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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아프간에서 소련 울린 스팅어 미사일, 러시아 잡다

우크라이나 전장 맹활약… 러 헬기, 로켓 허공에 쏘고 도주하기도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30년 전 아프간에서 소련 울린 스팅어 미사일, 러시아 잡다

FIM-92 스팅어 지대공미사일 발사 장면. [뉴시스]

FIM-92 스팅어 지대공미사일 발사 장면. [뉴시스]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투창(Javelin)’과 ‘독침(Stinger)’.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고 30년 가까이 군사력 붕괴 길을 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한 달 넘게 버틸 수 있었던 일등공신들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측에 하루 각각 500발의 FGM-148 재블린 대전차미사일과 FIM-92 스팅어 지대공미사일이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나토는 자국의 재블린과 스팅어 미사일을 재고까지 탈탈 털어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다. 개전 초 러시아 전차군단의 공세를 막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재블린에 우크라이나인과 세계 언론은 ‘성스러운 재블린(Saint Javelin)’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다만 재블린 못지않게, 어쩌면 재블린보다 더 큰 전공을 세운 스팅어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고정익기 143대 손실

스팅어 미사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군 대공 무기에 격추된 러시아군 헬기. [사진 제공 · 우크라이나 국방부]

스팅어 미사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군 대공 무기에 격추된 러시아군 헬기. [사진 제공 · 우크라이나 국방부]

2월 24일(현지 시간) 개전 이후 4월 1일까지 러시아는 고정익기 143대, 헬기 131대, 드론 85대 이상을 잃었다. 고고도로 비행하는 전투기와 폭격기는 대부분 S-300 방공시스템이나 9K37 ‘부크(Buk)’의 보호를 받는다. 대공 공격에 취약점을 드러낸 것은 고정익기, 헬기, 드론이다. 특히 Su-25나 Su-24 같은 공격기는 보병이 발사한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에도 격추되기 일쑤다. 이처럼 러시아군 항공 전력을 제압한 우크라이나의 전과는 대부분 스팅어 미사일이 기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국 각지에 스팅어를 소지한 보병을 배치했다. 러시아군 항공기가 지나다닐 만한 길목에서 기습하는 방식으로 전과를 올리고 있다. 개전 초 스팅어가 올린 전과는 러시아의 속도전 전략을 무력화했다. 러시아군은 아직 방어 태세를 갖추지 못한 우크라이나 대도시에 공습·강습작전을 펼쳤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스팅어로 잘 막아내 공세의 예봉을 꺾었다.

최정예 공수부대 저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지원한 스팅어 미사일. [뉴시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지원한 스팅어 미사일. [뉴시스]

러시아는 개전 당일부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키이우 서북쪽 호스토멜공항에 대규모 공중강습을 시도했다. 이 작전에 러시아군 최정예 전력인 제98근위공수사단과 제45근위스페츠나츠여단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들이 탄 Mi-8/17 기동헬기가 스팅어 미사일에 무더기로 격추되면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전선(戰線) 전면으로 전차부대를 투입하고 공중강습부대로 우크라이나 방어선 뒤쪽과 대도시를 공략하려던 러시아의 전략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결국 러시아는 전쟁을 신속히 끝낸다는 꿈을 접어야 했다.

개전 2주 차부터 시작된 소모전에서도 스팅어 미사일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러시아의 항공 무력 투사는 기술적으로 낙후했고 전술도 서툴렀다. 미군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세계 각국 공군이 모방하는 미국 공대지 공격무기 기술·전술의 전제는 “최소한의 화력과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낸다”는 것이다. 파괴 대상을 정확히 식별해 최소 화력으로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피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아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물론 미군처럼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선 풍부한 실전 경험과 많은 자금,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여러 전쟁을 겪으며 기술과 전술을 가다듬었다. 여기에 당대 최고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접목해 공군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미군 전투기와 폭격기에는 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나 전자광학 레이저·레이더를 이용해 표적을 노리는 타기팅 포드(Targeting Pod)가 장착된다. 이를 통해 최대 1000㎞ 밖에서도 표적을 식별해 추적하고 100㎞ 넘는 거리에서 정밀유도폭탄도 사용할 수 있다. 그 덕에 현대전에서 공습에 나선 미군기가 격추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美 공군 전술 비결 ‘타기팅 포드’

반면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된 러시아 공군은 미군과 전혀 다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여러 번 출격한 고정익기는 Su-25 공격기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레이더나 타기팅 포드가 없는 기종이다. 그나마 비슷한 장비로 ‘Klen-PS’ 레이저 조준기가 있으나 이마저도 조종사가 육안으로 표적을 확인하고 사용해야 한다. 원거리에서 표적을 식별해 추적할 수 없으니 쓸 수 있는 무장도 기관포나 로켓, 무유도 폭탄으로 국한된다. 결국 적 지상 병력을 공격하려면 보병의 지대공미사일 사거리까지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Su-24나 최신 기체인 Su-34는 그래도 어느 정도 정밀유도무기 운용 능력을 갖추긴 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전투 양상을 보면 대부분 무유도 폭탄이나 공대지 로켓을 사용해 저고도에서 공격을 퍼붓는 전술을 주로 쓰고 있다. 아직 가동되는 우크라이나의 중·고고도 방공시스템을 피해 표적 근처까지 접근하려는 궁여지책이지만 스팅어 미사일에 격추되는 기체가 점점 늘고 있다.

