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3

2016.01.27

스포츠

도박 파문 두 선수의 엇갈린 운명

오승환 메이저리그 진출…임창용 진로는 오리무중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입력2016-01-26 10: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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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1월 15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출입 취재진과 만난 저녁자리에서 “임창용은 다른 팀에서 안 데려간답니까”라고 물었다. 오승환(34)의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이 발표된 직후였다.
    임창용은 만 40세가 된 투수지만 39세였던 2015시즌 삼성에서 5승2패34세이브, 방어율 2.83을 기록한 특급 마무리 투수다. 세부 기록을 보면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7, 54이닝 동안 71삼진, 13볼넷으로 9이닝 한 경기당 평균 삼진 11.83개, 평균 볼넷 2.17로 매우 뛰어났다.
    30대 초·중반이었다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4년 80억 원 이상 계약이 가능한 투수다. 실제로 2015시즌 SK 와이번스에서 7승7패11홀드16세이브(70이닝 동안 삼진 90개, 볼넷 28개), 방어율 3.21에 WHIP 1.14를 기록한 정우람(31)은 한화 이글스와 계약하며 4년 84억 원에 서명했다.
    그러나 삼성은 임창용이 불법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자 지난해 10월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에 이어 11월 말 방출을 선택했다. 또 다른 주축 투수 윤성환(35), 안지만(33)이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프로야구 팀으로서 도덕적 책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프로야구 안팎에서는 ‘임창용이 윤성환, 안지만과 비슷한 나이거나 거액의 계약금을 지급한 선수였다면 또 달랐을 것’이라는 평가도 따랐다.
    임창용은 2014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를 끝으로 해외 리그 도전을 끝내고 삼성으로 돌아와 연봉 5억 원에 계약했다. 삼성으로선 투수 전력 측면에서 손실은 아깝지만 계약금을 지급한 다년 계약자가 아니었기에 빗발치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임창용의 방출을 결정했다.



    벌금 1000만 원 약식명령

    그러나 같은 혐의로 법원 선고를 받은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와 거액 연봉에 계약하자 삼성 및 다른 팀들의 걱정과 고심이 시작됐다.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된 임창용과 오승환에 대해 1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는 벌금 10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검찰이 청구한 700만 원보다 높은 벌금 최고형이다. 형법 제246조는 단순도박죄에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임창용과 오승환은 2014년 11월 마카오에서 4000만 원대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상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단순도박 혐의를 적용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월 8일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임창용, 오승환에 대해 품위손상행위로 KBO리그 복귀 후 해당 시즌 총 경기 수의 50% 출장정지 징계를 발표했다.
    앞서 오승환이 2년간 맹활약했던 일본 한신 타이거스는 불법 원정도박 혐의 수사가 시작되자 재계약 협상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도박과 승부 조작, 특히 야쿠자 등 폭력단과 프로야구 선수의 교류를 극도로 경계하는 일본 프로야구 정서가 반영된 결과였다.
    KBO의 중징계로 임창용과 오승환은 새로운 소속팀과의 계약이 매우 험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1월 10일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로 비밀리에 출국했고 11일 계약이 공식 발표됐다. 조건은 2017년 구단이 재계약 옵션을 행사하는 ‘1+1년’에 인센티브를 포함한 총액 1100만 달러(약 132억5000만 원)다. 특히 2016년 성적에 따라 2017시즌 연봉이 급등하는 성과급 성격의 계약이 아닌 연평균 550만 달러 연봉이다. 오승환이 2015년 한신에서 받았던 3억 엔(약 28억 원)을 뛰어넘는 액수로 국내 야구 전문가들의 전망보다 매우 높았다.
    메이저리그는 KBO와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 불펜 투수의 비중이 높지 않다. 투수 연봉 상위 선수들은 선발 투수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마리아노 리베라(전 뉴욕 양키스)는 2008~2012년 연평균 1500만 달러(약 182억 원)로 계약했다. 불펜 투수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액수였지만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에이스 클리프 리는 2012년 2150만 달러, 2013년에는 2500만 달러 연봉을 받았다. 그만큼 메이저리그는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
    오승환이 2015년 한신에서 받은 3억 엔은 일본 프로야구 전체 외국인 투수 중 최고액이었다. 그런데 세인트루이스는 이보다 높은 액수로 오승환을 마무리도 아닌 필승조 셋업 맨으로 영입했다.
    계약 직후 국내 언론은 오승환의 불법 원정도박을 메이저리그 구단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큰 관심을 기울였다. 1월 12일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승환의 입단식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단장은 “말 그대로 카드게임에서 돈을 걸었을 뿐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동조합 측에 이 문제에 대해 문의했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가볍게 답했다.


    오, “실망시켜 죄송하다”

    한국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았지만 단순도박은 도덕적 측면에서 큰 흠이 되지 않는 미국 현지 정서였다. 메이저리그는 그러나 가정폭력, 거짓 해명, 인종차별 발언, 약물중독 등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오승환은 1월 13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실망시켜 죄송하다.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사죄하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어 “무조건 내 잘못이다. 어떤 비난도 받아들이겠다. 사죄할 방법은 올바른 행동을 하고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투수 최초로 뉴욕 양키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 강팀이자 명문 구단으로 꼽히는 세인트루이스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단한 데 이어 공식 사과까지 하자 여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만약 오승환이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다시 국가대표팀으로 활약한다면 법원보다 무서운 여론 재판은 호의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오승환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임창용을 바라보는 국내 구단들에 큰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사견임을 전제로 “당장 불펜이 급한 팀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복수의 구단이 여론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 구단은 코칭스태프에서 먼저 ‘임창용의 영입을 검토해달라’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A구단 실무자는 “도박으로 징계와 방출 명령을 받은 임창용을 영입하는 것은 구단에게는 큰 도박”이라고 말했다. 만약 임창용이 기회를 얻어 50% 출장정지 징계 후 후반기 마운드에 오르면 개인적으로 속죄하는 데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선수 생활 황혼기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150km의 빠른 공을 가진 투수이기 때문에 팀 전력에는 분명히 보탬이 된다. 그러나 매출액과 성적보다 모 그룹 이미지가 절대 우선인 국내 구단들에게 임창용 영입은 매우 부담이 따르는 결정이다. 우승에 목마르거나 올 시즌 의미 있는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큰 압박을 받는 팀이 있는 만큼 물밑에서 조용히 영입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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