일파만파(一波萬波)가 됐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초점이 된 것은 문장관의 ‘입’이었다. 실무자와의 조율없이 즉흥적으로 한 말들이 부메랑이 돼 문장관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가 과연 장관 개인의 잘못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임 김덕중장관이 물러나고 문장관이 부임하면서 두가지 얘기가 나왔다. 하나는 16대 국회가 열리고 정부조직개편이 본격화될 6~7월께까지 ‘한시적 장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고 또 하나는 그가 교육부총리까지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부임 이후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면서 전자쪽에 무게를 두는 얘기가 한층 많아졌다. 이 때문에 문장관은 점점 레임덕 현상에 시달리는 것 같은 분위기다. 실제로 문장관은 교육부 내부는 물론 정계, 학계 어느 쪽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적’(敵)을 많이 만들었다고 교육부 관료들이나 상당수의 교수들은 지적하고 있다.

    교수 시절 교육부 프로젝트를 맡으며 깊은 인연을 맺어왔고 누구보다 교육부 관료들을 잘 아는 처지였지만, 장관이 된 뒤에는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됐다. 프로젝트를 주고받던 교수와 관료의 관계가 장관으로서 ‘귄위’를 세울 수 없게 만들었고, 노련한 관료들 텃세에 실권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평도 듣는다. 업무 파악은 어느 장관보다 빨랐지만 행정경험이나 정치적 후광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해찬 전장관과 같은 ‘추진력’을 가질 수 없었다. 교육부 터줏대감인 김상권차관이나 정계에도 발이 넓기로 유명한 이기우 기획관리실장과는 업무에서 손발이 맞지 않기로 소문이 났다.

    그래서 문장관의 ‘입’을 탓하기 전에 장관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관료들부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정타를 맞은 대통령 업무 보고 이후 문장관은 사실상 교육부 내에서 팽개쳐진 상태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문장관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학계의 시선도 호의적이지 않다. 모교인 서울대에서조차 말 많던 ‘서울대개혁안’의 초기 입안자로 눈총을 받아왔고, 학문적 업적이나 나이가 주는 중량감 등에서 교수사회의 존경을 끌어내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또 이해찬 전장관이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 부임하면서 여당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졌다. 교육부 업무보고 때 김대통령은 배석한 이의장에게 의견을 물어 문장관에 대한 불신을 간접적으로 드러냈고, 문장관의 ‘과외비’지원 발언에 대해서는 이의장이 직접 비난하고 나섬에 따라 당과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지금까지 문장관은 김대중대통령의 신년사에 따라 ‘교육부총리제와 인적자원개발정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한 인적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의 정책을 조정할 기구가 필요하며, 교육부를 인적자원개발부로 하고 교육부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온 ‘과외 합법화’가 문장관의 발목을 잡았다. 또 문장관의 본심과는 관계 없이 인적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하면 역설할수록 염불보다는 ‘잿밥’(부총리)에 마음이 있다는 눈총과 견제를 동시에 받게 됐다.

    문장관의 딜레마는 곧 교육부의 딜레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잦은 장관 교체에 고개를 젓는 교육부에서 이번만큼은 김대통령과 여당이 문장관에게 힘을 실어주어 인적자원개발을 마무리짓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까지 백지 상태에서 인적자원개발이라는 밑그림을 그려온 문장관이 여기서 좌절한다면 교육부 조직 개편은 또다시 물건너간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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