소련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당시 스팅어 미사일로 무장한 무자헤딘 병사. [GETTYIMAGES]

소련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당시 스팅어 미사일로 무장한 무자헤딘 병사. [GETTYIMAGES]

러시아 공군과 스팅어 미사일의 악연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소련군은 30년 전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스팅어에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군은 신형 전차와 장갑차, 헬기와 전투기로 무장한 정예부대를 투입했다. 소련군은 전쟁 초반 무자헤딘(아프가니스탄의 무장 게릴라 조직)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이내 스팅어에 가로막혔다. 당시 미국 CIA(중앙정보국)는 파키스탄을 루트로 스팅어 500여 발을 무자헤딘에 제공했다. 무자헤딘은 이 중 약 300발을 사용해 소련 항공기를 250대 이상 격추했다. 당시 소련군 전투기와 공격기, 공격헬기는 저고도에서 무유도 폭탄을 투하하거나 공대지 로켓을 쏘는 전술을 사용했다. 공격을 위해 고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스팅어에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스팅어 미사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자 당시 소련군도 대책을 마련했다. 공격헬기 부대를 정찰조와 공격조로 나눠 전선에 투입한 것이다. 정찰조가 전방 7~8㎞ 앞에 먼저 투입돼 적을 발견하면 공격조가 100m 이하 초저공으로 고속 접근해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정찰조 헬기의 피해가 속출했지만 특유의 ‘물량 공세’에 나선 소련군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오늘날 러시아군은 옛 소련군처럼 물량 공세를 펼 수 없다는 것이다. 1980년대 소련군은 주요 전투기와 공격기를 수천 대 단위로 보유했다. Su-24와 Su-25를 합쳐 2000대 가까운 공격기가 있었고 Su-7과 Su-17 공격기도 각각 1800대, 2900대 갖추고 있었다. 병력 수송과 공격, 정찰 등 다용도로 사용된 Mi-8 계열 헬기는 1만7000대 이상, 공격헬기 Mi-24 시리즈는 5200대 넘게 생산했다. 반면 지금 러시아군은 모든 기종을 다 합쳐 공격기 450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 소련 시절 생산한 노후 기체다. 그 많던 공격헬기 역시 대부분 사라져 현재는 Mi-24/35, Mi-28, Ka-52 계열을 모두 합쳐 500여 대 수준에 불과하다.

리턴매치, 스팅어 완승으로 끝나나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군에 맞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스팅어 미사일 역시 대부분 냉전 시절 제작된 노후 모델이라는 사실이다. 1978년부터 생산된 스팅어는 마지막 양산 모델 FIM-92E의 미국 내 생산이 2004년 종료됐다. 미군은 2000년대 초반 ‘스팅어 RMP Block II’라는 명칭으로 최신형 공대공미사일 AIM-9X 기술을 적용해 개량을 추진했지만 예산 문제로 중단했다. 이후 미군은 10년마다 재고 탄약 정비 사업으로 노후 부품을 교체해가며 스팅어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에 인도된 스팅어가 바로 이러한 물량이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맞붙은 스팅어와 러시아 헬기가 30년이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에서 ‘리턴매치’를 벌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처지에서 스팅어는 서방 측이 무상 제공한 ‘공짜 미사일’이다. 미국과 독일 등 서방국가에서도 30년 전 생산한 재고품에 불과하다. 반면 이러한 재고품에 격추된 Ka-52나 Mi-28 같은 최신 공격헬기는 대당 3000만~4000만 달러(약 365억~487억 원)에 달하는 값비싼 물건들이다. 스팅어에 큰 타격을 입은 러시아군의 속이 타들어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최근 전선에서 러시아군 공격헬기는 기괴한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사거리 4.8㎞인 스팅어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사거리 2~4㎞인 비유도 로켓을 ‘직사(直射)’가 아닌 ‘곡사(曲射)’로 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상 탄을 허공에 버리는 격이다. 러시아 조종사들은 조준 없이 무기를 쏜 후 상관에게 허위 보고를 하더라도 스팅어를 피하고 싶은 모양이다. 소련에 이어 러시아와의 리턴 매치가 너무도 싱겁게 스팅어 완승으로 끝나가는 듯하다.





주간동아 1334호 (p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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