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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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4억 원 모았나요?

기초 수준의 노후생활 위한 최소 금액 … 연금·부동산 유동화로 준비 자금 낮춰야

  • 이초희 아시아경제신문 정치경제부 기자 cho77love@asiae.co.kr

    입력2011-04-22 1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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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억~4억 원 모았나요?
    ‘노후자금 10억 원 만들기.’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얘기다. 은퇴 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삶을 살려면 10억 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실상 일반 직장인이 10억 원을 모으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한 달에 몇십만 원 저축하기도 빠듯한 직장인이 태반이다. 그러다 보니 노후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두고 막연한 공포심이 생긴다.

    일각에선 금융기관이 노후생활자금 규모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퇴직 시기는 앞당기고, 수명은 늘리고,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을 고조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규모를 과장한다고 지적한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김동엽 은퇴교육센터장은 “공포심을 활용한 마케팅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당장 먹고살기 바쁜 서민에게는 노후에 대한 불안감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는 얼마의 자금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은퇴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기초 수준의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최소 3억~4억 원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계산한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살펴보자.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는 먼저 60세에 은퇴한 이후 25년을 더 산다고 가정했다. 이는 60세인 사람의 기대여명이 23.80년(2009년 통계청 생명표)인 데 기인한다. 기대여명이란 특정 연령까지 생존한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를 예상한 연수다. 또한 물가상승률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평균값인 3%로, 투자수익률은 향후 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것을 감안해 세후 연 4%로 봤다.



    서울에서 부부 한 달 생활비는 150만 원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부부가 노후에 기초 수준, 즉 특별한 병이 없는 상태에서 기본 의식주를 해결하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한 달 생활비가 서울의 경우 15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50만 원은 지금 은퇴했을 때 필요한 한 달 생활비며, 은퇴한 다음 해의 생활비는 물가상승률 3%를 반영한 154만5000원이 된다. 또한 생활비로 쓰지 않고 남은 노후자금은 세후 연 4% 수익률로 다시 투자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투자와 소비를 반복하면서 25년을 버티면 4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형식적인 정년이 아닌 ‘실질 은퇴연령’을 고려하면 노후준비 자금은 달라진다. 실질 은퇴연령이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해 더는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시기를 말한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은퇴연령은 남성 71.2세, 여성 67.9세로 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남 73세, 여 75세)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10년 5월 발표한 ‘통계로 본 베이비붐 세대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 따르면 생애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에서의 평균 퇴직연령은 남성은 만 55세, 여성은 만 52세다. 결국 정년 후 한국인은 약 16년을 더 일하는 셈이다.

    이렇게 정년 후 새로운 일자리를 갖는 시기를 ‘제2의 삶(Second Life)’이라 한다. 정년 후 직업을 갖는 시기는 노후자금 설계에서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다. 제2의 직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덕에 정년 때까지 준비해야 할 노후생활비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새로운 일자리에서 받는 급여가 이전 직장에서 받는 급여에 미치지 못해 저축할 여력이 없다고 해도, 정년 때까지 마련해놓은 노후생활자금을 빼 쓰지 않고 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사례로 자신의 노후를 성급히 예단하기보다, 전문가와 상담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은퇴자금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도재무설계 웰스매니지먼트 사업부 임계희 대표는 “실현 가능한 자금을 설정하고,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등 대안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그럼 3억~4억 원에 이르는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60세 은퇴까지 20년을 남겨둔 40대 가장이 은퇴 후 서울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4억 원(현재가치)을 모으려면, 매달 197만 원씩 저축해야 한다. 거금인 만큼 자금을 모으기에 앞서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SC제일은행 삼성PB센터 고독성 부장은 “한국 고유의 재정 환경과 리스크(고령화 급진전, 공적 연금 고갈, 연금 가입 저조, 주택 및 자녀 교육 쏠림 현상)를 고려한 노후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자신이 마련할 수 있는 노후생활 재원부터 찾아보자. 2010년 5월 국민연금 수령자의 평균 연금 수령액은 월 60만~70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이후 매달 60만 원 정도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하면, 노후생활자금은 1억6000만 원 정도가 줄어든다. 따라서 서울은 2억4000만 원, 광역시는 1억7000만 원, 도지역은 1억3000만 원만 준비하면 된다.

