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2

2022.06.03

1990년대를 대하는 신선한 방식, NCT 드림의 ‘Beatbox’

[미묘의 케이팝 내비] ‘음악과 자신에 몰두해 흥에 겨운 소년들’로 1990년대 표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2-06-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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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T 드림이 정규 2집 리패키지 음반 ‘Beatbox’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NCT 드림이 정규 2집 리패키지 음반 ‘Beatbox’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미국으로 보이는 어느 공터에서 현지인들이 북적이는 가운데 한국인 아티스트가 노래와 춤을 시작한다. 꽤 오랜만에 보는 이미지다. 케이팝의 미국 진출이 아직 꿈인 15년 전 ‘미국에서도 인정받을’ 아티스트의 이미지로 종종 등장하던 모습이다. NCT 드림의 뮤직비디오 도입부다.

    곡의 진짜 배경은 30년 전이다. 미국 고교의 복도와 방송실을 배경으로 삼은 뮤직비디오부터 스트리트 매거진과 팬진(fanzine: 팬이 만드는 독립잡지)이 교차하는 듯한 부클릿의 레이아웃까지 모든 것이 집요하게 1990년대다. 몽글몽글하거나 뾰족한 글씨체, 과장된 색감과 어안렌즈(180도 화각의 렌즈), 과하게 날린 흰 배경에 마치 잡지에서 오려낸 듯한 인물들과 매직펜으로 이리저리 낙서한 스크랩북 같은 연출이 눈에 띈다. 여기에 하드웨어 신시사이저와 연습실, 휴대용 게임기, 쉐보레 픽업트럭, 붐박스 등 이 모든 게 호출하는 것은 1990년대라는 시대라기보다 ‘1990년대 대중음악’이다. 즉흥적이고 개인적인 동시에 선언적이던 아마추어리즘이 두드러진 시대였다. 힙합 팬과 록 팬이 추억해 마지않는 신선한 감각을 희구하던 MTV가 새로운 조류의 음악들을 생경한 이미지로 끝없이 길어 올리던, 바로 그 세계다.

    ‘올드스쿨 힙합’적인 가사

    그러나 NCT 드림에게는 1990년대가 매력적인 레트로 대상에 국한돼 보이진 않는다. 처음부터 이들은 케이팝 아이돌의 정수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하는 팀이었다. 교사를 짝사랑하는 여학생, 연애 감정에 벅차 당황한 소녀, ‘아직 졸업하지 않은’ 미성숙하고 어린 존재로서 아이돌 등 케이팝의 전형성을 성별 반전한 것이 이들의 디스코그래피에 가득하다. 일종의 비틀림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성 팬에 의한 남성 아티스트의 대상화에서 케이팝 아이돌이 출발했다고 한다면, NCT 드림의 비틀림은 차라리 ‘케이팝 역사 바로잡기’가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케이팝 관점에서 1990년대라는 시간은 돌이킬 수 없으므로 결국 도달할 수 없는 원류이자, 가상으로라도 점령하고자 매번 전력투구할 본토다. 그 과정에서 태어나는 혼종이 케이팝의 출발점이자 역사다. 그래서 때로 케이팝이 다루는 1990년대는 나이 든 기획자가 21세기 케이팝으로 젊은 날의 한풀이를 하는 듯한 묘한 질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또는 더 젊은 세대의 음악적 언어를 방해하는 도그마처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Beatbox’는 재미있다. 보도 자료는 곡을 ‘올드스쿨 힙합’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두드러지는 R&B 요소나 싱그러운 멜로디, 신시사이저의 질감 및 운용은 틴팝의 전형성에 더 부합한다. 사랑보다 음악적 흥겨움을 표현하는 가사가 ‘올드스쿨 힙합’적인지도 모르겠다. 이 곡을 구성하는 다양한 면면 중 사운드는 레트로가 가장 덜 두드러지는 영역일 듯하다. 곡의 가장 인상적인 훅(hook)을 속삭이는 목소리로 연출하거나, 흔히 강렬한 고음으로 뻗을 법한 브리지의 끝을 멤버 천러의 가성으로 더없이 유려하게 처리하는 등 곡은 착실히 새로움을 담보함으로써 현재를 지키려 한다.



    이 장난스럽고 애교스러우며 상큼한 곡에서 NCT 드림은 ‘음악과 자신에 몰두해 흥에 겨운 소년들’로 그려진다. 그것은 바로 곡이 표현하는 음악 시대로서 1990년대의 표상이고, 또한 NCT 드림이 이번에 제안하는 아이돌 보이그룹의 정수다. 사운드의 레트로와 사운드 외적 요소에 집중하는 레트로, 어느 것이 더 표피적이고 페티시즘적인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과거 시대상을 메시지로 소화하는 ‘Beatbox’는 1990년대를 대상화하는 신선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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