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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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 아기도 보육원 입시 준비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시설 갖춘 공립은 대학입시 보다 더 어려워

  • 입력2005-10-17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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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뱃속 아기도 보육원 입시 준비
    일본의 유명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입시경쟁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젖먹이가 학원에 다니며 유치원 입시를 준비한다는 것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보육원 입원(入園) 경쟁 또한 유치원 입시 못지 않게 치열하다. 심지어 아이를 낳기도 전에 보육원 입원 준비를 시작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시사주간지 ‘아에라’(4월10일자)는 맞벌이 부부들의 보육원 입원 경쟁을 다루면서, 요코하마시에 거주하는 후쿠다 사키에씨(32)의 눈물겨운 보육원 넣기 전략을 소개했다.

    먼저 임신 중에 희망 보육원과 해당 관청 담당자를 찾아가 아이를 받아줄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다. 이것은 담당자에게 아이를 보육원에 넣고 싶다는 강력한 희망을 전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다음 단계로 남편이 미리 남녀 두 가지 이름을 준비해뒀다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를 한 뒤 곧장 희망보육원이 있는 관청으로 달려가 입원 신청을 한다. 이렇게 정성과 눈물로 담당자를 감동시키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10년 동안 유학생활을 한 신정화씨는 “‘학생 신분으로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A4용지 두장 가득히 써서 제출한 뒤 아들을 보육원에 맡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국의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 해당하는 일본의 보육원은 출생 6개월부터 취학 전까지 아동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맞벌이 부부이거나 편부-편모의 자녀에게만 입원 자격이 주어지며, 크게 국가가 운영하는 공립보육원과 사립보육원으로 나뉜다. 문제는 자격을 갖춘 보육교사와 교육 프로그램, 좋은 시설, 저렴한 비용 때문에 일본의 젊은 부부들이 모두 공립보육원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98년 4월부터 시행된 개정 아동복지법에 따라 보호자가 보육원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인기 지역의 보육원은 더욱 들어가기 힘들게 됐다. 그래서 도쿄 세타가야구처럼 아예 부모의 형편을 점수로 매겨 총점이 높은 순서대로 아이를 받아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매일 풀타임 근무를 하는 맞벌이 부부는 50점, 주 3일 이상 25시간 근무하면 30점, 병으로 1개월 이상 입원하면 50점, 통원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면 20점, 구직활동을 위해 외출이 필요한 경우 10점, 배우자가 사망했거나 이혼했을 경우 50점이다.

    나오코씨(30)는 첫딸을 보육원 한살반에 넣기 위해 각종 서류를 철저히 준비해 성공한 케이스다. 예를 들어 나오코씨가 준비한 서류 중에는 아이를 보육원에 넣어야만 하는 이유(회사에서 작성해줌), 부부가 하고 있는 일,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정부의 협조요청, 시댁과 친정 부모님의 편지(손녀를 길러주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또 최종적으로 담당자 6명이 회의를 통해 입원아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고, 서류의 복사본을 6개 준비하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일본사회에서는 자녀교육에 대해 여전히 ‘3세 신화’(적어도 3세까지는 어머니가 키워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일본의 유치원은 만 3세부터 입학이 허용된다)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긴 불황의 터널을 거치면서 일본 주부들은 남편에게만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 휩싸였다. 실제 많은 주부들이 일을 시작했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결혼 전부터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새로운 고민은 자녀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3세 신화’에 길들여진 일본사회가 미처 ‘일하는 엄마’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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