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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시다발 침공, 美 파병 카드는 없다

미국 내 반대 여론·中 대만 침공 가능성↑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시다발 침공, 美 파병 카드는 없다

친러시아 반군이 도네츠크 인근 지역에서 이동하고 있다. [Kommersant]

친러시아 반군이 도네츠크 인근 지역에서 이동하고 있다. [Kommersant]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위치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합쳐서 부르는 명칭이다. 이 지역은 옛 소련 시절부터 대규모 탄광을 비롯해 철강산업 등 각종 광공업이 발달한 곳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러시아계 주민이 많이 거주해 러시아어가 공용어로 사용돼왔다. 도네츠크주는 우크라이나 전체 24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다. 면적은 2만6517㎢로 국토의 4.4%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435만 명으로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주민의 56.9%가 우크라이나계, 38.2%는 러시아계다.

루간스크주는 면적이 2만6684㎢로 도네츠크주와 비슷하고, 인구는 224만여 명으로 7번째로 많다. 주민의 58%가 우크라이나계, 39.1%는 러시아계다. 이 때문에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계와 러시아계 주민의 갈등 및 대립이 심하게 이어져왔다. 이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은 2014년 3월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이후 분리 독립을 선언하고 각각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수립을 선포했다. 이들은 반군을 조직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무장독립 투쟁을 벌였다.

돈바스 지역 반군 지원해온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월 21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22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 하고 있다. [크렘린궁, 백악관 트위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월 21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22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 하고 있다. [크렘린궁, 백악관 트위터]

이 지역에서 사실상 내전이 벌어지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는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4자 정상회담을 열고 타협안을 도출했다. 당시 4개국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휴전, 러시아와 맞댄 국경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통제 회복, 돈바스 자치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일종의 정전협정인 ‘민스크 협정(Minsk agreement)’에 서명했다. 하지만 민스크 협정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양측은 계속 전투를 벌였다. 이에 4개국은 2019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정상회담을 하면서 2019년 말까지 양측이 휴전하고 2020년 3월까지 완충지대로부터 양측 군대와 중화기 철수, 포로 교환과 지역 선거 실시 등을 합의했지만 역시 이행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양측의 무력 충돌로 민간인을 포함해 1만5000여 명이 숨지고, 4만여 명이 부상했으며, 주민 200만여 명이 피란을 간 것으로 추정된다.

민스크 협정에도 불구하고 돈바스 지역에 평화가 정착되지 못한 것은 러시아 정부가 은밀하게 무기와 자금 등을 지원하면서 반군의 무력 투쟁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에 용병까지 투입해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공격했다. 이 지역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해왔다. 그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지대에 최대 19만 명에 달하는 군 병력을 집결시켰다. 푸틴은 애초부터 우크라이나 전체를 집어삼키려고 돈바스 지역을 고의적으로 내전 상태로 만들었다.

푸틴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할 당시에도 비슷한 수법을 쓴 바 있다. 그는 러시아 국영TV ‘로시야1’의 특별 다큐멘터리 ‘크림, 조국으로 돌아오는 길’(2015년 3월 15일 방영)에서 비화를 털어놓았다. 크림반도 주민은 200만여 명인데, 이 중 60%가 러시아계였다. 친러시아 성향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당시 대통령이 2014년 2월 21일 반정부 시위로 실각하자, 크림 자치 정부는 같은 해 3월 16일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와 합병을 결정했다. 당시 주민투표는 정권을 잡은 친서방 세력이 러시아계 크림반도 주민들을 탄압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비롯됐다. 물론 러시아 정보기관이 주민들 동요를 부추겼다. 푸틴은 크림반도의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군 병력 2만여 명을 파견했을 뿐 아니라, 핵전쟁 준비까지 지시했다. 특히 푸틴은 러시아 정부의 이런 조치가 어떤 국제법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삼키려는 푸틴 야심

돈바스가 러시아의 심장이라고 선전하는 옛 소련 시절 포스터. [위키피디아]

돈바스가 러시아의 심장이라고 선전하는 옛 소련 시절 포스터. [위키피디아]

푸틴은 2월 21일 DPR와 LPR를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돈바스 지역에 대한 ‘평화 유지 작전’의 일환으로 자국 군을 배치하는 조치를 내렸다. 특히 러시아 정부는 DPR와 LPR가 관할해온 지역이 돈바스의 30%밖에 되지 않는데도 돈바스 전체를 DPR와 LPR 영토로 인정함으로써 돈바스 내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침략 세력’으로 규정했다. 푸틴은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스크 협정을 불이행하고 있어 친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말 그대로 정전협정이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심지어 러시아군은 2월 19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과 전략 폭격기, 잠수함을 동원해 ‘핵전력’ 훈련을 실시했다.

푸틴은 대국민 연설에서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의 지도자이자 소련 건국 주역인 블라디미르 레닌까지 거론하며 “현대 우크라이나는 볼셰비키 정책의 산물인 만큼, ‘레닌의 우크라이나’로 불릴 만하다”면서 “우크라이나는 결코 진정한 국가 지위의 전통을 가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미국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부패 국가”라며 “(러시아 옛 영토인) 돈바스 지역 동포들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으로 희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도네츠크, 루간스크의 반군 지도자들과 ‘러시아-도네츠크와 루간스크 간 우호·협력·상호 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 따르면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에 군 파병이 보장되고 군사 기지도 건설할 수 있다. 이 조약은 10년간 유효하며 한쪽이 철회 의사가 없으면 5년마다 자동으로 연장된다. 2월 24일(현지 시간) 새벽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이러한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할 경우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다수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는 키예프와 하리코프의 군 지휘 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주권 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제재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1단계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 방위산업 지원 특수은행인 산업건설은행(PSB) 등 2곳과 이들의 자회사 42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또 러시아 정부의 돈줄을 옥죄기 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러시아 신규 국채 거래를 중단시켰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은행 5곳과 푸틴의 최측근 재벌 3명에 대해 자산 동결 및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독일 정부도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2’ 천연가스 해저 파이프라인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美 주재 러시아 대사 “서방 제재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의 제재 조치가 러시아에 주는 타격은 제한적이다.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의 줄리아 프리드랜더 연구원은 “서방이 향후 몇 주간 더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더라도 러시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서방의 제재는 늘 있어왔다”면서 “제재는 전 세계 금융·에너지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노르트 스트림2 파이프라인이 중단되면 유럽의 가스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오히려 경고장을 날렸다. 러시아 천연가스는 유럽 전체 소비량의 38%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파병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파병에 부정적인 미국 내 여론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5%가 미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해 러시아군에 대응하는 데 반대했고, 찬성은 13%뿐이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방위안보연구소의 톰 키팅 소장은 이런 현실에 빗대 “제재 조치라는 장난감 총으로 총격전을 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외교 전문가를 자처해온 바이든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 이후 가장 어려운 시험대에 올랐다. 지정학적 위기를 잠재우면서도 미국 위상을 회복해야 하는 바이든은 차선책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폴란드 등 중·동유럽 나토 회원국에 군 병력과 무기 등을 대거 배치해 일종의 ‘군사 장벽’ 세우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F-35 스텔스 전투기 8대와 AH-64 아파치 헬기 32대를 발트 3국과 중·동유럽에 추가 배치하고 군 병력 주둔 규모를 6000명으로 증강했다. 나토 회원국과 군사 협력을 대폭 강화하면서 러시아를 포위해 압박하려는 전략이다. 이제 푸틴의 ‘강펀치’를 맞은 바이든의 반격이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주간동아 1328호 (p26~28)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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