    실현 가능한 노후 재원 찾아라

    현재 거주하는 주택의 크기를 줄이거나 매각해 유동화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이다(상자기사 참조). 이렇게 마련한 1억 원을 노후생활자금으로 사용한다면, 매달 91만 원만 저축하면 된다. 여기에 퇴직금에서 5000만 원 정도를 추가 노후자금으로 사용한다면 저축할 돈은 매달 78만 원으로 줄어든다. 개인연금까지 고려하면 노후에 대비한 저축액은 그리 많지 않다.

    노후자금이 마련됐다면 이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은퇴 이후 자산관리는 먼저 적절한 지출과 은퇴자산의 보호에 중점을 둬야 한다. 행복한은퇴연구소 전기보 소장은 “자산을 수익률보다 지출 규모에 맞춰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균수명보다 오래 사는 데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옛말

    현금 없는 수억대 자산가 수두룩 … 부동산 비중 낮추기 시급


    3억~4억 원 모았나요?
    조금은 이른 나이에 2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한 김모(53) 씨. 퇴직과 함께 남은 거라곤 경기 일산에 마련한 아파트 한 채뿐이다. 최근 몇 년 새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른 까닭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노후준비도 다했고, 부러울 게 없겠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그에겐 아무도 모르는 속사정이 있다. 그는 아파트를 마련하려고 은행에서 상당한 금액을 대출받았고, 2년 전에야 전부 상환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를 제외하곤 자산이 전혀 없는 상태다.

    마땅한 금융자산이 없으니 당장 쓸 현금 흐름도 원활하지 않다. 연금을 받으려 해도 7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돈 나올 곳은 없는데 돈 쓸 곳은 왜 그리 많은지. 친구들이 부부동반 해외여행이라도 가자면 가슴이 철렁한다. 그렇다고 유일한 자산인 아파트를 팔아버리기엔 최근 주춤거리는 부동산 시장이 마음에 걸린다.

    김씨처럼 많은 한국 중산층이 부동산에 대한 믿음 하나만 가지고 은퇴를 맞이한다. 실제 각종 조사결과에서 보듯, 한국은 여전히 부동산 중심의 자산구조를 가지고 있다. 2010년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공동 조사한 한국의 가구당 평균 자산은 2억7268만 원으로, 그중 부동산이 75.8%(2억661만 원)를 차지했다. 금융자산은 21.4%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비록 억대의 자산이 있음에도 정작 돈 몇만 원이 아쉬운 상황이 연출된다. 의료비나 경조사비로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지만, 금융자산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심지어 ‘집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house poor)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우재룡 소장은 “노후생활은 금융자산으로 꾸려나가야 하는데, 자산이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될 경우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데 적신호가 켜진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엔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일단 부동산을 보유하면 안정적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늘어나는 반면, 저출산으로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부동산 수요가 감소할 소지가 커졌다. 이럴 경우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 상승분으로 노후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은 “부동산 일변도의 자산구조에서 행여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기라도 하면, 노후생활 자체가 흔들린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젊을 때부터 부동산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자산 중에서도 현금이나 예금 같은 무위험 자산에 올인하기보다 적정 비율로 펀드, 연금, 보험 같은 투자상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이정걸 재테크팀장은 “부동산자산의 비중을 낮추고 적극적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 노후를 편히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부동산만 가지고 은퇴를 맞이했다면, 그때부터라도 적극적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부동산 규모를 줄이거나 교외로 이동할 수도 있고, 부동산을 처분해 실버타운이나 요양시설로 옮겨 적정 수준의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일정 기간 일정 금액을 연금식으로 지급받는 장기주택저당대출인 ‘주택연금(역모기지론)’도 한 방법이다. 3월 한 달간 주택연금은 신규 가입건수 284건, 보증공급액 37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가입은 112%, 보증공급액은 89%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인기를 끈다는 증거다. 주택연금을 이용하려면 주택금융공사 고객센터(1688-8114)와 지사에서 상담과 심사를 거친 뒤 보증서를 발급받고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10개 금융사의 지점에서 대출 약정을 체결하면 된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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