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석 UPF 한국회장 [조영철 기자]
2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댄 버튼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 공동의장(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환영사가 울려 퍼졌다. “북핵 문제 등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사안들은 인류가 힘을 합해 대처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참가자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이날은 세계 74개국 250명의 전·현직 국회의원 등 각국 지도자 450여 명이 참석한 ‘IAPP 2018 국제컨퍼런스’가 열린 날.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세계 국회의원들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대륙별 국회의원 대표들의 발표와 참가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사안들의 해결 방안을 모색한 뒤 ‘동북아 평화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대한민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의 실질적인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평창에 이어 개최될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동북아 번영과 세계평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한중일 정상과 국회가 적극 공조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450여 명의 각국 지도자가 참석한 이날 IAPP 컨퍼런스를 준비한 이는 송광석 천주평화연합(Universal Peace Federation·UPF) 한국회장이다. 그는 2월 28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유엔 총회처럼 각국 정치·종교 지도자가 지구촌 평화를 주제로 토론하고, 북핵 위협 속에서 대한민국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학 박사인 송 회장은 통일부 통일교육협의회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중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통일 전문가’로 꼽힌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2월 19일 각국 지도자가 대한민국 국회에서 ‘동북아 평화선언문’을 채택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각국 지도자가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냈고, 이러한 목소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게도 전달됐다. 그동안 북한 핵 개발과 북·미 갈등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그나마 남북한의 전향적 태도로 잘 마무리한 만큼 이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020 도쿄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연이어 열리는 만큼 ‘올림픽’이라는 공통 주제로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도 촉구했다. 동북아에서 3회 연속 올림픽이 열리는 건 하늘이 준 기회 아닌가. 남북 평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그려보자는 의미도 담겼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각국 정치·종교 지도자가 모여 세계평화에 대해 토론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소득이다.”
선언문 채택 외에 컨퍼런스에서는 어떤 토론이 있었나.
“세계 각국 정치·종교 지도자가 ‘동북아시아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IAPP의 비전과 역할’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고, 한중일 정상과 국회가 적극 공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올림픽을 매개로 동북아 현안, 즉 한일 해저터널 건설, 한반도 종단철도와 유라시아철도를 연결하는 ‘피스로드(Peace Road) 프로젝트’ 협약 체결 등도 제안했다. 일본군 위안부와 평화의 소녀상 문제로 틀어진 한일관계를 해저터널 건설이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양국관계를 풀어보자는 비전을 제시한 거다. 한일 해저터널은 초광역경제권 형성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일본 전국 43개 현(縣·우리나라 도(道) 개념) 가운데 40개에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지지하는 모임’이 결성된 만큼 양국관계 개선과 경제발전, 고용창출을 위해서라도 건설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양국 국회의원도 함께 모여 이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했다. 호텔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런 토론이 이어지고 선언문도 채택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 의원
IAPP 2018 국제컨퍼런스는 UPF가 주최한 ‘국제지도자회의(International Leadership Conference·ILC) 2018’ 행사의 하나로 열린 특별 세션이었다. 2월 18〜22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ILC 2018’은 ‘지속하는 평화세계의 구축 : 상호의존, 공동 번영 및 보편적 가치(Building a World of Lasting Peace: Interdependence, Mutual Prosperity and Universal Values)’를 주제로 전체 6개 세션으로 나뉘어 열렸는데 세계 80여 개국 정치·종교·학술·언론·경제·시민사회 지도자 550명 이상이 참석해 종교 지도자의 역할, 동북아와 중동의 갈등 문제 해결, 주요국 간 갈등 이슈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컨퍼런스나 선언문 채택이 ‘선언적 의미’로만 그치는 건 아닌가.
