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연구소가 설립 만 6년을 맞으며 그간의 연구성과를 네 권의 책으로 나란히 묶어냈다. 시공사에서 발간한 ‘한국현대예술사대계 1권’ ‘한국작곡가사전’ ‘조선예술과 야나기 무네요시’ ‘민족무용학’이 그것.
‘한국현대예술사대계’는 2004년까지 1년에 한 권씩 총 6권으로 완간될 시리즈의 첫 성과물.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학 연극 미술 영화 등 한국 예술의 장르별 변천사를 각 분야 전문가가 정리해낼 계획으로, 이번에 펴낸 1권에는 6·25전쟁까지가 다뤄졌다. 기존에도 우리 예술사를 통사적으로 정리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이 책의 경우 지금까지 비교적 등한시되어 온 만화와 건축 분야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기존의 관련 책들이 해방 전후를 직접 체험한 ‘원로’들에 의해 쓰였다면, 이번 필진은 40세를 전후한 젊은 연구자들로 구성, 보다 객관적으로 당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것이 책임편집자 이영미연구위원의 말이다.
‘한국작곡가사전’은 20세기 한국예술사 중에서도 고전음악 분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각론’에 해당한다. 지금껏 클래식 음악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창작’보다는 ‘연주’에만 편중되어 왔다. 정경화와 장영주 같은 ‘연주자’는 알면서도 강석희 박범훈 황병기 등 국내 근대음악사에 큰 획을 그어온 ‘작곡가’들은 모르는 이들이 허다하다. 이 책은 근대적 작곡 개념이 도입된 개화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에서 활동한 한국의 작곡가를 총망라, 인적 사항과 작품목록 등을 소개한 최초의 사전이다. 수록된 인물은 총 900여명. 철저한 자료조사와 생존자 설문조사 등 5년간의 작업 끝에 건져낸 명단이다. 단 한 편의 작품밖에 남기지 않은 사람은 물론 작품 한 점 남겨놓지 않은 채 작곡활동을 했다는 기록만 전해지는 이들까지 등재했으며, 대학 관련 학과 강사진 등 70년 이전 출생자 전원의 정보를 담아낸 방대함과 꼼꼼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한국작곡가사전’이 음악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귀중한 장서가 될 책이라면, 한국예술연구소 연구위원 이인범씨가 지은 ‘조선예술과 야나기 무네요시’는 미술 애호가들의 눈길을 끄는 평전이다.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조선 예술품의 특징을 ‘비애(悲哀)의 미’라고 묘사한 최초의 인물. “참혹했던 과거 역사가 담긴 조선의 예술작품에는 쓸쓸함과 슬픔이 아로새겨져 있다”는 그의 대(對) 조선예술관은 이후 많은 찬반론을 불러일으키면서 60, 70년대 우리 예술평단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야나기의 비애미론은 그의 학문세계 전체 중 조선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기의 것에 불과하며, 이후 그가 펼친 조선예술론, 특히 ‘민예론’은 그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나기의 초기 예술관인 ‘비애미론’에 집착하는 태도는 객관성을 잃은 시각이자, 민족적 자존심이란 이름을 내건 ‘열등감’의 소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야나기의 이론 중 ‘비애미’보다는 ‘민예론’의 중요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민예론은 작가 중심적인 서양 근대예술관을 극복하고 자연과 인간, 노동과 예술, 종교와 예술이 합일된 동양의 ‘몰아적 예술세계’를 설명한 이론으로, 야나기의 예술관이 우리 미학계에 미친 영향력은 비애미 이론보다 이 민예론이 더욱 크다는 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허영일교수가 펴낸 ‘민족무용학’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통무용을 연구한 책으로, 춘앵무 승무와 같은 우리 전통무용을 일본의 노와 가부키, 하와이의 훌라, 필리핀의 전통무용과 같은 맥락에서 해설하고 있다. 지금껏 우리 무용을 서구의 그것과 비교한 저작들과 달리 동양 문화권 춤세계의 한 지류로서 분석해낸 시각이 새롭다.
