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7

2021.07.09

“내 집 아닐세” 집값 폭등에도 공매 절차 ‘쓴맛’ 前 대통령들

文 집권 후 이명박·전두환·박근혜 順 사저 시세↑… 李 논현동 주택 2배 올라 116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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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1-07-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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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가 6시 40분에 된다는대요.”

    7월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 개인주택 담벼락 너머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다. 건물 연면적이 419.56㎡에 달한다. 본채와 정원이 각각 부인 이순자 씨와 옛 비서관 이택수 씨 명의로 등기됐다. 전 전 대통령은 향후 이곳에서 더는 식사를 못 할 수도 있다. 검찰이 해당 부동산에 대해 공매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이명박·박근혜 줄줄이 사저 공매 절차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가 확정돼 2205억 원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추징금 납부가 지지부진하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연희동 사저를 추징해 2018년 12월 공매에 붙였다. 당초 51억3700만 원에 낙찰됐으나 전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이 법적 공방을 이어가면서 추징은 답보 상태다. 검찰은 6월 23일 기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체 추징금의 56%인 1235억 원을 환수했다. 7월 1일 경남 합천군에 있는 전 전 대통령의 선산을 공매해 10억5350만 원에 낙찰하기도 했다.

    ‘사저 공매’는 전 전 대통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역시 공매에 넘겼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온라인 공매 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7월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는 111억5600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111억2619만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금 납부 기한은 8월 4일이며 낙찰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8000만 원 형이 확정된 바 있다. 검찰은 2018년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실명 및 차명재산에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이 논현동 사저와 부천공장 건물 등을 동결했다. 논현동 사저는 건물 연면적이 1199.86㎡에 달해 추징된 전임 대통령 사저 중 가장 넓다.



    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정농단 등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은 후 215억 원 상당의 벌금과 추징금을 내지 않아 서울중앙지검이 3월 내곡동 사저를 압류했다. 내곡동 사저의 감정가는 31억6554만 원으로 책정됐다. 건물 연면적은 570.66㎡이다.

    이들 전직 대통령은 집을 빼앗길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사저의 부동산 값이 크게 올랐는데도 공매 대상이 됐다. 특히 이명박,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는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박 전 대통령 사저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 사저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 사저도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공시가 9억 원 이상 주택. 더불어민주당은 공시가 상위 2% 주택으로 종부세법 개정 추진 중)이다.

    이명박 사저는 등기상 ‘한 지붕 두 가족’ 될 수도

    ‘서울 부동산정보조회시스템’ 기준 전두환,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의 부동산 값은 현 정부 들어 2배 가까이 올랐다. 2017년 1월 1일 57억3000만 원으로 책정된 이 전 대통령 논현동 사저의 개별주택가격은 올해 1월 1일 115억7000만 원이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2배 넘게 뛴 셈이다.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 역시 같은 기간 개별주택가격이 18억1000만 원에서 81% 증가해 32억7600만 원이 됐다. 다만 연희동 사저의 경우 공매 과정에서 감정가(102억 원)와 서울부동산정보조회시스템의 시세 차이가 있는 만큼 실제 상승분은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4월 28억 원에 매입한 박 전 대통령의 사저는 감정가 기준 13% 정도밖에 안 올랐다.

    이 전 대통령 사저의 경우 서울지하철 7호선 학동역과 인접했고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해 집값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사저는 역에서 1.6km가량 떨어져 있다. 부동산 가격 인상 폭이 크게 차이 나면서 추징금 변제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향후 공매 과정에서도 두 전직 대통령과 다른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사저는 배우자 등 주변 사람 명의로 돼 있거나, 공동명의로 등록됐다. 이를 토대로 검찰의 공매 처분에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연희동 사저의 경우 부동산 명의자인 전 전 대통령의 아내 이씨와 옛 비서관 이씨가 지난해 11월 법원에 이의 신청을 해 본채와 정원은 압류가 취소됐다. 부동산 매입 시기가 대통령 취임 전이고, 제3자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한 만큼 불법재산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채권자 대위 소송을 통해 부동산 명의를 전 전 대통령 앞으로 변경한 후 추징금을 환수할 계획이다.

    논현동 사저 지분을 절반 보유하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씨 역시 7월 2일 서울행정법원에 캠코를 상대로 공매 처분 무효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해당 건물에는 이 전 대통령의 가족이 거주하고 있다”며 “만약 공매 처분 절차가 계속될 경우 낙찰인이 건물 지분 절반에 대한 지분권을 취득해 가족의 주거환경에 심각한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와 달리 내곡동 사저를 단독으로 소유했다. 사저에 관한한 ‘경제공동체’가 없는 까닭에 두 전임 대통령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동생 박지만 씨 측이 공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집을 낙찰받는 방식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곡동 사저 1회차 공매 입찰은 8월 9일부터 사흘간 진행된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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