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일주일 넘게 병치레를 하느라 회사를 비웠는데도 그 빈자리를 아내가 다 채워주더군요.”
PC통신과 인터넷에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하나정보통신 정현진사장(33)에게 아내 이선미씨(29)는 창업 ‘동지’이자 회사 안살림꾼이다.
12월 오픈 예정으로 인터넷에 각종 요리정보며 맞춤식 반찬 배달도 가능한 ‘반찬나라’ (www.banchan.co.kr)를 준비중인 MJ기획의 대표 박미정씨(30)의 남편 금대환씨(34)는 PC통신 하이텔 IP동호회에서 ‘울금씨’(우리 금씨)로 통한다. 월 평균 6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박씨가 회원들에게 입버릇처럼 “가장 든든한 백은 울금씨” “울금씨가 많이 도와준 덕분이에요”라고 자랑하고 있기 때문. 남편은 그에게 ‘최상의 사업파트너’다.
요즘 들어 부부창업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것은 IMF 사태로 직장을 떠나야 하는 샐러리맨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고용불안의 위기감이 심해진 사회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장점 살려 업무분담 … 월매출 8천만원도
부부창업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단연 정보통신과 벤처기업. 정부의 정보화 추진 사업과 벤처기업 육성책 등 각종 지원혜택이 마련돼 있어 자본력이 약해도 아이디어나 신기술만 보유하고 있다면 쉽게 창업을 꿈꿀 수 있다.
부부창업의 특징 가운데 또 하나는 어느 한쪽이 먼저 터를 닦고 나중에 배우자가 합류해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것. 박미정-금대환씨의 경우 각각 디자인 관련 기업과 무역회사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였다. 이들 중 먼저 IP사업(통신 정보제공사업)에 관심을 가진 이는 금씨지만 직장생활에 얽매여 준비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인 박씨가 먼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디자이너/광고인 취업정보’(go DGJOB) 제안서를 통신사에 제출, IP사업자가 된 것이다. 사업이 호조를 보이자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은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직장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두 사람 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돈 잘 벌기로 소문난 증권정보 서비스 IP ‘미래투자경제연구소’(go MIRI)는 동갑내기 부부가 운영하는 서비스. 애초 증권 쪽에 관심이 많았던 공인표씨(44)는 먼저 ARS(02-700-3360) 사업을 시작했고, 도쿄-미쓰비시 은행에서 20여년간 행원으로 근무하던 아내 이수화씨(44)가 가세하면서 98년 1월 둘만의 ‘공통분모’를 최대한 활용, PC통신에 증권투자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활달한 성격의 부인 이씨가 대외적인 업무를 맡고 있고 사업기획이나 꼼꼼한 시나리오식 장세분석은 공씨의 몫. 서로의 장점을 살려 업무분담을 명확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월평균 매출은 6000만∼8000만원선.
“아내와 함께 사업을 하면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어 좋고 주인의식을 가지므로 종업원 두 세 사람 몫은 거뜬히 해냅니다. 부부는 다른 사람에 비해 서로를 많이 이해할 수 있으므로 업무 분담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환상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미래유통정보연구소 김찬경소장의 설명이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3000만~4000만원대의 소자본 창업의 경우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인건비를 줄이면서 역량을 두 세 배 발휘할 수 있는 업종도 많다. 아내가 주방을 맡고 남편이 카운터를 맡을 수 있는 외식업, 아내가 전화를 받고 남편이 물건을 날라다 주는 배달형 사업과 택배업, 영업시간이 길어 교대가 필요한 슈퍼나 편의점사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40대 중반의 주부 김정숙씨(45)가 남편 정대식씨(48)와 함께 하는 사업은 ‘출장 자동차광택사업’. 동네 아파트나 사무실 주차장을 찾아다니면서 자동차의 때를 벗기고 차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항균작업을 해주는 일이다. 총 창업자금은 장비값, 유니폼 구입비, 가맹비 등 모두 합쳐서 500만원이 전부. 하지만 월 평균 매출은 400만∼450만원이며 순수익만 300만원대에 이른다. 부인 김씨 혼자서 사업할 때는 매출과 수익이 절반에 불과했다고 한다.
