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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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킹달러’… 조기 금리인하 기대 감소에 환율 급등

미·중 갈등 재점화 우려, 유로화 약세 등이 원인… 향후 점진적 하향 가능성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4-02-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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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1280원대까지 하락했던 달러/원 환율이 올해 들어 1330원을 돌파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그래프1 참조). 미국달러화는 지난해 말 대비 2.0%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높아졌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하락했던 달러의 되돌림 과정이 이어진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와 고용보고서, 연준 위원들의 잇따른 매파적 발언은 3월 금리인하 기대를 약화한 주요 요인이다. 먼저 1월 11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로, 전월 3.1%보다 높아졌으며 시장 예상치 3.2%를 웃돌았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2월 고용보고서도 시장 예상보다 양호했다.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가 21만6000명을 기록하며 전월(17만3000명)보다 증가했고 실업률도 전월 수준(3.7%)을 유지했다. 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도 전년 동월 기준 4.1%로, 11월 4.0%보다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연준 위원들의 발언도 3월 금리인하 기대를 낮추고 있다.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가 정점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긴축이 마무리됐음을 확인해주면서도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유지하며 조기 금리인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환율, 단기적 불안 요인 있지만 장기적 하향 흐름

    주요 통화 약세도 미국달러 반등을 뒷받침했다(그래프2 참조). 특히 엔화가 달러 대비 5% 가까운 약세를 보였는데,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약화되고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전망이 어두워진 점에 주로 기인한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지표) 구성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로화도 1.4%가량 약세를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 매파적 위원들의 발언 등으로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됐지만, 실물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 상황 우려로 유로화 약세 압력이 강화된 것이다. 이 같은 주요 선진국의 수요 우려는 상대적으로 미국 펀더멘털 차별화로 반영되고, 달러에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영국의 예멘 후티 반군 공격 등 중동 지역 리스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연초 대만 총통 선거 결과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친미 성향인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은 대만과 중국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금융시장 내 불안심리를 자극하며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높이는 동시에 원화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 재점화 우려는 대중(對中) 수요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대외 수요 불확실성으로 연결돼 달러/원 환율 하락 압력을 더욱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달러/원 환율은 어떻게 움직일까. 단기적 불안 요인은 남아 있지만 미국달러에 연동돼 점진적 하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금리인하가 6월쯤 물가 둔화세와 경기 연착륙을 위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달러 역시 완만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로화의 점진적 반등도 1분기 이후 미국달러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제조생산활동이 회복되면서 미국과 유로존의 분기 기준 경제성장률 전망치 격차 및 내외 금리차가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형은행 자산 건전성도 관건

    다만 1분기에는 달러/원 환율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며 1300원 내외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시기를 둘러싼 금융시장(6차례 인하 기대)과 연준(3차례 인하 가능성)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3월 금리인하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확률이 수시로 바뀌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금리인하 강도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치 하향 조정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1분기 중 미국 단기자금시장을 중심으로 대두되는 유동성 우려가 달러에는 일시적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연준이 마련한 유동성 프로그램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가 3월 11일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BTFP는 금융기관이 가진 국채, MBS(주택저당증권) 등 적정 자산을 담보로 최장 1년까지 단기 대출을 해주는 조치로, 은행들의 유동성 여건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자산 건전성이 양호한 대형은행과 달리 소형은행들은 상대적으로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고 자산 건전성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위험 노출도가 큰 상황이다.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상당 부분을 중소은행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해부터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오피스를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에 노출돼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소형은행의 건전성 이슈가 부각될 경우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ECB 위원들의 경계감과 별개로 공존하는 유로존 경기 부진 우려도 단기적으로 유로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금융시장 내 위험회피 성향을 수시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종합해보면 올해 미국달러가 연준의 금리인하 등을 반영해 계단식으로 하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미국 단기자금시장 내 유동성 우려 등으로 달러의 추가 하락이 제한되며 일시적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달러 흐름에 연동해 달러/원 환율도 올해 1200원대로 점진적인 하향 흐름을 보일 전망이지만, 1분기에는 1200원 후반~1300원 초반 범위에서 등락을 보이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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