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의 ‘영원한 앙숙’. 연합철강을 계열사로 거느린 동국제강그룹 장상태회장(73)과 연합철강 전 사주이자 2대 주주인 권철현 중후산업회장(76)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두 사람은 같은 부산 출신으로 한때 호형호제할 정도의 막역한 사이였으나 이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가 되고 말았다.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운명의 장난인가. 그런 두 사람에게 3월8일은 서로 희비가 엇갈린 날이었다. 한쪽은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 및 통보를 당한 반면 다른 한쪽은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철강사업 재기의 꿈을 이루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3월8일 동국제강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 결과 이 회사 장세주사장이 무상증자라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2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가 있다고 인정, 장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장사장의 부친 장상태회장도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 위반으로 검찰에 통보했다.
반면 권철현회장에게 이날은 행운의 여신이 함께한 날이었다. 한보철강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은 이날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과 한보철강 자산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매각 대금은 4억8000만달러로 3, 4개월 뒤 전액 현금으로 입금된다.
네이버스 컨소시엄은 권회장의 아들 권호성 중후산업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권사장은 미국 예일대 출신으로 월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네이버스 컨소시엄 3개사 중 하나인 UNX캐피털 사장이기도 하다. 중후산업은 부동산 및 예식장 임대업을 하고 있다.
구원(舊怨) 관계인 권철현회장의 권토중래(捲土重來)가 세인의 관심을 끌던 날 오너의 검찰 고발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탓일까. 동국제강은 금감원 발표에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장상태회장마저 와병중인 상황에 금감원이 막다른 골목으로 몬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동국제강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동국제강이 경남 기업이기 때문에 야당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동국제강을 친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정말 한 건 하려고 했다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고작 2억원 정도의 부당이득을 얻기 위해 그런 무모한 짓을 했겠느냐”고 덧붙였다. 동국제강 홍보실도 이날 언론에 배포한 ‘해명서’를 통해 금감원 발표를 반박했다. 동국제강은 이 해명서에서 “금감원은 장세주사장이 친구 김종원씨 명의의 차명계좌를 사용했다고 발표했으나 김씨 본인은 금감원에서 본인 계좌라고 진술했을 뿐 아니라 김씨는 친구 사이도 아니고 알고 지내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부당 내부거래 혐의가 있어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한 것” 이라며 동국제강의 반발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장사장은 자사의 무상증자 실시라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증자발표일 전인 98년 11월25, 26일 친구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 3만4700주를 주당 6150원에 매입, 99년 7월초 7500원에 처분함으로써 2억769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
동국제강측은 또 네이버스 컨소시엄의 한보철강 인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98년 동국제강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2조원에 한보철강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했을 때 주채권은행들이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라고 반대해 무산됐는데 이번에 네이버스 컨소시엄에 고작 4억8000만달러에 매각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며 “언론이 이 점을 분명히 짚고넘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태수 전한보철강회장이 금융권에서 차입한 부채 4조5000억원에 이자와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한보철강 부도로 8조원 정도가 공중에 날아간 셈이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됐는데도 헐값 매각문제를 제기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 관계자는 “당시 동국은 인수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덤벼들었다”면서 “동국측이 헐값 매각을 문제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동국제강과 함께 컨소시엄을 형성했던 포스코 관계자도 동국의 헐값 매각 시비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98년말 외국 금융기관이 제일은행을 1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했을 때 팔았더라면 그 이후 제일은행에 투입된 1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은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한보철강을 어떻게 살리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2조원에 한보철강을 매입했더라면 두 회사에 큰 짐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후산업측은 그동안 동국제강측의 방해공작으로 한보철강 인수가 늦어졌다고 역공을 폈다. 중후산업 관계자는 “그동안 동국제강측이 연합철강 노조를 사주해 ‘연철 증자에 먼저 참여한 뒤 한보철강 인수에 나서라’면서 한보철강 인수 업무를 방해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9일에는 권철현회장이 20년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동국제강측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 권회장은 “한보철강은 누구를 막론하고 돈을 많이 내면 인수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동국은 자신들이 인수할 자금이 없으니까 인수에 나서지 못하고 네이버스측 인수작업에 재를 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합철강 노조원들이 네이버스 컨소시엄의 경영 파트너인 네덜란드 후고벤스 등에 중후산업을 비난하는 영문서류를 보냈다”며 “여기에는 한국 상황이 안좋으니 들어오면 손해볼 것”이라고 쓰여 있다면서 서류를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이어 “부실경영의 장본인인 동국제강이 연철을 경영하는 한 절대 증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권회장의 연철 증자 반대 결의는 올 3월7일 주총에서도 확인됐다. 연철 주식 38%를 보유하고 있는 권회장측의 반대로 16년째 동국제강측의 증자 시도가 무산된 것. 연철의 증자 결의는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권회장이 연철 증자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자신이 설립한 연합철강 경영권 회복이 영원히 불가능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철강업계의 분석. 증자가 이뤄지면 권씨측의 지분율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향후 경영권 회복을 위한 주식 취득시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게 된다.
62년 권철현회장이 창업한 연합철강은 74년 국내 기업 최초로 ‘수출 1억달러 탑’을 수상할 정도의 ‘알짜기업’이었다. 그러나 연합철강 경영권은 77년 국제그룹으로, 다시 85년엔 동국제강으로 바뀌었고, 이런 과정에서 권회장은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몇 차례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무위로 끝났다. 이로 인해 한때 막역한 사이였던 권철현회장과 장상태회장 사이에 틈이 생겼고, 연합철강 경영을 둘러싸고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한보철강 인수로 철강업에 다시 뛰어든 권철현회장. 권회장측은 이 여세를 몰아 연합철강 경영권도 되찾아 국내 최대의 철강업자가 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에서는 우선 한보철강 정상화를 통해 오래 전 철강업에서 떠난 그의 경영능력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운명의 장난인가. 그런 두 사람에게 3월8일은 서로 희비가 엇갈린 날이었다. 한쪽은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 및 통보를 당한 반면 다른 한쪽은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철강사업 재기의 꿈을 이루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3월8일 동국제강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 결과 이 회사 장세주사장이 무상증자라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2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가 있다고 인정, 장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장사장의 부친 장상태회장도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 위반으로 검찰에 통보했다.
