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5

2013.12.02

이상화·김연아 소치를 부탁해!

만반의 준비와 훈련, 2014 소치동계올림픽 2연패 전망 밝아

  • 홍재현 스포츠동아 스포츠 1부 기자 hong927@donga.com

    입력2013-12-02 11:1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상화·김연아 소치를 부탁해!
    ‘빙상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와 ‘피겨여왕’ 김연아(23·올댓스포츠)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 2연패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연이어 세계신기록을 경신했고, 김연아는 비록 부상으로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는 불참했지만 쉼 없이 훈련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적수가 없을 만큼 월등한 실력을 자랑하기에 올림픽 전망도 밝다.

    이상화, 연이은 세계기록 행진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독보적 행보를 이어간다. 올해만 벌써 세계기록을 4번이나 갈아치웠다. 그는 11월 17일(한국 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 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36으로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전날 36초57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계기록을 경신한 지 단 하루 만에 이룬 쾌거다.

    지난해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세계기록은 위징(중국)이 2012년 1월 세운 36초94였다. 이것도 2001년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이 세운 37초대(37초22) 벽을 11년 만에 깬 대기록이었다. 그러나 이상화는 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월드컵 6차 대회에서 36초80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더니 이후 10개월 만에 3차례나 자신이 세운 기록을 경신했다. 11월 10일 캘거리에서 열린 2013~2014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36초74를 기록했고, 16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디비전A(1부 리그) 1차 레이스에서 36초57,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7일 2차 레이스에서 0.21초를 앞당기며 하루 만에 또 한 번 세계기록을 달성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500m에서 4번 이상 세계기록을 바꾼 선수는 르메이돈(7번), 보니 블레어(미국), 크리스티나 로텐버거(독일), 이상화(이상 4번) 등 4명밖에 없다. 특히 이상화가 열흘 사이 세계기록을 3번이나 경신한 것은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단거리에서 0.01초를 앞당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르메이돈이 2001년 12월 세운 세계기록(37초22)이 2007년 3월 예니 볼프(독일)에 의해 경신되기까지 5년 3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상화는 세계기록 달성 비결에 대해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평소와 같이 운동하고 있다”며 “지난 시즌 성적이 좋아서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자신감이 신기록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세계기록 달성 뒤에는 이상화의 피나는 노력이 숨겨져 있다. 몸무게를 5kg 감량하고 근력량을 키워 추진력을 높였다.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중형차에서 경차가 됐는데 배기량은 높아졌다고 보면 된다. 몸이 가벼워진 상태에서 근력을 키워 몸을 밀어내는 힘이 좋아졌다. 그 덕에 약점으로 꼽히던 첫 100m 랩타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막판 스퍼트를 하는 100m에서도 힘이 떨어지지 않고 속도를 유지한다. 외국인 코치 케빈 오버랜드(캐나다)의 조언에 따라 1000m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얻은 소득이다. 김 전무는 “이상화는 완벽한 500m 레이스를 하고 있다”며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적수가 없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상화·김연아 소치를 부탁해!

    10월 30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D-100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대표 선수들.

    김연아, 새 프로그램 12월 5일 공개

    김연아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자신의 은퇴무대로 못 박았다. 이유가 있다. 그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피겨스케이팅 선수로서 방향성을 잃었다. 미국 스케이팅 요정 미셸 콴을 보고 스케이트를 신은 7세부터 오로지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연아는 2011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이후 스케이팅을 잠시 멈췄다.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 대학생활을 즐기는 등 12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에게 꿀맛 같은 휴가를 줬다.

    그러나 휴식은 길지 않았다. 김연아는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를 소치동계올림픽으로 결정하고 1년 8개월 만에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였다. 그의 컴백무대는 지난해 12월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NRW 트로피대회였다. 3월 캐나다 런던에서 열린 2013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최소 기술점수 확보·쇼트프로그램 24점 이상, 프리스케이팅 48점 이상)을 얻으려고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출전한 대회였지만,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펼쳐 총점 200점을 돌파했다. 쇼트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에서 72.27점,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에서 129.34점으로 총점 201.61점을 기록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00점을 돌파하며 올림픽 출전권 3장을 획득했다. 기술요소마다 적용되는 가산점(GOE)과 스케이팅 스킬, 퍼포먼스, 안무 소화능력 등으로 구성된 예술성(PCS) 비중이 높아진 신채점제도 김연아의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총점 218.31점(쇼트프로그램 69.97점, 프리스케이팅 148.34점)’, 외신들은 그의 연기를 극찬하며 ‘피겨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소치동계올림픽이 포함된 2013∼2014시즌에도 김연아의 행보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록 시즌을 준비하는 와중에 중족골(발등과 발바닥을 이루는 뼈)에 미세 손상을 입으면서 그랑프리 시리즈 진출은 무산됐지만,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쉼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대회 준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전망은 밝다. 김연아의 라이벌로 꼽히는 아사다 마오(24·일본)와 애슐리 와그너(22·미국) 등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아사다의 경우 총점 200점을 넘는 대회도 있었지만, 주무기인 트리플 악셀(3바퀴 반 점프)을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착지 불안과 회전수 부족으로 감점을 받았다. 와그너도 트리플 러츠 등 난이도 높은 점프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기본점(10.10점)이 높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해 모든 점프를 완벽하게 뛰고, 예술점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연아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김연아의 새 시즌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다. 관례처럼 하던 훈련 공개도 없었다. 상대 처지에서는 적의 무기를 알 수 없으니 대비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은 12월 5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리는 B급 대회인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처음 공개된다. 김연아는 “이전까지 프로그램은 쇼트에서 강렬하고 프리에서 서정적이었다면, 이번 시즌 프로그램은 여느 때와 정반대”라며 “특히 롱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에 빠른 템포 음악을 선택해 체력적으로 힘들다. 훈련하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했을까’ 후회할 정도지만 힘든 만큼 프로그램 완성도가 높다. 올림픽 전까진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다른 훈련으로 채웠기 때문에 올림픽을 치르는 데 문제없을 것 같다. 잘 준비해 은퇴무대가 될 소치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