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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가 사랑하는 고래, 지구온난화 해결사

[궤도 밖의 과학] 연간 몇 톤씩 이산화탄소 흡수해 몸속에 저장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nasabolt@gmail.com

‘우영우’가 사랑하는 고래, 지구온난화 해결사

수염고래아목에 속하는 혹등고래. [GETTYIMAGES]

수염고래아목에 속하는 혹등고래. [GETTYIMAGES]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고래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ENA]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고래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는 고래를 통해 세상을 창의적으로 이해하는 독특한 방식의 소통을 한다. 드라마 인기 덕분에 대중 사이에서 고래에 대한 애정도 점차 커지고 있다. 고래 하면 막연히 거대한 물고기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고래는 물고기가 아니라 인간처럼 물 밖에서 살아가던 포유류다. 전 세계에 100여 종이 분포하며, 본래 땅 위를 누비며 살다 복잡한 이유로 수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과정에서 진화라는 거대한 흐름은 고래를 우리에게 친숙한 물고기와 비슷한 형태로 조금씩 바꿔나갔다. 고래는 비록 앞발과 꼬리가 지느러미처럼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가미가 아니라 물 위로 올라와 허파로 숨 쉬고, 알 대신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이는 동물이다.

고래 개체수 급격히 감소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 대왕고래. [GETTYIMAGES]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 대왕고래. [GETTYIMAGES]

고래는 일반적으로 포유강 고래목에 속하는 동물을 통칭한다. 크게 구분하면 수염고래아목과 이빨고래아목으로 나눌 수 있는데, 먹이를 먹는 방식에 조금 차이가 있다. 우선 수염고래아목은 이름처럼 얼굴에 수염이 있어서 먼저 대량의 물을 빨아들이고, 수염 덕분에 걸러진 크릴을 맛있게 섭취한다. 사람들이 국밥을 먹을 때 뜨끈뜨끈한 국물을 먼저 시원하게 들이켜고 남은 건더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방식과 비슷하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혹등고래나 북극고래, 대왕고래 등이 수염고래아목에 속한다. 특히 흰긴수염고래로도 불리는 대왕고래는 몸길이가 30m 가까이 되고, 몸무게는 190t에 달한다. 현재뿐 아니라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거대한 공룡이 돌아다니던 중생대 쥐라기 후기에도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었을 것이다.

물고기뿐 아니라 포유동물까지 잡아먹는 범고래. [GETTYIMAGES]

물고기뿐 아니라 포유동물까지 잡아먹는 범고래. [GETTYIMAGES]

이빨고래아목은 작은 물고기부터 거대한 포유동물까지 사냥해 잡아먹는 미식가다. 맛있어 보이는 먹이를 따라가 특유의 강인한 이빨로 잡아먹다 보니 ‘아재’ 식성의 수염고래아목에 비하면 좀 더 날렵하고 호전적인 인상을 준다. 이빨고래아목에는 똑똑한 범고래와 거대한 향유고래가 속한다. 특히 수컷 향유고래는 자신보다 스스로 뱉어놓은 토사물인 용연향이 더 유명하다. 향수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용연향은 워낙 비싸게 팔려서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종류를 구분하며 이름을 불러보니 이렇게 친숙한데, 슬프게도 평소 고래를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머나먼 바다에 있는 데다 오래전부터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포경위원회가 포경을 금지한 지도 벌써 36년이 흘렀지만 한번 무너진 생태계 균형은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사라진 고래를 다시 되살릴 필요가 있을까.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지구 반대편 친구를 위해 왜 힘들게 노력해야 할까. 지금부터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최근 고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인류에게 큰 위협인 코로나19로 세상에 적막이 흐르자, 멸종 위기에 처했던 암컷 범고래 3마리가 캐나다 인근 해역에서 임신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1970년대에는 100마리 가까운 숫자가 살고 있었지만, 현재는 74마리만 남은 범고래 개체수는 매년 더 줄고 있다. 어선과 충돌하거나 해양오염으로 사망하기도 하고, 먹이가 줄어들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새끼 고래의 사망률이 40%에 달하는 현시점에서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로 회복된 해양 생태계