“세션마다 참석자 모두에게 발표할 기회를 준다. 각국 지도자는 자국이 처한 상황에서 공감하는 주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주제도 있지만, 서로 문제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북한 등 이해당사국에 일관된 목소리를 전달한 것도 의미가 있다. 각국 지도자는 귀국 후 법안을 만들거나 외교 전면에 나설 때 이러한 문제 공유와 이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지난해 행사 때는 (양국 국경을 가르는 하천 소유권 문제로) 사이가 엄청 나쁜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 국회의원 대표들이 한자리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앙숙’이라 해도 인접 국가 국회의원끼리 식사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두 나라 대표는 처음엔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죽하면 ‘식사자리 등에서 (상대국 의원을)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그러나 IAPP 코스타리카 회장이 남미 대표로 주제 발표를 하면서 ‘니카라과 국회의원들 계시면 나와달라. 평화를 주제로 행사에 참석한 만큼 (양국부터) 협력의 롤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해 큰 박수를 받았다. 양국 의원들은 다음 날부터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며 서로 풀고 조금씩 협력해 나갔다. 비정부기구(NGO) 영역에 들어오니 그동안 풀지 못한 갈등과 분쟁도 풀리더라.(웃음) 아프리카 세네갈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세네갈에서?
“1월 세네갈에서 UPF 주최로 비슷한 행사를 했다. 세네갈 대통령이 직접 초청장을 보내 각국 전직 대통령이 참석했고, 세네갈 전국의 족장협의회 소속 족장 1200여 명도 함께 자리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세네갈에 적용할 것인가’를 논의하다 도로 등 교통망 건설의 중요성이 부각됐는데, 아프리카 공동발전을 위해서라도 국가 간 장벽을 허무는 ‘피스로드’를 건설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서로를 잇는 도로를 만들면서 지역마다 크고 작은 종족 갈등이나 이웃국과 분쟁 등을 해결하자는 의미였다. 서로 벽을 쌓지 말고 길을 내 공동번영하자는 데 뜻을 모은 거다.”
“고려연방제만 말하는 北 대학생”
2월 19일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피스로드 2018 세계 출발식’에는 각국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세계평화를 기원했다. [사진 제공 · UPF]
“그렇다. 비슷한 의미다. 세계 대륙을 대표하는 16명이 국회 잔디광장에서 자전거를 타며 지구촌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지구촌 130개국에서 일제히 자전거와 자동차, 도보 종주 등 나라별 평화 대장정이 펼쳐진다. 2015년에는 120개국 참가자들이 칠레 산티아고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희망봉에서 각각 출발해 93일간 달려 서울에서 만나는 행사를 가졌지만, 올해는 각국 주요 도시에서 각각 피스로드의 날을 정해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IAPP 아시아 의원들이 평양에 갔는데, 평양도 피스로드 행사 참여에 긍정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적절한 시기에 남북이 함께 행사를 가졌으면 좋겠다.”
송 회장은 다양한 단체에서 통일운동을 펼치고 있다. 계기가 뭔가.
“1994년 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대학생평화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많이 느꼈다. 93년 1차 북핵 위기로 남북 간 돌파구가 필요했고, 북핵 6자회담 참가국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이 만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때 박종철 김일성종합대 교수 등 교수 3명과 북한 출신 모스크바 유학생 23명이 참여했으며, 각국 대학생과 만나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행사를 진행할 때 북한 교수들이 맡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여권을 보니 분단의 현실이 느껴지더라. 그해 6월 25일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제대학생과학평화세미나를 열어 ‘민족 동질성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학생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 시간을 가졌다. 이후 99년까지 5차례 이런 행사를 개최해보니 북한 학생들은 한국과 세계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고, 통일 방안도 북한 측 의견인 고려민주연방제만 말하더라. 그래서 통일부 통일교육협의회 활동과 학교 통일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교육을 통해 다양한 통일 방안을 비교하고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IAPP와 UPF는…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은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국가 간 영토 분쟁과 테러, 종교·인종 갈등, 기후변화와 빈곤 문제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2016년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에 의해 결성됐다. 지난해 2월에는 113개국 현직 국회의원 450명이 참가해 IAPP 총회를 개최했고, 각국 지도자는 북한 핵무장에 반대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올해는 74개국 정치·종교 지도자를 아울러 국회에서 특별 세션을 열었고, 10개국은 대사가 참석했다. 천주평화연합(UPF)은 문선명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2005년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센터에서 100개국 종교 지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설립한 국제평화 비정부기구(NG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