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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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 발의 민주당 장경태 의원 “헌정질서 파괴자 범죄수익 환수는 국민의 명령”

“이혼소송에서 비자금 존재 밝혔지만 어떤 조사나 수사 이뤄지지 않아”… ‘노태우 비자금’ 재수사 가능성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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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9-0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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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의 단초가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최근 국회에 ‘노태우 비자금’을 몰수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돼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9월 2일 이른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안’(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범죄자가 얻은 범죄수익의 경우 당사자가 사망해 공소 제기가 불가능하더라도 국가가 몰수·추징해야 한다”는 게 뼈대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주간동아와 서면 인터뷰에서 “노 관장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존재를 밝혔지만 어떤 조사나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혼소송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된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고려해도 ‘선경 300억’ 등의 금원은 노태우가 불법 축적한 범죄수익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 [뉴시스]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노 관장 측이 1조3808억 원 재산분할 판결을 받은 것은 “SK㈜ 지분 등 최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받은 재산 상당 부분이 노 전 대통령의 기여로 형성된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선친인 노 전 대통령이 1991년쯤 비자금 300억 원을 최종현 전 회장에게 건네고 어음을 담보로 받았다”고 처음 주장했다. 그 근거로 50억 원짜리 약속어음 6매와 관련 내용이 기재된 ‘김옥숙 메모’를 법정에 제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최 회장의 SK그룹 지분 형성 과정에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도움이 있었다고 명시했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에서 드러난 비자금 300억 원은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수사와 이듬해 대법원 판결에선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의혹이다.

    “‘선경 300억’, 범죄수익으로 충분히 인정”

    장 의원은 이번에 발의한 법안 취지에 대해 “헌정질서를 파괴한 이들의 범죄수익 환수는 국민의 명령이자 폭정을 일삼은 군부독재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반성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거 청산”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주간동아가 최근 장 의원과 나눈 서면 인터뷰 문답.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안’을 대표 발의한 배경은 무엇인가.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5·18민주화운동을 폭력 진압해 정권을 찬탈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자들은 그 같은 범죄 행위로 재산도 축적했다. 지난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전두환 비자금’을 폭로했음에도 몰수·추징을 위한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씨가 이혼소송 과정 중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새로운 ‘노태우 비자금’의 존재를 밝혔지만 어떤 조사나 수사도 없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범죄 행위자 사망 등의 이유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 불법 축적한 재산이라도 몰수나 추징이 어렵다. 이에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같은 헌정질서 파괴 범죄자의 범죄수익 등에 대해선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 제기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몰수재산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해당 법안에 대해 소급입법금지 원칙상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에 발의한 개정안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과 마찬가지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여타 범죄 행위에 새로이 가벌성을 부여하려는 게 아니라, 이미 사법부로부터 단죄받은 범죄에 대해 그 후속 조치인 몰수·추징을 ‘얼마 동안’ 할 수 있는지를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소급입법금지 원칙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 설령 소급입법에 해당하더라도 온 국민이 소급입법을 충분히 예상 가능했고, 신뢰 보호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의 경우 최태원-노소영 이혼재판에서 드러난 ‘선경 300억’ 등이 실제 범죄수익인지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도 필요해 보인다.

    “이혼소송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해당 메모가 쓰일 당시 정황만 고려해도 ‘선경 300억’ 등의 금원은 노 전 대통령이 불법 축적한 범죄수익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물론 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겠으나, 그것은 수사기관 내지 국세청 몫이라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 일가는 ‘선경 300억’ 등의 금원을 증여 내지 상속받았음에도 노 전 대통령 사망 당시 연희동 자택과 대구 아파트만 상속 신고를 했다. 이는 명백히 조세포탈에 해당한다. 이런 사실을 이미 언론이 보도했고 다수의 청문회에서도 언급된 만큼 이를 인지한 수사기관은 반드시 수사를 개시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일부 언론이 김옥숙 여사가 ‘노태우센터’와 아들 노재헌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각각 5억 원, 147억 원을 기부 및 출연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 자금 출처를 규명할 필요성은 없나.

    “김옥숙 여사는 지금까지 근로소득 등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무려 100억 원대 자금을 운용했다면 십중팔구 노 전 대통령이 불법 축적한 재산의 일부일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해당 자금의 출처를 규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선경 300억’ 등의 금원과 더불어 상속 신고가 되지 않아 조세포탈 혐의가 있는 만큼 수사기관과 국세청이 출처를 규명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김옥숙 자금 출처 규명해야”

    한편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사정기관들이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심우정 검찰청장 후보자는 9월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의지가 있느냐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의 질문에 “아직 정확히 아는 바가 없어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총장으로 소임을 다할 기회가 주어지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강민수 국세청장 또한 후보자 시절인 7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불법 정치자금 시효가 남아 있고 또 확인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철저한 탈세 조사가 역사를 바로세우는 첫걸음”이라며 8월 27일 국세청에 노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된 ‘탈세 제보서’를 제출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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