남방참고래(남방긴수염고래)가 50년 만에 남극으로 돌아왔다는 소식도 있다. 이들은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고래로, 수영 속도가 워낙 빨라 포경을 잘 피해왔지만 발달하는 사냥 기술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1905년부터 포경이 금지되기 직전까지 남방참고래는 남반구에서 매년 1만 마리씩 잡혀 72만 마리가량이 사라지고 2000마리 정도만 살아남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아 있던 남방참고래마저 남극을 다 떠났다. 다행히 최근 150마리에 달하는 남방참고래가 크릴 떼를 삼키고 수증기를 허공으로 뿜어내는 장관이 BBC 자연다큐멘터리 촬영팀의 드론에 담겼다. 이것은 남극의 해양 생태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잃어버린 친구를 되찾은 상황에 비할 수 있을 만큼 매우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고래가 늘어나는 현상은 지구온난화와 아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지구 온도를 적당히 올리는 온실효과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만, 온실가스로 인해 온실효과가 과도해지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는 지구온난화가 발생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충분히 줄이지 않을 경우 50년 안에 세계 인구 3분의 1에 해당하는 35억 명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과 맞먹는 험난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탄소중립 캠페인이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또한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등 대책들도 제시되고 있다.

고래가 사냥을 당해 죽으면 고래 몸속에 있는 많은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빠져나와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뉴시스]

고래가 사냥을 당해 죽으면 고래 몸속에 있는 많은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빠져나와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뉴시스]

그런데 놀랍게도 지구에는 훌륭한 온실가스 해결사가 살고 있다. 바로 거대한 바닷속 고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고래를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 생명체로 꼽는다. IMF는 고래 한 마리가 환경적으로 이바지하는 가치가 24억 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저 커다란 포유류로만 알고 있던 고래가 어떻게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핵심 생명체가 됐을까.

기후위기에 도움을 주는 고래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절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다. 온실가스 중에서 가장 조절하기 좋은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다. 사실 온실가스 효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체는 수증기다. 온실가스와 관련된 주요 4대 기체의 기여도 비율은 수증기 72%, 이산화탄소 9%, 메테인 4%, 그리고 오존 3%다. 다만 대기 내 수증기량은 인간이 배출하는 양이 아니라 주로 기온에 의해 조절된다. 수증기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대기 잔류 기간이 10일 정도밖에 안 되고 대부분 자연적으로 만들어져 장기적인 온실효과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인위적인 수증기의 영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그다음으로 많은 기여를 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우선으로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경이롭게도 고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석연료를 태우면 대량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바다를 산성화화기 때문에 육지 생명체뿐 아니라 바닷속 생명체들의 생존도 위협받는다. 일반적으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살아가면서 몸속에 이산화탄소를 조금씩 축적한다. 고래는 워낙 몸집이 크다 보니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체내에 저장한다. 고래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양은 연간 몇 톤이 넘는다. 나무 한 그루가 아무리 많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해도 최대치가 22㎏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특히 체내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대왕고래 한 마리는 평생 이산화탄소를 평균 33t가량 흡수하는데, 시간이 흘러 바닷속에서 자연사하면 그대로 몸속에 탄소를 수백 년간 가둔 채 심해를 떠돌아다닌다. 하지만 사냥으로 고래를 죽이면 대량의 탄소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지난 100년간 포경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1억t 이상으로 추정된다. 포경은 고래 개체수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정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지만, 온실가스를 퍼뜨려 지구 환경 자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지독한 행위다.

플랑크톤 영양 공급처, 고래 배설물

고래는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능력만 있는 게 아니다. 고래 배설물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엄청난 양의 철이 포함돼 있다. 같은 양의 바닷물과 비교해보면 고래 배설물에는 철 성분이 무려 1000배나 많다. 다른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하는 고마운 존재다. 또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할 수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에 철 성분을 충분히 공급해 더 많이 자랄 수 있게 도와주면 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쇳가루 등을 남극해 같은 극지방에 뿌리면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이런 위기의 순간에 다시 고래가 등장한다. 고래 배설물에 철 성분이 많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듬직한 녀석들은 망망대해를 누비며 먹이를 먹고 배설한다. 즉 고래는 환경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매우 자연스럽게 철 성분을 식물성 플랑크톤에 공급하는 최적의 생명체인 것이다.

고래를 늘리는 건 단순히 고래를 위해서가 아니다.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인간이 지구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시기를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이기적 관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래도 조금이나마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인간이 고래에게 대단한 은혜를 베푼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래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회복돼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새로운 해결사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인간이 없었다면 훨씬 행복했을 고래들의 생존을 응원하는 건 어떨까.





주간동아 1351호 (p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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