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는 대부분 승자 독식 구도다. 검색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만 봐도 각각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처럼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 있다. 기술, 서비스 측면에서 표준 자리를 꿰찬 기업 말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정보기술(IT) 시장의 특징 때문이다.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아마존이 가장 큰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아마존은 2000년대 초반 미국과 캐나다, 일본, 유럽 시장에 진출했고 2010년대 후반 들어 시장점유율 선두를 점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주요국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은 다른 지역에서도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2017년 아랍에미리트(UAE) 이커머스 기업 수크닷컴을 인수해 중동 시장을 장악한 게 대표 사례다. 반면 유독 아마존이 기를 못 펴는 시장이 중국, 인도, 한국이다. 이들 나라에선 각각 알리바바와 플립카트,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진앙지는 전통 강호 아마존이 아닌, 중국 크로스보더 플랫폼 테무와 쉬인이다. 테무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고, 한국에서도 그해 추석 연휴에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었다. 이들 중국 이커머스의 해외 시장 공략에서 핵심은 ‘지속가능한 초저가’다. 단순한 이벤트성 가격 할인이 아닌, 1년 내내 경쟁자가 따라 할 수 없는 초저가로 세계시장에서 점차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초저가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적인 박리다매다. 다만 어지간한 기업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박리(薄利)로 소비자를 끌고, 중국 특유의 물량 공세로 다매(多賣)를 하는 게 특징이다.
테무의 경우 자사 플랫폼에 등록한 판매자, 즉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를 상대로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한다. 각 업체가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등록하도록 인공지능(AI)를 활용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우선 AI가 소비자 구미를 당길 만한 제품을 기획한다. 그리고 제품 생산을 입찰에 부쳐 최저가를 써낸 공장을 택하는 방식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테무와 협업은 장점이 적잖다. 판매자가 배송, AS 등 생산 이외 문제는 신경 쓰지 않도록 테무가 물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을 노린 테무의 마케팅 공세도 매섭다. 테무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에 2년 연속 광고를 내보냈다. 슈퍼볼 광고비는 1초에 3억 원꼴로 세계 광고 시장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고가다. 게다가 테무는 슈퍼볼을 계기로 200억 원 규모의 쿠폰과 경품도 제공했다.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홀딩스가 지난 한 해 쓴 마케팅비용만 15조5000억 원에 달한다.
또 다른 메이드 인 차이나 이커머스 쉬인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패션 브랜드 쉬인은 중국 내수시장에선 판매하지 않고, 오직 해외시장만 겨냥한 기업이다. 2021년 5월 아마존의 앱 다운로드 수를 넘어서더니 지난해 매출 450억 달러(약 62조3000억 원)를 거뒀다. 쉬인의 강점은 유연한 공급망을 구축해 최신 패션 트렌드에 맞는 의류를 신속히 생산한다는 것이다. 전통 패션 기업은 3개월 이상 걸리는 제품 개발 기간이 쉬인의 경우 8~12일에 지나지 않는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즉시 상품을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구입한 지 일주일 안에 해외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쉬인의 급성장 이면에도 AI 전략이 있다. AI를 통해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끄는 패션 정보와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의류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쉬인 공급망에 등록된 의류 생산업체는 서로 경쟁하며 최저가로 제품을 만들고, 쉬인은 이들 상품을 전 세계에 배송한다. 이 같은 효율화 전략 덕에 쉬인의 상품 재고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졌다. 쉬인은 지난해 8월 한국 시장에 첫 론칭할 당시 52만 명이 사용했는데, 이듬해 3월 이용자 수가 830만 명으로 급증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사용자 수 887만 명에 근접한 수치다. 국내 이커머스 중 사용자 수 기준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은 3위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그간 국내 기업 간 치열한 경쟁 끝에 쿠팡이 시장을 평정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뛰어든 테무와 쉬인의 저가 돌풍은 자칫 이커머스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이들 중국 플랫폼을 가격 경쟁에서 누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가격 이외 요소인 신속한 배송이나 제품 신뢰성, 사회적 가치 준수 측면에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다.
