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총학생회-대학원 총학생회는 지난 4월20일 “재단측이 교수는 물론 강사와 교직원 노조 등에 대해서도 사찰을 해왔다”고 주장하며 40여종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는 A4 용지 한장으로 된 ‘심윤종총장 선임 관련 동향보고’라는 문서가 있었다. 작성시기는 99년 2월10일. 총장 선임과 관련한 교수-교직원들의 의견이 차례로 서술돼 있는 이 문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국가정보원(약칭 국정원)측 의견’이 들어 있었다는 점이다.
‘국정원측 의견’에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임(개인의 인물평과 학내의 평판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으나 결과는 의외임)”이라고 돼있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의 인물평과 학내의 평판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라는 부분이다. 즉각 “재단측이 국정원측으로부터 존안자료를 제공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총학생회측은 이를 기정사실화하듯 “국정원측이 총장 선거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재단측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단 법인사무국 송직현상근이사는 “법인사무국에서 작성한 것은 아니고 모 교수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송이사는 “모 교수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는 또 “국정원 자료가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존재여부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집요하게 추적했으나 결국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성대 주변에서는 “내용으로 보아 국정원측 보고서가 실제로 재단측에 건네졌을 것”이라는 관측과 “국정원 관계자가 말한 내용을 누군가 정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정원측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자 자체조사를 벌였다. 국정원 한 관계자는 “재단측에 총장과 관련한 일체의 인물평가를 제공한 적이 없다. 재단측이 어떻게 얘기했는지 몰라도 확인해 본 결과 전혀 관련없는 사안으로 밝혀졌다. 우리와 관련이 없는데 우리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과연 ‘국정원 보고서의 외부유출’은 가능한 것일까.
국가정보원직원법 5장 17조는 직원들의 ‘비밀엄수’를 규정해 놓았다. 1항은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 있어서도 직무상 지득(知得)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된다”고 돼있다. 3항에는 “국가정보원의 직무와 관련한 부분을 발간 등의 방법으로 공표할 때는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를 어겼을 경우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징계위에 회부돼 징계를 받도록 돼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종찬 전원장처럼 국정원 문서를 들고 나오지 않는 한 현직에 있는 사람이 문서를 유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권을 꿈꾸던 이 전원장은 유력한 경쟁자로 예상되는 인사들과 관련한 일부 자료를 갖고 나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 유출과 관련, 98년 중순 정치권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당시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평소 친하게 지냈던 모의원으로부터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그가 다짜고짜 “내가 당신에게 잘 해줬는데 나에 대해 이런 좋지 않은 보고서를 쓸 수 있느냐”며 서운함을 토로했던 것. 이 관계자는 자신이 보고한 내용이 당사자에게 흘러들어간 것을 알고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렀다고 한다. “이래 가지고서야 일선에서 어떻게 객관적인 보고서를 쓸 수 있느냐”며 무척 곤혹스러워 했다는 것. 그는 이런 일을 겪고 난 뒤 보고서를 작성할 때 상당히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국정원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옆으로 샐 수가 없는 것이 기본구조다. 그러나 실제로는 음성적으로 도는 경우가 있다. 나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러나 확인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들 누구도 국정원 보고서를 보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정치권 한 인사는 “주로 정국을 움직이는 핵심인사들 일부가 직-간접으로 국정원 보고서를 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주목되는 또다른 사안은 ‘주먹세계’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 인사는 “일부 국정원 퇴직 직원들이 우리와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인맥을 활용한 그들의 정보수집 능력은 상당하다. 돈만 주면 정보를 잘 빼온다”고 말했다. 이 인사의 말대로라면 국민의 정부 들어 퇴직한 직원 중 일부가 ‘주먹세계’에 정보를 공급해 주고 있다는 말이 된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원 한 관계자는 “현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보유출 때문에 내부적으로 조사나 징계를 한 경우가 몇건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임동원원장의 스타일은 맡은 바 일에 충실하며 현상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니 조직이 안정돼 있다. 정보유출 등이 일어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조직을 흔들 수도 있다. 전직 청와대 한 인사는 “97년 대선을 앞뒀을 때 국정원(당시 안기부) 보고서가 증권가에 떠돌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문제삼으려 했지만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그냥 덮었다”고 전했다. 정치권 움직임이나 이권에 흔들리지 않는 직원들의 도덕적 무장만이 정보유출을 막을 수 있다.
