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6

..

폴 매카트니는 살아있다

  • 입력2006-06-06 09:4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폴 매카트니는 살아있다
    “당신이 이 노래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소 ….”

    폴 매카트니(57)의 세 번째 클래식 작품집 ‘워킹 클래시컬’(Working Classical·EMI)은 죽은 아내 린다에게 바치는 헌화가이다.

    1998년 4월20일 린다 매카트니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1995년 12월 린다가 유방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그녀의 병세가 나아지는 듯했지만 끝내 비극적으로 끝나고 말았다.

    린다와 매카트니는 비틀스가 공식적으로 해산하기 직전에 만났다. 이스트만 코닥사 회장의 딸이며 사진작가인 린다 이스트만은 매카트니의 모습을 사진에 담다가 그의 마음까지 담아버렸고, 결혼 뒤 그의 솔로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녀는 매카트니가 만든 밴드 ‘윙스’(Wings)에 키보디스트로 참여, 10여년간 함께 음악 활동을 하기도 한 진정한 동지였다.

    린다에 대한 추도식은 런던과 뉴욕에서 열렸다. 다시 매카트니의 말이다. “어떤 음악을 연주할까 고민했습니다. 린다가 어떤 곡을 좋아할까? 평소 종교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그녀의 장례식에 종교적인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도리어 저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현악4중주로 연주해 보자는 생각에 이르자, ‘옳지, 내가 아내를 위해 만들었던 곡을 현악용으로 편곡하면 아내도 좋아하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워킹 클래시컬’에 실린 현악4중주곡들 중 ‘마이 러브’ (My Love), ‘메이비 아임 어메이즈드’(Maybe I’m Amazed), ‘웜 앤드 뷰티풀’(Warm and Beautiful) 등은 록밴드 ‘윙스’ 시절 매카트니가 린다에 대한 사랑을 담아 불렀던 노래들이다.



    “비틀스의 신화는 계속된다.”

    최근작 ‘워킹 클래시컬’에 이르기까지 폴 매카트니가 펼쳐 온 다양한 음악 활동을 살펴보면 그는 이렇게 외치는 것처럼 여겨진다. 아니, 어쩌면 “비틀스는 과거완료형이지만 폴 매카트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음악 활동에 대해 찬탄을 보내는 이유는 단지 그가 엄청난 다산성(多産性)이라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그의 관심이 미치는 영역의 다양함, 그리고 그로부터 거두는 예술적 성취의 높이 때문이다. 그가 악보를 읽거나 쓸 줄 모른다는 사실은, 이미 그의 음악적 천재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고전적 레퍼토리가 되었다.

    그는 이번에도 클래식 음반인 ‘워킹 클래시컬’과 더불어 1950, 60년대의 로큰롤을 리메이크한 ‘런 데블 런’(Run Devil Run·EMI)을 선보였다. 핑크 플로이드의 데이비드 길모어(기타), 조니 키드&더 파이어리츠의 믹 그린(기타), 딥 퍼플의 이안 페이스(드럼) 등 그야말로 ‘초호화’ 세션맨과 함께 한바탕 파티를 즐기듯 녹음한 ‘런 데블 런’은 로큰롤 전성기에 대한 향수로 가득하다. 숨가쁘게 돌진하는 드럼과 기타 소리, 폴 매카트니의 짐짓 치기어린 보컬 등은 연주자들의 나이를 잊게 만들지만, 그로부터 읽히는 것은 이미 사라진 질풍노도의 젊음, 그리고 그에 대한 안타까운 정열이다. 대부분 리메이크된 노래들 사이사이에 마치 숨바꼭질하듯 박힌 폴 매카트니의 자작곡을 찾는 것도 남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표제곡인 ‘런 데블 런’, ‘트라이 낫 투 크라이’(Try Not To Cry), 그리고 ‘왓 잇 이즈’ (What It Is)가 그의 신곡들인데, 해설지를 보지 않은 채 골라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임무’ (Mission Impossible)로 여겨질 만큼 그의 오리지널곡들 또한 지극히 50년대적이고, 또 로큰롤답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