반면 권철현회장에게 이날은 행운의 여신이 함께한 날이었다. 한보철강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은 이날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과 한보철강 자산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매각 대금은 4억8000만달러로 3, 4개월 뒤 전액 현금으로 입금된다.
네이버스 컨소시엄은 권회장의 아들 권호성 중후산업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권사장은 미국 예일대 출신으로 월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네이버스 컨소시엄 3개사 중 하나인 UNX캐피털 사장이기도 하다. 중후산업은 부동산 및 예식장 임대업을 하고 있다.
구원(舊怨) 관계인 권철현회장의 권토중래(捲土重來)가 세인의 관심을 끌던 날 오너의 검찰 고발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탓일까. 동국제강은 금감원 발표에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장상태회장마저 와병중인 상황에 금감원이 막다른 골목으로 몬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동국제강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동국제강이 경남 기업이기 때문에 야당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동국제강을 친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정말 한 건 하려고 했다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고작 2억원 정도의 부당이득을 얻기 위해 그런 무모한 짓을 했겠느냐”고 덧붙였다. 동국제강 홍보실도 이날 언론에 배포한 ‘해명서’를 통해 금감원 발표를 반박했다. 동국제강은 이 해명서에서 “금감원은 장세주사장이 친구 김종원씨 명의의 차명계좌를 사용했다고 발표했으나 김씨 본인은 금감원에서 본인 계좌라고 진술했을 뿐 아니라 김씨는 친구 사이도 아니고 알고 지내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부당 내부거래 혐의가 있어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한 것” 이라며 동국제강의 반발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장사장은 자사의 무상증자 실시라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증자발표일 전인 98년 11월25, 26일 친구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 3만4700주를 주당 6150원에 매입, 99년 7월초 7500원에 처분함으로써 2억769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
동국제강측은 또 네이버스 컨소시엄의 한보철강 인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98년 동국제강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2조원에 한보철강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했을 때 주채권은행들이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라고 반대해 무산됐는데 이번에 네이버스 컨소시엄에 고작 4억8000만달러에 매각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며 “언론이 이 점을 분명히 짚고넘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태수 전한보철강회장이 금융권에서 차입한 부채 4조5000억원에 이자와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한보철강 부도로 8조원 정도가 공중에 날아간 셈이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됐는데도 헐값 매각문제를 제기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 관계자는 “당시 동국은 인수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덤벼들었다”면서 “동국측이 헐값 매각을 문제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동국제강과 함께 컨소시엄을 형성했던 포스코 관계자도 동국의 헐값 매각 시비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98년말 외국 금융기관이 제일은행을 1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했을 때 팔았더라면 그 이후 제일은행에 투입된 1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은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한보철강을 어떻게 살리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2조원에 한보철강을 매입했더라면 두 회사에 큰 짐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후산업측은 그동안 동국제강측의 방해공작으로 한보철강 인수가 늦어졌다고 역공을 폈다. 중후산업 관계자는 “그동안 동국제강측이 연합철강 노조를 사주해 ‘연철 증자에 먼저 참여한 뒤 한보철강 인수에 나서라’면서 한보철강 인수 업무를 방해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9일에는 권철현회장이 20년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동국제강측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 권회장은 “한보철강은 누구를 막론하고 돈을 많이 내면 인수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동국은 자신들이 인수할 자금이 없으니까 인수에 나서지 못하고 네이버스측 인수작업에 재를 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합철강 노조원들이 네이버스 컨소시엄의 경영 파트너인 네덜란드 후고벤스 등에 중후산업을 비난하는 영문서류를 보냈다”며 “여기에는 한국 상황이 안좋으니 들어오면 손해볼 것”이라고 쓰여 있다면서 서류를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이어 “부실경영의 장본인인 동국제강이 연철을 경영하는 한 절대 증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권회장의 연철 증자 반대 결의는 올 3월7일 주총에서도 확인됐다. 연철 주식 38%를 보유하고 있는 권회장측의 반대로 16년째 동국제강측의 증자 시도가 무산된 것. 연철의 증자 결의는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권회장이 연철 증자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자신이 설립한 연합철강 경영권 회복이 영원히 불가능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철강업계의 분석. 증자가 이뤄지면 권씨측의 지분율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향후 경영권 회복을 위한 주식 취득시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게 된다.
62년 권철현회장이 창업한 연합철강은 74년 국내 기업 최초로 ‘수출 1억달러 탑’을 수상할 정도의 ‘알짜기업’이었다. 그러나 연합철강 경영권은 77년 국제그룹으로, 다시 85년엔 동국제강으로 바뀌었고, 이런 과정에서 권회장은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몇 차례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무위로 끝났다. 이로 인해 한때 막역한 사이였던 권철현회장과 장상태회장 사이에 틈이 생겼고, 연합철강 경영을 둘러싸고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한보철강 인수로 철강업에 다시 뛰어든 권철현회장. 권회장측은 이 여세를 몰아 연합철강 경영권도 되찾아 국내 최대의 철강업자가 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에서는 우선 한보철강 정상화를 통해 오래 전 철강업에서 떠난 그의 경영능력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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