차원이 다른 중국 이커머스의 박리다매 전략
중국 이커머스 테무(왼쪽)와 쉬인 로고. [테무 제공, 쉬인 제공]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진앙지는 전통 강호 아마존이 아닌, 중국 크로스보더 플랫폼 테무와 쉬인이다. 테무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고, 한국에서도 그해 추석 연휴에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었다. 이들 중국 이커머스의 해외 시장 공략에서 핵심은 ‘지속가능한 초저가’다. 단순한 이벤트성 가격 할인이 아닌, 1년 내내 경쟁자가 따라 할 수 없는 초저가로 세계시장에서 점차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초저가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적인 박리다매다. 다만 어지간한 기업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박리(薄利)로 소비자를 끌고, 중국 특유의 물량 공세로 다매(多賣)를 하는 게 특징이다.
테무의 경우 자사 플랫폼에 등록한 판매자, 즉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를 상대로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한다. 각 업체가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등록하도록 인공지능(AI)를 활용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우선 AI가 소비자 구미를 당길 만한 제품을 기획한다. 그리고 제품 생산을 입찰에 부쳐 최저가를 써낸 공장을 택하는 방식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테무와 협업은 장점이 적잖다. 판매자가 배송, AS 등 생산 이외 문제는 신경 쓰지 않도록 테무가 물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을 노린 테무의 마케팅 공세도 매섭다. 테무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에 2년 연속 광고를 내보냈다. 슈퍼볼 광고비는 1초에 3억 원꼴로 세계 광고 시장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고가다. 게다가 테무는 슈퍼볼을 계기로 200억 원 규모의 쿠폰과 경품도 제공했다.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홀딩스가 지난 한 해 쓴 마케팅비용만 15조5000억 원에 달한다.
또 다른 메이드 인 차이나 이커머스 쉬인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패션 브랜드 쉬인은 중국 내수시장에선 판매하지 않고, 오직 해외시장만 겨냥한 기업이다. 2021년 5월 아마존의 앱 다운로드 수를 넘어서더니 지난해 매출 450억 달러(약 62조3000억 원)를 거뒀다. 쉬인의 강점은 유연한 공급망을 구축해 최신 패션 트렌드에 맞는 의류를 신속히 생산한다는 것이다. 전통 패션 기업은 3개월 이상 걸리는 제품 개발 기간이 쉬인의 경우 8~12일에 지나지 않는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즉시 상품을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구입한 지 일주일 안에 해외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쉬인의 급성장 이면에도 AI 전략이 있다. AI를 통해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끄는 패션 정보와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의류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쉬인 공급망에 등록된 의류 생산업체는 서로 경쟁하며 최저가로 제품을 만들고, 쉬인은 이들 상품을 전 세계에 배송한다. 이 같은 효율화 전략 덕에 쉬인의 상품 재고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졌다. 쉬인은 지난해 8월 한국 시장에 첫 론칭할 당시 52만 명이 사용했는데, 이듬해 3월 이용자 수가 830만 명으로 급증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사용자 수 887만 명에 근접한 수치다. 국내 이커머스 중 사용자 수 기준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은 3위다.
3월 19일 경기 평택시 평택세관에 중국 이커머스업체를 통해 수입된 상품들이 쌓여 있다. [동아DB]
저품질, 노동력 착취 논란
이처럼 규모의 경제를 확립한 테무와 쉬인은 중국식 공급·판매 전략으로 세계시장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JP모건은 테무가 과도한 마케팅비용 지출로 주문 건당 평균 9500원 정도 손실을 봤다고 추정했다. 국내에 판매된 테무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는 등 품질 문제도 심각하다. 쉬인의 경우 디자인 표절과 의류 공장 노동력 착취가 도마에 올랐다.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그간 국내 기업 간 치열한 경쟁 끝에 쿠팡이 시장을 평정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뛰어든 테무와 쉬인의 저가 돌풍은 자칫 이커머스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이들 중국 플랫폼을 가격 경쟁에서 누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가격 이외 요소인 신속한 배송이나 제품 신뢰성, 사회적 가치 준수 측면에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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