한국현대예술사대계 Ⅰ/ 한국예술연구소 지음/ 430쪽/ 1만2000원
한국작곡가사전/ 김춘미 외 지음/ 518쪽/ 1만2000원
조선예술과 야나기 무네요시/ 이인범 지음/ 176쪽/ 1만원
민족무용학/ 허영일 지음/ 378쪽/ 1만2000원
‘한국현대예술사대계’는 2004년까지 1년에 한 권씩 총 6권으로 완간될 시리즈의 첫 성과물.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학 연극 미술 영화 등 한국 예술의 장르별 변천사를 각 분야 전문가가 정리해낼 계획으로, 이번에 펴낸 1권에는 6·25전쟁까지가 다뤄졌다. 기존에도 우리 예술사를 통사적으로 정리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이 책의 경우 지금까지 비교적 등한시되어 온 만화와 건축 분야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기존의 관련 책들이 해방 전후를 직접 체험한 ‘원로’들에 의해 쓰였다면, 이번 필진은 40세를 전후한 젊은 연구자들로 구성, 보다 객관적으로 당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것이 책임편집자 이영미연구위원의 말이다.
‘한국작곡가사전’은 20세기 한국예술사 중에서도 고전음악 분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각론’에 해당한다. 지금껏 클래식 음악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창작’보다는 ‘연주’에만 편중되어 왔다. 정경화와 장영주 같은 ‘연주자’는 알면서도 강석희 박범훈 황병기 등 국내 근대음악사에 큰 획을 그어온 ‘작곡가’들은 모르는 이들이 허다하다. 이 책은 근대적 작곡 개념이 도입된 개화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에서 활동한 한국의 작곡가를 총망라, 인적 사항과 작품목록 등을 소개한 최초의 사전이다. 수록된 인물은 총 900여명. 철저한 자료조사와 생존자 설문조사 등 5년간의 작업 끝에 건져낸 명단이다. 단 한 편의 작품밖에 남기지 않은 사람은 물론 작품 한 점 남겨놓지 않은 채 작곡활동을 했다는 기록만 전해지는 이들까지 등재했으며, 대학 관련 학과 강사진 등 70년 이전 출생자 전원의 정보를 담아낸 방대함과 꼼꼼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한국작곡가사전’이 음악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귀중한 장서가 될 책이라면, 한국예술연구소 연구위원 이인범씨가 지은 ‘조선예술과 야나기 무네요시’는 미술 애호가들의 눈길을 끄는 평전이다.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조선 예술품의 특징을 ‘비애(悲哀)의 미’라고 묘사한 최초의 인물. “참혹했던 과거 역사가 담긴 조선의 예술작품에는 쓸쓸함과 슬픔이 아로새겨져 있다”는 그의 대(對) 조선예술관은 이후 많은 찬반론을 불러일으키면서 60, 70년대 우리 예술평단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야나기의 비애미론은 그의 학문세계 전체 중 조선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기의 것에 불과하며, 이후 그가 펼친 조선예술론, 특히 ‘민예론’은 그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나기의 초기 예술관인 ‘비애미론’에 집착하는 태도는 객관성을 잃은 시각이자, 민족적 자존심이란 이름을 내건 ‘열등감’의 소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야나기의 이론 중 ‘비애미’보다는 ‘민예론’의 중요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민예론은 작가 중심적인 서양 근대예술관을 극복하고 자연과 인간, 노동과 예술, 종교와 예술이 합일된 동양의 ‘몰아적 예술세계’를 설명한 이론으로, 야나기의 예술관이 우리 미학계에 미친 영향력은 비애미 이론보다 이 민예론이 더욱 크다는 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허영일교수가 펴낸 ‘민족무용학’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통무용을 연구한 책으로, 춘앵무 승무와 같은 우리 전통무용을 일본의 노와 가부키, 하와이의 훌라, 필리핀의 전통무용과 같은 맥락에서 해설하고 있다. 지금껏 우리 무용을 서구의 그것과 비교한 저작들과 달리 동양 문화권 춤세계의 한 지류로서 분석해낸 시각이 새롭다.
한국현대예술사대계 Ⅰ/ 한국예술연구소 지음/ 430쪽/ 1만2000원
한국작곡가사전/ 김춘미 외 지음/ 518쪽/ 1만2000원
조선예술과 야나기 무네요시/ 이인범 지음/ 176쪽/ 1만원
민족무용학/ 허영일 지음/ 378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