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오후 7시쯤 기자가 커다란 비닐봉지에 떡볶이 국물이 뚝뚝 흐르는 플라스틱 배달 용기를 집어넣으면서 몇 번이고 떠올린 생각이다. 플라스틱 분리배출은 상식이 된 지 오래고, 배달 용기 안쪽에 밴 양념을 모두 지워야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다. 하지만 이날 이용한 폐기물 배출 대행 애플리케이션(앱) ‘커버링’은 “일반·음식물·재활용 쓰레기를 구분 없이 아무 봉지에나 담아 문 앞에 내놓으면 된다”고 했다.
편리한 대신 가격은 싸지 않아
폐기물 배출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설거지를 안 한 배달 용기를 그대로 버려도 된다. [이슬아 기자]
이용도 편리했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아도 쓰레기 처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오후 10시가 되기 전 문 앞에 쓰레기가 담긴 봉지를 꺼내놓고 수거를 기다리기만 하면 끝이었다. 여느 새벽배송 서비스처럼 밤사이(오후 10시~오전 6시) 기사들이 이용자의 집을 찾아와 쓰레기를 가져가는 것이다. 다만 지역별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요일이 달랐다. 서울 은평구에선 매주 수·금·일요일에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기자의 쓰레기는 이튿날 오후 10시 10분쯤 수거됐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 아니었다. 쓰레기 8.91㎏을 버리는 데 든 비용은 1만5100원. 기본요금 2500원에 100g당 140원이라는 무게 추가 요금이 더해진 금액이다. 수거 요일이 제한된 지역은 10% 할인을 진행 중인데, 이를 적용해도 1만3590원이었다. 서울 기준 50ℓ 일반 쓰레기 종량제봉투 10장이 1만25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싸다고 할 순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쓰레기 버리는 수고와 관리비를 줄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서일까. 앱에 도착한 이용 명세서의 ‘결제하기’ 버튼을 흔쾌히 눌렀다.
폐기물 배출 대행 스타트업 ‘커버링’에 쓰레기 8.91㎏을 버리고 낸 요금. [이슬아 기자]
날개 단 연매출… 2~4배 증가
최근 커버링을 비롯해 ‘어글리랩(오늘수거)’ ‘같다(빼기)’ 등 폐기물 배출 대행 스타트업이 부상하고 있다. 오늘수거와 커버링은 생활(소형) 폐기물, 빼기는 대형 폐기물 배출을 대행하는 업체다(표 참조). 이들은 모두 ‘자원 순환’에 기반한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다. 오늘수거와 커버링은 소형 폐기물 배출 대행을 통해 기존의 낮은 재활용률을 끌어올린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재활용 쓰레기의 40~50%가 일반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섞여 배출되는데, 이를 세밀하게 걸러 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빼기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제휴해 이용자의 대형 폐기물 배출을 돕고(신고필증 발급, 운반 등) 그 과정에서 중고 매입, 재활용률 증진을 꾀하고 있다.이들 업체의 성장세는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오늘수거는 지난해 약 10억 원 연매출을 기록했다. 2022년 2억5000만 원 수준에서 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올해 1월(1~24일 기준)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20% 늘었다. 커버링 또한 2022년 2억 원에서 2023년 4억 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1월 매출은 지난해 12월 대비 1.5배로 증가했다. 빼기의 경우 2021년 4억3000만 원, 2022년 9억 원, 2023년 22억 원으로 매년 2배씩 매출이 늘고 있다. 올해 1월엔 이미 지난해 1분기(1~3월) 매출을 넘겼다.
올해 서비스 이용 가능 지역 확대
폐기물 배출 대행 스타트업 ‘어글리랩(오늘수거)’의 경기 광명시 세척·선별장. [어글리랩 제공]
경기 구리시에 위치한 커버링의 세척·선별장. [커버링 제공]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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