부부가 장기적 계획을 미리 짜서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다. ㈜화랑디자인 대표이사 김광연씨(38)와 이 회사의 디자인 실장인 부인 안정숙씨(37)가 그 예. 남편 김씨는 일찌감치 아내의 재능을 간파, 아내를 영국으로 유학보낸 뒤 자신은 직장생활을 하며 뒷바라지했다. 안씨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 부부는 단돈 500만원으로 화랑디자인을 설립, 회사운영과 자금유치는 남편이, 디자인 관련 업무는 아내가 하는 방식으로 역할분담을 하며 회사를 키워왔다. 93년 박씨는 ‘화랑여행사’를 차려 사업영역을 확대했고, 안씨 역시 장안전문대 겸임교수직을 겸하면서 회사일을 병행하고 있다. 내년쯤에는 남편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공부하러 나갈 계획. 물론 그 기간 이번에는 아내가 사업을 이끌며 남편을 지원해 줄 계획이다. 이들 부부는 남편과 아내가 각자 재개발을 위한 투자시기를 정해놓고 한 사람이 다른 한 쪽을 ‘밀어주는’ 식의 ‘분산투자’(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부부창업 열기는 여성들의 사회활동 참여의 폭이 늘어난 데서 비롯된다. 남편의 사업에 동참한 여성들 중 많은 수가 이미 직장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거나 전문직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사업일선에 투입될 수 있는 고학력 여성들이었다.
60, 70년대 급격한 경제발전과 80년대 페미니즘의 수혜자이며 91년 개정된 가족법으로 재산분할권까지 인정받은 아내들은 지난날의 종속적인 위치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 이젠 대등한 관계를 원하는 것이다. 남성학연구가인 정채기박사는 “요즘 남성들은 남편에게 목매는 의존적인 여성보다는 독립적이고 경제적인 능력도 갖춘 ‘컬러풀한’ 아내를 원한다.”고 말한다.
동업자적인 관계로 발전한 부부들은 라이프스타일도 ‘옛날 부부’와는 사뭇 다르다. 집이 곧 사업장인 MJ기획의 박씨 부부는 집안 일을 모두 나눠서 한다. 요리솜씨는 오히려 남편 금씨가 수준급. 미래투자 경제연구소 공인표씨는 아내 이수화씨에게 “아웃소싱할 것은 해라”고 주장한다. 가사노동은 아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아내는 자신의 일을 돕는 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 부부창업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스타트비즈니스의 김상훈실장은 “어설픈 부부창업은 오히려 파경으로 치닫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한다. 부부 사이는 ‘동업자’끼리의 비즈니스 원칙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한쪽이 부당하게 일을 떠맡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이로 인한 갈등도 만만찮다는 것. 부부간의 금실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아예 부부창업이란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부부간에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신뢰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배려가 있어야만 ‘아내와 남편이 동시에 승리하는’ 또는 ‘바깥일과 집안일 모두에서 부부가 호흡을 함께하는’ 부부창업의 ‘윈-윈’전략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PC통신과 인터넷에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하나정보통신 정현진사장(33)에게 아내 이선미씨(29)는 창업 ‘동지’이자 회사 안살림꾼이다.
12월 오픈 예정으로 인터넷에 각종 요리정보며 맞춤식 반찬 배달도 가능한 ‘반찬나라’ (www.banchan.co.kr)를 준비중인 MJ기획의 대표 박미정씨(30)의 남편 금대환씨(34)는 PC통신 하이텔 IP동호회에서 ‘울금씨’(우리 금씨)로 통한다. 월 평균 6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박씨가 회원들에게 입버릇처럼 “가장 든든한 백은 울금씨” “울금씨가 많이 도와준 덕분이에요”라고 자랑하고 있기 때문. 남편은 그에게 ‘최상의 사업파트너’다.
요즘 들어 부부창업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것은 IMF 사태로 직장을 떠나야 하는 샐러리맨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고용불안의 위기감이 심해진 사회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장점 살려 업무분담 … 월매출 8천만원도
부부창업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단연 정보통신과 벤처기업. 정부의 정보화 추진 사업과 벤처기업 육성책 등 각종 지원혜택이 마련돼 있어 자본력이 약해도 아이디어나 신기술만 보유하고 있다면 쉽게 창업을 꿈꿀 수 있다.
부부창업의 특징 가운데 또 하나는 어느 한쪽이 먼저 터를 닦고 나중에 배우자가 합류해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것. 박미정-금대환씨의 경우 각각 디자인 관련 기업과 무역회사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였다. 이들 중 먼저 IP사업(통신 정보제공사업)에 관심을 가진 이는 금씨지만 직장생활에 얽매여 준비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인 박씨가 먼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디자이너/광고인 취업정보’(go DGJOB) 제안서를 통신사에 제출, IP사업자가 된 것이다. 사업이 호조를 보이자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은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직장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두 사람 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돈 잘 벌기로 소문난 증권정보 서비스 IP ‘미래투자경제연구소’(go MIRI)는 동갑내기 부부가 운영하는 서비스. 애초 증권 쪽에 관심이 많았던 공인표씨(44)는 먼저 ARS(02-700-3360) 사업을 시작했고, 도쿄-미쓰비시 은행에서 20여년간 행원으로 근무하던 아내 이수화씨(44)가 가세하면서 98년 1월 둘만의 ‘공통분모’를 최대한 활용, PC통신에 증권투자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활달한 성격의 부인 이씨가 대외적인 업무를 맡고 있고 사업기획이나 꼼꼼한 시나리오식 장세분석은 공씨의 몫. 서로의 장점을 살려 업무분담을 명확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월평균 매출은 6000만∼8000만원선.
