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8

2010.08.02

사교육 괴물 여름방학 습격

자기주도 학습과 캠프 열풍에 사교육비 2배로 껑충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8-02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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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 괴물 여름방학 습격
    아이를 특수목적 고등학교(특목고)에 보내는 조건.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아버지의 이해력, 엄마의 정보력, 아이의 체력까지는 익히 알려져 있다. 최근 여기에 한 가지가 추가됐다. ‘둘째’의 희생. 1960~70년대 장남 1명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형제, 자매가 줄줄이 학업을 포기했던 과거가 떠오르기도 하고 “사교육비 무서워서 둘째를 낳지 않는다”는 한 자녀 부모들의 푸념이 들려오기도 한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전체 소비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4.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취학 자녀를 둔 20~44세 기혼여성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봐도 생활비에서 자녀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자녀 가구는 23.8%, 2자녀 가구는 59.0%, 3자녀 이상 가구는 63.8%나 됐다.

    이런 상황은 방학이면 더욱 심각해진다. 학부모들이 방학을 단순히 쉬는 기간이 아닌, 아이의 실력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로 생각하기 때문. ‘주간동아’가 ‘마크로밀 코리아’에 의뢰해 7월 24~25일 전국 5대 도시 30~50대 학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9명(84.8%)이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54%)이 이번 여름방학 때 그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비중을 늘린 이유 역시 ‘부족한 과목을 보완하기 위해’(42.2%)와 ‘영어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30.0%)가 대부분을 차지했다(상자기사 참조). 아이들은 방학(放學)을 맞아 학교에서 벗어났지만, 학습에서는 해방되지 못한 것.

    방학, 아이 실력 높이는 기회

    이처럼 사교육 시장의 핵으로 떠오른 방학. 특히 올 여름방학은 고교 및 대학 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전격 도입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자기주도 학습’ 바람이 거세다. 우선 관련 기관과 프로그램이 우수죽순 생겨났다. 교육상담가 김소희 씨는 “특히 중학생을 중심으로 자기주도 학습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며 “한 달에 수십만 원 하는 기관에도 학부모들이 많이 보낸다”고 했다.



    대표적인 자기주도 학습 기관인 ‘에듀플렉스’는 학생 스스로 학업 계획과 스케줄을 짜고, 이에 따라 공부하도록 학습 매니저가 체크·관리해주는 시스템. 일반 학원처럼 특정 과목을 가르치지는 않지만, 부족한 과목이 있으면 학생이 해당 과목 전문 ‘튜터’를 신청할 수 있다. 에듀플렉스 지점 관계자는 “국·영·수뿐 아니라 전 과목을 관리하고, 시험 때는 예상문제도 뽑아준다”고 강조했다.

    비용은 주 4일, 하루 4시간 관리에 48만 원, 주 5일, 하루 4시간 관리에 58만 원. 여기에 튜터를 신청하면 90분당 10만 원이 추가된다. 에듀플렉스 박정은 홍보·마케팅 팀장은 “한 학생을 학습 매니저와 튜터 등이 팀을 이뤄 관리하는 데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평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지도하기 때문에 비용이 절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상위권 학생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학원에만 길들여진 ‘학원 키즈’와 중위권 학생이 많이 다닌다”고 귀띔했다.

    사교육 괴물 여름방학 습격

    학교에서는 사교육에 대항해 방학 동안에도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원어민 영어 강좌 등은 항상 조기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원으로 빠져나가는 아이가 많은 게 현실이다.

    논술이나 리더십, 코칭 학원은 물론 성인 대상의 직업능력 개발 아카데미 등에서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기주도 학습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보통 ‘자아 찾기’ ‘비전 설정’ ‘동기부여’ ‘생애 설계’ ‘시간관리’ ‘학습전략’ 등으로 구성된다. 일반 학원처럼 수업 형태로 진행하기도 하고, 아예 캠프를 떠나기도 한다. 실제로 자기주도 학습을 표방한 캠프가 영어 캠프 다음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캠프 열풍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다. 올해 여름방학에만 약 6000개의 업체가 1만여 개의 캠프를 주최하고 있다. 영어(해외·국내), 자기주도 학습, 문화 탐방, 과학, 논술, 경제, 해병대 등 종류도 다양하다. ‘김은실 7mentor’ 김은실 소장은 “과거엔 캠프가 선택이었다면, 이젠 필수”라고 강조했다. 입시에서 올림피아드 등 경시대회 성적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포트폴리오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최상위권을 제외한 대다수 학생이 경시 전문 학원 대신 캠프로 관심을 돌렸다는 것.

    ‘대체’ 아닌 ‘추가’된 사교육

    물론 국·영·수 중심의 기존 교과목에 대한 사교육 비중은 여전히 높다. 즉, 자기주도 학습법을 가르치는 학원이나 각종 캠프 등이 기존 사교육을 ‘대체’한 게 아니라 ‘추가’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장미경(서울 강동구 거주) 씨는 “방학을 맞아 사교육비가 2배로 껑충 뛰었다”고 토로했다. 집 근처 학원 종합반에 아이를 보낸다는 그는 “종합반은 당연히 그대로 보낼 수밖에 없다. 여름방학을 맞아 영어 특강과 독서논술 학원을 추가하니, 한 아이 사교육비로만 70여만 원이 들어갔다. 최근 인기를 끄는 자기주도 학습 캠프를 보내고 싶은데, 비용이 1박2일에 50여만 원으로 너무 비싸 고민 중”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에듀플렉스 박정은 팀장도 “자기주도 학습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학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원에 목매지 말고 자기주도 학습법을 배워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것이 에듀플렉스의 목표인데 대다수 아이는 기존 학원은 학원대로 다니고, 우리 기관에도 온다”며 아쉬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는 사교육에 대항해 방학 동안에도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시교육청 등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이를 독려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비용이 한 달(주 2회, 총 8시간)에 3만 원 내외로, 사교육에 비해 무척 저렴한 편. 일부 초등학교는 방학 때 2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하지만 저학년 중심에 비교과, 특기적성 분야만 활성화된 게 현실이다. 실제로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저학년은 많이 듣지만 고학년이 되면 거의 학원으로 빠져나간다. 학교에서는 선행학습과 영재교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네이버 카페 ‘강남엄마 vs 목동엄마 베스트맘 따라잡기’ 운영자 이태형 씨는 “사교육 열풍을 만든 건 사설 학원이 아니라 학력지상주의를 기반으로 한 입시 구조”라고 강조했다.

