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0

..

북한

김정은 왜 사라졌나

이달 들어 한 차례만 공개 행보…트럼프 동북아 순방 앞두고 평양에 은신한 듯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hoon@donga.com

    입력2017-10-20 18:45:58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정은이 사라졌다.’

    북한을 관찰해온 사람들 사이에서 요즘 화제는 이것이다. 9월 30일 한 농장을 방문한 이후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대중 앞에 나서지 않고 있다. 10월 13일 개교 70주년을 맞은 만경대혁명학원 방문이 예외일 정도로 숨어 지내는 것이다. 정보기관 한 관계자는 “김정은이 평양에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 한반도로는 두 척의 미국 항모전단이 달려오고 있다. 이에 앞서 원자력잠수함(원잠)이 먼저 활동한다. 원잠이 기뢰나 적 잠수함 등 위험물이 없다는 걸 확인해줘야 항모전단이 들어온다. 10월 10일 우리 언론은 나흘 전 경남 진해항에 미국 LA급 원잠인 투싼함이 입항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여러 척의 LA급 원잠이 한반도 수역에 전개돼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성동격서 전술 구사?

    9월 14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은 공격원잠인 지미카터함이 해적선 깃발을 달고 워싱턴 주 키트삽 기지로 귀환했다고 보도했다. 비밀 임무를 완수한 잠수함이 해적선 깃발을 올리고 귀환하는 전통은 1914년 독일 전함을 격침한 영국 E-9 잠수함에서 유래했다. 미국 매체들은 지미카터함이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해저 광섬유 케이블 도청에 성공했거나 세 나라의 해양 전력 배치 상황을 수집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9월 23일 밤 미국 공군은 레이더에 잡히는 B-1 전략폭격기와 F-15C 전투기 등을 ‘보란 듯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으로 투입했다. 10월 10일 밤에는 한국 공군 F-15K의 엄호를 받는 미 공군의 B-1 전략폭격기가 동해에서 공대지순항미사일 발사 연습을 한 뒤 휴전선 남쪽을 통과해 서해에서 같은 훈련을 하고 괌으로 돌아갔다.

    관계자들은 미 공군이 성동격서(聲東擊西) 작전을 구사했다고 보고 있다. 비(非)스텔스기인 B-1과 F-15로는 북한 레이더를 분주하게 만들고, 다른 쪽으로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B-2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 F-35 전폭기를 집어넣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으로선 레이더에 잡히는 것은 없는데, 요란한 비행음이 들려오면 놀랄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상대할 모든 군사옵션을 갖고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서울에 심각한 위협을 주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군사옵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옵션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가 참수작전이다. 달 없는 밤 오산기지라면 ‘델타포스’, 항모라면 ‘데브그루’를 태운 MH-47 특수헬기 편대를 해면에 바짝 붙는 초저공비행으로 북한에 침투시키는 것이다. 초저공비행은 북한 레이더에 피탐(被探)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들을 돕고자 미 공군은 급유기 여러 대를 미리 띄워놓는다. 미 공군은 급유기들이 북한 레이더에 탐지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NLL 이북으로 비스텔스기 편대를 보내는 작전도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괌이나 일본 오키나와에서 날아왔으니 공중급유를 받아야 한다. 급유를 받은 이 편대는 북한의 대응이 있으면 바로 응전한다는 목표를 갖고 NLL 이북으로 날아가 북한을 자극한다. 그때 저공비행 중인 급유기들이 MH-47 편대에 몰래 급유를 한다.

    그리고 스텔스기로 편성된 편대를 평양으로 집어넣어 주석궁 등 몇몇 표적을 공격한다. 레이더에는 나타나는 것이 없는데 항공기 공격이 시작되면 북한은 스텔스기를 찾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그때 MH-47 편대가 목적지에 안착해 작전에 들어간다.

    북한을 관찰해온 소식통들은 “주석궁 등이 있는 평양 시내에는 전략시설이 없다”고 한다. 유사시 김정은은 평양 외곽 삼석구역의 국사봉 지하에 만들어놓은 비밀 지휘소 ‘철봉각’으로 숨거나 순안비행장 인근으로 몸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철봉각은 순수 지휘소에 가깝지만 순안비행장 인근에는 각종 전략무기가 숨겨져 있다.



