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CNIEL), 소펙사]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리바로(Livarot)다. 오렌지색의 말랑말랑한 연성치즈인데,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치즈를 소금물에 헹구고 부드럽게 솔질을 해 숙성을 촉진한다. 그럼 속은 부드럽고 촉촉하지만 진한 향과 독특한 반전의 맛을 갖게 된다. 요리에 조금만 넣어도 주인공이 될 만큼 강렬한 매력을 가진 치즈다. 리바로는 살짝 굽거나 녹이면 풍미가 훨씬 좋아진다. 감자, 콜리플라워, 아스파라거스처럼 구수한 맛의 채소나 해산물과 아주 잘 어울린다.
브리(Brie)는 보송보송하고 쫄깃한 외피 안에 크림 같은 소가 가득 든 연성치즈다. 흔히 접하는 손바닥만 한 것이 아닌, 지름 36~37cm의 브리를 맛보는 편이 좋다. 시큼한 첫 향과 구수하고 진한 맛이 독보적이다. 치즈 특유의 발효향이라기보다 꽃이나 열매향을 더한 듯 기분 좋은 풍미가 난다. 피자처럼 큼직한 덩어리를 먹는 재미도 남다르다. 브리는 신선한 과일이나 샐러드와 곁들여도 맛나고, 빵이나 수프에 조각조각 올려 먹어도 맛있다.
여러 와인과 두루 곁들이고 싶다면 미몰레트(Mimolette)와 콩테(Comte^)를 선택하자.
미몰레트는 오렌지색과 부드러운 풍미가 네덜란드 에담 치즈를 닮아 ‘프렌치 에담’으로 불린다. 실제로 에담 치즈의 레시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적당히 단단한 반(半)경성치즈라 깔끔하게 잘라 견과류 또는 달콤한 과일과 곁들이면 디저트나 안주로 손색없다. 3개월, 12개월 숙성 등 두 종류가 있는데 아무래도 고소하고 진한 맛은 오래 숙성된 것이 한 수 위다.
콩테는 살균하지 않은 생우유로만 만드는 경성치즈다. 유청을 뺀 커드를 눌러서 가열해 만드는 만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밀도가 높아 씹을수록 구수하고 다양한 향이 느껴져 그대로 많이 먹는다. 큐브 모양으로 큼직하게 썰어 먹거나, 도톰하게 잘라 살짝 구우면 쫀득쫀득 맛있고, 잘게 썰어 음식의 가니시로 올려도 좋다. 같은 콩테라도 숙성 기간별로 개성이 다르다.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블루치즈인 블뢰 도베르뉴(Bleu d’Auvergne)가 빠지면 아무래도 섭섭하다. 치즈가 응고될 때 푸른곰팡이 포자를 주입해 숙성시킨 것으로 크리미한 질감에서 풍기는 강렬한 향과 맛은 다른 치즈와 비교불가다. 꿀, 잼, 말린 과일, 견과류 등을 곁들여 한입 먹으면 ‘으음~’ 소리가 가슴 깊이에서부터 올라온다.
가을엔 역시 치즈다. 11월 17일부터 23일까지 ‘유러피안 치즈 위크’가 여러 레스토랑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