    “한때 중국어 열풍이 불었지만 아이들 대상의 사교육 시장에서는 ‘찻잔 속 미풍’에 불과했어요. 엄마들도 조금 관심을 보였다가 바로 접었죠. 당장 중·고교 및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부분이 적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바둑학원, 수영학원 열풍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잖아요. ‘줄 세우기’식 입시구조, 더 나아가 학력지상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교육 열풍은 여전할 겁니다. 물론 형태는 달라질지 모르지만요.”

    5대 도시 학부모 500명 긴급 설문조사

    2명 중 1명 “방학엔 사교육 비중 늘리고, 캠프에 보낸다!”


    사교육 괴물 여름방학 습격
    대한민국 학부모 10명 중 9명(84.8%)이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이 중 절반 이상(54%)이 여름방학 때 그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6명(58.6%)은 자녀를 1개 이상의 캠프에 참여시켰다.

    이러한 결과는 ‘마크로밀 코리아’가 ‘주간동아’의 의뢰로 전국 5대 도시(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30~50대 학부모 500명(남성 249명, 여성 251명)을 대상으로 7월 24~25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신뢰구간 95%, 표본오차 ±4.4%).

    조사 결과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킨다’는 데는 성별, 연령, 지역 차가 거의 없었다. 즉, 대부분 학부모(즉 학생)가 사교육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됐다. 물론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서울이 87.4%로 가장 높은 반면, 광주가 76.3%로 가장 낮았다. 또 30대 학부모가 91.2%로 가장 높은 반면, 50대가 76.5%로 가장 낮았다. 이는 자녀가 어릴수록(초등학생 이하) 사교육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음을 방증한다.

    또 학부모 2명 중 1명은 ‘이번 여름방학 때 사교육 비중을 늘렸다’고 답변했고, 그 비율 역시 서울이 59.1%로 매우 높았다. 사교육 비중을 늘린 이유는 ‘부족한 과목을 보완하기 위해’(42.2%)와 ‘영어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30.0%)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음악, 미술, 태권도, 운동 등 학교 다닐 때 못했던 감성 교육을 시키기 위해’는 11.1%에 불과했다. 학부모들은 방학을 쉬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30대 학부모가 ‘감성 교육을 위해 사교육 비중을 늘렸다’는 답변을 상대적으로 많이 해(20.8%), 자녀가 어릴수록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이번 여름방학 때 사교육 비중을 늘리지 않은 이유’로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가 33.9%로 가장 높았고,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 체험학습을 시킨다’(27.4%)와 ‘아이의 재충전을 위해 무조건 놀게 해준다’(14.3%)가 뒤를 이었다.

    “사교육비 지출 지나치게 많아”

    최근 캠프 열풍을 반영하듯 학부모의 절반 이상(58.6%)이 ‘올해 여름방학 때 자녀를 캠프에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2개 이상 참여 의사를 밝힌 학부모도 19.6%나 됐다. 캠프 종류로는 영어 캠프가 52.2%(국내 영어 캠프 36.5%, 해외 영어 캠프 15.7%)로 압도적이었고,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자기주도 학습 캠프’가 23.2%로 뒤를 이었다.

    한편 ‘캠프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답한 학부모는 그 이유로 ‘비싼 캠프 비용’을 가장 많이 들었지만(23.2%) ‘학원 스케줄이 많아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19.8%).

    올 여름방학 때 아이 1명당 들어간 사교육비는 ‘50만 원 이내’가 57.6%로 가장 높았고 ‘50만~100만 원’이 21.0%, ‘100만~150만 원’이 7.8%로 나타났다. 그런데 서울은 사교육비 지출이 다른 4개 도시보다 월등히 높았다. ‘100만~200만 원’이 10.4%, ‘200만 원 이상’도 6.3%나 됐다.

    대다수 학부모는 “사교육비 지출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73.4%가 ‘올 여름방학 때 아이 1명당 적정한 사교육비 수준’을 ‘50만 원 이내’라 답했고, 이 중 ‘30만 원 이내’가 47.6%나 됐다. 즉, 대다수 학부모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사교육비 수준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선택할 때 ‘대입제도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교육 트렌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학부모가 ‘대입제도의 변화’라고 답했다(29.2%). ‘자기주도 학습 열풍’(29.0%)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고, ‘국제중, 특목고, 대입으로 이어지는 전형’이라는 응답도 23.6%나 됐다.

    *온라인 리서치업체 마크로밀 코리아(대표 주영욱)는 일본 온라인 리서치업계 1위 마크로밀의 한국법인으로 2009년 5월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0년 7월 말 현재 150여 개의 클라이언트사와 엄선된 23만 명 이상의 리서치 패널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가장 빠르고 정확한 리서치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리서치의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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