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권의 여행기와 한 권의 명상록이 있다. 아니 한 권의 여행기와 두 권의 명상록이 있다. 그것도 아닌 듯싶다. 세 권의 여행기이자 명상록이 있다.
신정일의 ‘나를 찾아가는 하루 산행’, 전재성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그리고 헤세의 ‘나무들’은 이처럼 두 가지 얼굴을 한 에세이들이다.
먼저 가장 기행문 꼴을 갖추고 있는 ‘…하루 산행’을 보자. 갈 만한 산은 다 가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산책하듯 가볍게 산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 덧붙여 산자락 아래 절이나 주변 문화유산들도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의 구미에 딱 맞는 책이다. 전북 완주에 있는 불명산 시루봉을 시작으로 하루 안에 산행을 마칠 수 있는 23개 산과 주변 유적지가 소개돼 있다. 글 말미마다 산행 길잡이와 교통편, 숙박시설 정보도 담았다.
그러나 황토현문화연구소 소장으로 각종 문화답사 프로그램 강사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가 정작 전하고 싶은 말은 이런 단순한 여행정보가 아니다.
“수많은 산행을 통해 체득한 것은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산에 오를 수 없고, 그 산행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슬픔, 또는 기쁨 역시 그 누구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올라야 할 산들이 너무 많고 내 발길을 기다리는 조국의 아름다운 산천이 많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스스로 산에 오르는 고통과 기쁨을 만끽하라고 조언한다.
‘그물에…’는 우리에게 거지성자로 널리 알려진 독일인 페터 노이야르의 한국 방문기다. 부제도 ‘페터와 함께 참나를 찾아가는 명상여행’이라고 붙여 있다. 그러나 페터씨가 직접 쓴 것은 아니고, 여행에 동반한 전재성씨(‘거지성자’의 저자)가 그의 일거수일투족과 가르침을 기록했다.
페터씨는 누더기 가사에 맨발로 슬리퍼만 끌고 한국에 왔다. 7주 동안 머무르면서 송광사, 실상사를 거쳐 지리산 일대를 여행하고 섬진강과 동강을 따라 걷고, 경포대와 정동진 바닷가를 찾았다. 그리고 큰스님부터 농부와 시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송광사 보성 큰스님이 승단에 들어와 수행을 해보라고 은근히 권하자 페터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훌륭한 도반(道伴)이 있으면 함께 가되, 그렇지 않으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하셨습니다.”
새가 제 날개의 무게로만 날 듯이 아무 것도 소유하지 말라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만큼 실천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거지성자가 한국에서 본 것과 남기고 가는 것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시야의 좁음을 한탄하는 것이지만 실제 사람들은 나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다. 4월 중순 보기 좋게 자란 너도밤나무가 어린 싹을 틔우며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나이테의 바르고 일그러진 모양새에서 싸움과 고뇌, 행운과 번영의 역사를 읽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헤세의 ‘나무들’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헤세는 “나무는 성소(聖所)다. 나무와 얘기하고 그 말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진리를 배운다”고 말한다. 이 에세이집은 헤세가 쓴 나무에 대한 산문과 시를 모아놓은 것이다. 이 책에는 그림처럼 산뜻한 임메 테헨틴의 나무 사진 38점도 수록돼 있다. 이 세 권 모두 홀로 떠나는 여행에 길동무 대신 권하고 싶은 책들이다.
‘나를 찾아가는 하루 산행’/ 신정일 지음/ 푸른숲/ 328쪽/ 9000원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전재성 지음/ 선재/ 207쪽/ 7500원
‘나무들’/ 헤세 지음/ 송지연 옮김/ 민음사/ 156쪽/ 7500원
신정일의 ‘나를 찾아가는 하루 산행’, 전재성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그리고 헤세의 ‘나무들’은 이처럼 두 가지 얼굴을 한 에세이들이다.
먼저 가장 기행문 꼴을 갖추고 있는 ‘…하루 산행’을 보자. 갈 만한 산은 다 가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산책하듯 가볍게 산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 덧붙여 산자락 아래 절이나 주변 문화유산들도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의 구미에 딱 맞는 책이다. 전북 완주에 있는 불명산 시루봉을 시작으로 하루 안에 산행을 마칠 수 있는 23개 산과 주변 유적지가 소개돼 있다. 글 말미마다 산행 길잡이와 교통편, 숙박시설 정보도 담았다.
그러나 황토현문화연구소 소장으로 각종 문화답사 프로그램 강사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가 정작 전하고 싶은 말은 이런 단순한 여행정보가 아니다.
“수많은 산행을 통해 체득한 것은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산에 오를 수 없고, 그 산행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슬픔, 또는 기쁨 역시 그 누구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올라야 할 산들이 너무 많고 내 발길을 기다리는 조국의 아름다운 산천이 많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스스로 산에 오르는 고통과 기쁨을 만끽하라고 조언한다.
‘그물에…’는 우리에게 거지성자로 널리 알려진 독일인 페터 노이야르의 한국 방문기다. 부제도 ‘페터와 함께 참나를 찾아가는 명상여행’이라고 붙여 있다. 그러나 페터씨가 직접 쓴 것은 아니고, 여행에 동반한 전재성씨(‘거지성자’의 저자)가 그의 일거수일투족과 가르침을 기록했다.
페터씨는 누더기 가사에 맨발로 슬리퍼만 끌고 한국에 왔다. 7주 동안 머무르면서 송광사, 실상사를 거쳐 지리산 일대를 여행하고 섬진강과 동강을 따라 걷고, 경포대와 정동진 바닷가를 찾았다. 그리고 큰스님부터 농부와 시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송광사 보성 큰스님이 승단에 들어와 수행을 해보라고 은근히 권하자 페터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훌륭한 도반(道伴)이 있으면 함께 가되, 그렇지 않으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하셨습니다.”
새가 제 날개의 무게로만 날 듯이 아무 것도 소유하지 말라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만큼 실천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거지성자가 한국에서 본 것과 남기고 가는 것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시야의 좁음을 한탄하는 것이지만 실제 사람들은 나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다. 4월 중순 보기 좋게 자란 너도밤나무가 어린 싹을 틔우며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나이테의 바르고 일그러진 모양새에서 싸움과 고뇌, 행운과 번영의 역사를 읽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헤세의 ‘나무들’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헤세는 “나무는 성소(聖所)다. 나무와 얘기하고 그 말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진리를 배운다”고 말한다. 이 에세이집은 헤세가 쓴 나무에 대한 산문과 시를 모아놓은 것이다. 이 책에는 그림처럼 산뜻한 임메 테헨틴의 나무 사진 38점도 수록돼 있다. 이 세 권 모두 홀로 떠나는 여행에 길동무 대신 권하고 싶은 책들이다.
‘나를 찾아가는 하루 산행’/ 신정일 지음/ 푸른숲/ 328쪽/ 9000원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전재성 지음/ 선재/ 207쪽/ 7500원
‘나무들’/ 헤세 지음/ 송지연 옮김/ 민음사/ 156쪽/ 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