    미치광이 전술 vs 벼랑 끝 전술

    8월 29일과 9월 15일 북한은 이동식 발사차량(TEL)의 이동 없이 순안비행장에서 갑자기 미사일을 쐈다. 그곳에 미사일을 숨겨놓고 있었던 것이다. 원산, 구성 등에서 미사일을 쏘는 것을 김정은이 참관하려고 달려가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김정은의 이동을 확인한 미군이 프레데터 같은 무인기로 쥐도 새도 모르게 참수폭격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기는 스텔스 기능이 좋은 데다 장시간 대기 비행을 할 수 있으니 참수작전 무기로는 최고다. 그러나 표적 인물을 생포하거나, 사살 후 시신을 갖고 나오거나, DNA라도 채취해 올 필요가 있으면 델타포스나 데브그루를 투입해야 한다.

    둘째는 방어 후 응징타격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SM-3 등으로 요격하고, 바로 토마호크와 ALCM(항공기 발사 순항미사일), ATACMS(에이타킴스·육군용 단거리미사일) 등을 발사해 그 미사일 발사지와 전략시설들을 동시에 타격해버리는 것이다.

    이라크전쟁 이전부터 미군은 ‘마비전’과 ‘네트워크 중심 작전’ ‘효과 중심 작전’ 능력을 갖추는 데 주력해왔다. 사령부와 통신기지를 제일 먼저 파괴하는 것이 마비전과 네트워크 중심 작전이다. 이들이 파괴되면 일선 부대들은 지령을 받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효과 중심 작전은 가장 큰 일선 부대부터 파괴하는 것이다. 큰 기지부터 ‘원샷-원킬’로 없애버리면 작은 기지에 있는 적은 겁을 먹어 조기에 무너질 수 있다. 그때 형성된 공포심 탓에 북한은 효과적인 대응 작전을 펼치지 못할 것이다.

    셋째는 예방타격이다. 미군은 북한에서 반드시 제거해야 할 표적을 1000개 정도 선정해놓았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멈추지 않으면 미군은 영변 핵시설이나 미사일 발사 장소, 핵실험장 등 몇 개를 일시에 파괴해버린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자 핵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미국은 이를 간파했기에 북한을 상대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대화를 강조할 때마다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42km를 달려와 195m를 남겨놓은 것이 북한이다. 북한은 기진맥진하면서도 속으로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데, 미국은 ‘평화협정 웃기고 있네. 네가 개발한 핵·미사일을 쏠 테면 쏴봐’라며 다시 42.195km를 뛰어올 것을 명령하는 것이다.”

    그는 이어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트럼프 대통령은 미치광이 전술로 대응하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활용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돕는 것을 악착같이 억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주장해온 중국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통상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순방 때까지 전략자산 동북아 집결

    김정은을 향한 미국의 압박은 11월 5일 일본, 7일 한국, 8일 중국, 10일 베트남, 12일 필리핀, 13일 귀국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 국가를 방문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개국 정상이 미국의 판단을 따라오게 하는 담판을 벌여야 하니 동북아에 최고의 전략자산을 배치한다.

    한 소식통은 인도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니미츠 항모가 임무 교대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한반도 수역으로 들어와 트럼프의 순방을 엄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게 위세를 펼쳐놓고 ‘쏠 테면 쏘라’며 김정은을 자극하는 작전을 거듭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조심’은 한다. 과거 한국을 방문한 역대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을 방문했는데, 트럼프는 가지 않는다. 북한의 역(逆)참수작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북한을 관찰하는 소식통들에 따르면 요즘 중국에서 평양으로 가는 비정기 비행편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는 북·중 간 모종의 협상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와 19대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를 통해 새 지도부를 짠 뒤 트럼프가 방중을 하게 되는데, 그때 북한이 도발하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북한에 모든 압력을 넣고 있으며, 북한은 대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내세워 대북 경제지원을 막고 있으니 중국 정부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고자 친중 성향이 강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에게 설득을 부탁했다고 한다. 10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함께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를 만났다. 이에 소식통은 “트럼프를 만날 수 있는 키신저도 하지 못하는데, 트럼프를 만나지 못하는 갈루치가 트럼프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북아에 전략자산을 최대한 모아놓고 ‘쏠 테면 쏘라’며 북한을 건드는 미치광이 전술을 펼치면서 동북아 순방을 한다. 과거에는 미·북은 물론이고 중·북, 일·북, 남북관계를 다독여놓고 대통령이 순방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 상황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술은 성공할 것인가.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전략자산이 돌아간 다음 도발하려고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동북아의 하늘에 계속 먹구름이 끼어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