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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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손에 죽은 아들, 아들을 죽인 아버지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10-05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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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손에 죽은 아들, 아들을 죽인 아버지
    ‘“죽어라!” 그리고 쾅, 세상의 문이 닫혔다. 당신의 성난 고함이 다시 들려온다. “네 놈은 반드시 그 안에서 죽어야 한다!” (중략) 아버님이 나를 정말 죽이실까?’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가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시점에서 김상렬 장편소설 ‘사도의 마지막 7일’의 첫 장면은 더욱 실감난다. 1762년(영조 38) 윤 5월 13일 세자 이선은 아버지 영조의 손에 의해 뒤주에 갇혔다. 설마 자신이 아버지 손에 죽을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그로부터 아흐레 뒤 이선은 뒤주 속에서 죽는다(임오화변). 작가는 뒤주 속에서 세자가 겪은 분노와 절망, 그리움을 이레로 압축해 보여준다. 작가는 묻는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것만큼 불행하고 끔찍한 슬픔이 또 있을까?” 작가는 대답한다. “그런 신화 같은 이야기가 바로 우리가 사는 이 땅, 조선시대 중엽에 펼쳐졌다.”

    ‘사도의 마지막 7일’은 작가가 8년 전 쓴 장편소설 ‘목숨’을 전면 개작한 것으로, 철저하게 세자 이선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세상의 문(뒤주)이 닫히던 첫째 날부터 분노도, 살의도, 증오도, 복수의 칼날도 사라져버리는 마지막 날까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영화 ‘사도’의 전개 방식과 유사하다.

    한편 ‘영조와 사도’의 저자 김수지는 처음부터 ‘300년 전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도세자를 위한 진혼곡’을 쓰겠다고 작정했다. 이복형인 경종을 살해하고 즉위했다는 논란에서 숙종의 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논란까지 평생 취약한 정통성 문제로 시달렸던 영조가 왕권 강화를 위해 세자를 이용하고 살해했다는 것. 그 배경에는 영조의 즉위를 반대하거나 찬성하지 않았던 소론세력이 있다. 영조는 소론세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탕평책을 썼고 세자는 탕평책의 선전용으로 훈육됐지만, 소론세력을 몰아낸 ‘을해옥사’ 이후 세자의 존재는 왕권 강화의 걸림돌이자 눈엣가시가 됐으며, 이를 알아챈 노론 벽파의 모함과 부추김도 세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데 한몫했다는 해석이다. 김수지는 사도세자의 정신병 논란에 대해 “가해자들을 지독하게 온정적으로 옹호하고 피해자게 되레 혹독하게 비난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영조와 사도’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영조에 의한 정치적 살인으로 해석하고 아들을 질투한 아버지, 아들을 의심한 아버지, 마침내 아들을 죽인 아버지로 영조를 바라본다. 물론 반론도 있다. 임오화변의 주요 원인은 당쟁이 아니라 사도세자의 광증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당쟁이라는 정치투쟁보다 부자간 인정투쟁에 집중한 영화 ‘사도’의 손을 들어준다. 그러나 정작 이준익 감독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시나리오에는 노론과 소론 간 갈등뿐 아니라 사도세자를 왕으로 추숭해야 한다는 영남 유생들의 만인소와 관련한 내용도 있다. 상업적으로 불리하다고 해서 그 부분을 뺐는데 그게 제일 아깝다”고 했다. 아버지가 자신이 죽인 아들에게 생각할 사(思), 애도할 도(悼) ‘사도’라는 시호를 내리는 253년 전 역사의 아이러니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묻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아버지 손에 죽은 아들, 아들을 죽인 아버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남한강편

    유홍준 지음/ 창비/ 448쪽/ 1만8000원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이 시작되는 강원 영월부터 경기 남양주 양수리 두물머리까지 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풍경과 문화유산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동안 이처럼 가까이에 비경이 있는 줄 몰랐다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저자의 8번째 답사기에 실린 영월, 단양, 제천, 충주, 원주, 여주 코스를 다 돌아도 4박5일이면 충분하다.