‘국정원측 의견’에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임(개인의 인물평과 학내의 평판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으나 결과는 의외임)”이라고 돼있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의 인물평과 학내의 평판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라는 부분이다. 즉각 “재단측이 국정원측으로부터 존안자료를 제공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총학생회측은 이를 기정사실화하듯 “국정원측이 총장 선거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재단측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단 법인사무국 송직현상근이사는 “법인사무국에서 작성한 것은 아니고 모 교수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송이사는 “모 교수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는 또 “국정원 자료가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존재여부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집요하게 추적했으나 결국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성대 주변에서는 “내용으로 보아 국정원측 보고서가 실제로 재단측에 건네졌을 것”이라는 관측과 “국정원 관계자가 말한 내용을 누군가 정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정원측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자 자체조사를 벌였다. 국정원 한 관계자는 “재단측에 총장과 관련한 일체의 인물평가를 제공한 적이 없다. 재단측이 어떻게 얘기했는지 몰라도 확인해 본 결과 전혀 관련없는 사안으로 밝혀졌다. 우리와 관련이 없는데 우리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과연 ‘국정원 보고서의 외부유출’은 가능한 것일까.
국가정보원직원법 5장 17조는 직원들의 ‘비밀엄수’를 규정해 놓았다. 1항은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 있어서도 직무상 지득(知得)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된다”고 돼있다. 3항에는 “국가정보원의 직무와 관련한 부분을 발간 등의 방법으로 공표할 때는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를 어겼을 경우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징계위에 회부돼 징계를 받도록 돼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종찬 전원장처럼 국정원 문서를 들고 나오지 않는 한 현직에 있는 사람이 문서를 유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권을 꿈꾸던 이 전원장은 유력한 경쟁자로 예상되는 인사들과 관련한 일부 자료를 갖고 나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 유출과 관련, 98년 중순 정치권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당시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평소 친하게 지냈던 모의원으로부터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그가 다짜고짜 “내가 당신에게 잘 해줬는데 나에 대해 이런 좋지 않은 보고서를 쓸 수 있느냐”며 서운함을 토로했던 것. 이 관계자는 자신이 보고한 내용이 당사자에게 흘러들어간 것을 알고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렀다고 한다. “이래 가지고서야 일선에서 어떻게 객관적인 보고서를 쓸 수 있느냐”며 무척 곤혹스러워 했다는 것. 그는 이런 일을 겪고 난 뒤 보고서를 작성할 때 상당히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국정원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옆으로 샐 수가 없는 것이 기본구조다. 그러나 실제로는 음성적으로 도는 경우가 있다. 나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러나 확인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들 누구도 국정원 보고서를 보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정치권 한 인사는 “주로 정국을 움직이는 핵심인사들 일부가 직-간접으로 국정원 보고서를 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주목되는 또다른 사안은 ‘주먹세계’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 인사는 “일부 국정원 퇴직 직원들이 우리와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인맥을 활용한 그들의 정보수집 능력은 상당하다. 돈만 주면 정보를 잘 빼온다”고 말했다. 이 인사의 말대로라면 국민의 정부 들어 퇴직한 직원 중 일부가 ‘주먹세계’에 정보를 공급해 주고 있다는 말이 된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원 한 관계자는 “현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보유출 때문에 내부적으로 조사나 징계를 한 경우가 몇건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임동원원장의 스타일은 맡은 바 일에 충실하며 현상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니 조직이 안정돼 있다. 정보유출 등이 일어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조직을 흔들 수도 있다. 전직 청와대 한 인사는 “97년 대선을 앞뒀을 때 국정원(당시 안기부) 보고서가 증권가에 떠돌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문제삼으려 했지만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그냥 덮었다”고 전했다. 정치권 움직임이나 이권에 흔들리지 않는 직원들의 도덕적 무장만이 정보유출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