“아내와 함께 사업을 하면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어 좋고 주인의식을 가지므로 종업원 두 세 사람 몫은 거뜬히 해냅니다. 부부는 다른 사람에 비해 서로를 많이 이해할 수 있으므로 업무 분담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환상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미래유통정보연구소 김찬경소장의 설명이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3000만~4000만원대의 소자본 창업의 경우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인건비를 줄이면서 역량을 두 세 배 발휘할 수 있는 업종도 많다. 아내가 주방을 맡고 남편이 카운터를 맡을 수 있는 외식업, 아내가 전화를 받고 남편이 물건을 날라다 주는 배달형 사업과 택배업, 영업시간이 길어 교대가 필요한 슈퍼나 편의점사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40대 중반의 주부 김정숙씨(45)가 남편 정대식씨(48)와 함께 하는 사업은 ‘출장 자동차광택사업’. 동네 아파트나 사무실 주차장을 찾아다니면서 자동차의 때를 벗기고 차 내부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항균작업을 해주는 일이다. 총 창업자금은 장비값, 유니폼 구입비, 가맹비 등 모두 합쳐서 500만원이 전부. 하지만 월 평균 매출은 400만∼450만원이며 순수익만 300만원대에 이른다. 부인 김씨 혼자서 사업할 때는 매출과 수익이 절반에 불과했다고 한다.
부부가 장기적 계획을 미리 짜서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다. ㈜화랑디자인 대표이사 김광연씨(38)와 이 회사의 디자인 실장인 부인 안정숙씨(37)가 그 예. 남편 김씨는 일찌감치 아내의 재능을 간파, 아내를 영국으로 유학보낸 뒤 자신은 직장생활을 하며 뒷바라지했다. 안씨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 부부는 단돈 500만원으로 화랑디자인을 설립, 회사운영과 자금유치는 남편이, 디자인 관련 업무는 아내가 하는 방식으로 역할분담을 하며 회사를 키워왔다. 93년 박씨는 ‘화랑여행사’를 차려 사업영역을 확대했고, 안씨 역시 장안전문대 겸임교수직을 겸하면서 회사일을 병행하고 있다. 내년쯤에는 남편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공부하러 나갈 계획. 물론 그 기간 이번에는 아내가 사업을 이끌며 남편을 지원해 줄 계획이다. 이들 부부는 남편과 아내가 각자 재개발을 위한 투자시기를 정해놓고 한 사람이 다른 한 쪽을 ‘밀어주는’ 식의 ‘분산투자’(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부부창업 열기는 여성들의 사회활동 참여의 폭이 늘어난 데서 비롯된다. 남편의 사업에 동참한 여성들 중 많은 수가 이미 직장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거나 전문직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사업일선에 투입될 수 있는 고학력 여성들이었다.
60, 70년대 급격한 경제발전과 80년대 페미니즘의 수혜자이며 91년 개정된 가족법으로 재산분할권까지 인정받은 아내들은 지난날의 종속적인 위치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 이젠 대등한 관계를 원하는 것이다. 남성학연구가인 정채기박사는 “요즘 남성들은 남편에게 목매는 의존적인 여성보다는 독립적이고 경제적인 능력도 갖춘 ‘컬러풀한’ 아내를 원한다.”고 말한다.
동업자적인 관계로 발전한 부부들은 라이프스타일도 ‘옛날 부부’와는 사뭇 다르다. 집이 곧 사업장인 MJ기획의 박씨 부부는 집안 일을 모두 나눠서 한다. 요리솜씨는 오히려 남편 금씨가 수준급. 미래투자 경제연구소 공인표씨는 아내 이수화씨에게 “아웃소싱할 것은 해라”고 주장한다. 가사노동은 아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아내는 자신의 일을 돕는 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실 부부창업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스타트비즈니스의 김상훈실장은 “어설픈 부부창업은 오히려 파경으로 치닫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한다. 부부 사이는 ‘동업자’끼리의 비즈니스 원칙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한쪽이 부당하게 일을 떠맡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이로 인한 갈등도 만만찮다는 것. 부부간의 금실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아예 부부창업이란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부부간에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신뢰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배려가 있어야만 ‘아내와 남편이 동시에 승리하는’ 또는 ‘바깥일과 집안일 모두에서 부부가 호흡을 함께하는’ 부부창업의 ‘윈-윈’전략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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