    아버지 손에 죽은 아들, 아들을 죽인 아버지
    나는 나를 기억한다 1, 2

    최인호 지음/ 여백/ 1권 284쪽, 2권 280쪽/ 각 권 1만3800원


    인간 최인호는 세상을 떠났지만 책 출간은 계속된다. 최인호의 문학적 자서전에 해당하는 이번 책은 그가 이미 7년 전 구상해 죽기 전 제목까지 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1부 ‘시간이 품은 나의 기억들’에서는 해방둥이로 태어난 작가의 내밀한 인생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2부 ‘시간이 품은 나의 습작들’에서는 초교 6학년 때 쓴 동시부터 대학시절 육필 원고까지 젊은 날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아버지 손에 죽은 아들, 아들을 죽인 아버지
    양의 노래

    가토 슈이치 지음/ 이목 옮김/ 글항아리/ 552쪽/ 2만5000원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참여지식인인 저자(1919~ 2008)의 자서전으로, 일본에서 출간돼 40쇄 넘게 찍은 스테디셀러다. 한국어판은 1966년과 67년 ‘아사히저널’에 연재한 내용과 99년 미국 출판사의 요청으로 쓴 ‘양의 노래 그 후’를 함께 묶은 것이다. 평생 출세와 영달보다 지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지식인으로 살았지만, 만년에 오에 겐자부로 등과 함께 ‘9조 모임’을 만들어 일본 평화헌법 수호 운동에 헌신하기도 했다.

    아버지 손에 죽은 아들, 아들을 죽인 아버지
    내일까지 5분 전

    혼다 다카요시 지음/ 양억관 옮김/ 블루엘리펀트/ 406쪽/ 1만3000원


    소설 속 ‘나’는 일란성 쌍둥이의 언니인 가스미와 사랑에 빠지지만 가스미는 여동생 유카리와 여행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2년 후 ‘나’는 유카리의 남편 오자키로부터 함께 살고 있는 여자가 유카리가 아닌 것 같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지난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한 미스터리 로맨스.

    아버지 손에 죽은 아들, 아들을 죽인 아버지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

    시진핑 지음/ 차혜정 옮김/ 와이즈베리/ 564쪽/ 2만8000원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중국은 전 세계인에게 경이로움과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요 연설, 담화, 발언, 문답 등 79편 글을 통해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기조와 국정운영 전반에 걸친 새로운 사상, 새로운 관점, 새로운 명제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아버지 손에 죽은 아들, 아들을 죽인 아버지
    코리안 쿨

    유니 홍 지음/ 정미현 옮김/ 원더박스/ 320쪽/ 1만4800원


    미국 시카고에서 유년시절을, 한국 강남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외부자의 시선과 내부자의 공감을 동시에 갖게 된 저자가 ‘한국이 언제부터 대중문화 강국으로 전면에 나서게 됐을까’를 추적한 논픽션. 나프탈렌 냄새를 풍기던 공중화장실이 당연했던 1980년대 중반 한국과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전 세계에 한류를 전파하는 한국을 비교하며 문화강국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아버지 손에 죽은 아들, 아들을 죽인 아버지
    지낭

    풍몽룡 지음/ 문이원 옮김/ 동아일보사/ 528쪽/ 2만 원


    명나라 말기 문장가 풍몽룡이 요순시대부터 전해오는 지혜와 관련한 1200여 가지 이야기를 뽑아 주제별로 엮은 책이 지혜의 주머니란 뜻의 ‘지낭(智囊)’이다. “지혜의 우열을 따질 뿐, 사람 됨됨이의 우열을 따지지 않는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풍몽룡은 인품과 재능을 별개로 봤으며 유용한 지혜라면 누구의 것이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는 실용주의자였다.

    아버지 손에 죽은 아들, 아들을 죽인 아버지
    옹정황제 전 4권

    얼웨허 지음/ 홍순도 옮김/ 더봄/ 1권 304쪽, 2·3권 296쪽, 4권 280쪽/ 각 권 1만2000원


    중국 ‘역사소설의 황제’로 불리는 저자는 청나라 황금기인 강건성세(康健盛世)를 다룬 ‘강희대제’ ‘옹정황제’ ‘건륭황제’ 등 이른바 ‘제왕삼부곡’ 시리즈를 써서 1억 부 이상 판매했다. 옹정제는 궁중정치에서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철칙을 체득하고, 45세에 집권하자마자 경쟁자였던 형제들을 처형하며 강력한 황권을 구축한 인물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옹정황제의 개혁과 처세술을 반부패개혁의 모델로 삼아 더 유명해졌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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