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36

2020.04.24

해외 게임은 ‘빅 스마일’, 한국 게임만 밀리는 이유

본편 뛰어넘는 속편 개발보다 단기 수익 노린 게임 개발의 한계

  • 박세준 기자

    sejoonkr@naver.com

    입력2020-04-21 08: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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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귀현상을 빚어내고 있는, 닌텐도의 신작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닌텐도 온라인스토어 제공]

    품귀현상을 빚어내고 있는, 닌텐도의 신작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닌텐도 온라인스토어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나들이를 못 하니 ‘동물의 숲’에서 외출을 즐긴다.’

    닌텐도가 3월 내놓은 신작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동물의 숲)이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30만~40만 원가량 하는 닌텐도 스위치(‘동물의 숲’을 즐길 수 있는 콘솔 게임기) ‘동물의 숲 에디션’이 80만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도 하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니 게임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어난 것. 비단 ‘동물의 숲’만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게임 다운로드나 이용 내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 업계가 힘든 코로나19 시국이지만 게임업계의 실적은 좋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외려 위기에 빠졌다. 시가총액이 절반 이상 줄어든 곳도 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이용 시간도 느는데 왜 게임업체들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까.

    위기에 강한 게임업계, 한국만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게임 이용량이 늘었다 [앱애니 캡쳐]

    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게임 이용량이 늘었다 [앱애니 캡쳐]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는 3월 1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중국, 한국, 일본, 북미, 유럽 시장의 게임 이용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한국의 게임 다운로드량은 전년 평균 대비 35% 늘었다. PC(개인용컴퓨터) 게임도 호황이었다.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 ‘스팀’은 3월 15일 최초로 동시 접속자 수가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월 9일에 비해 14% 늘어난 수치다.

    게임산업은 대체로 위기에 강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0.7% 하락했으나, 게임업계는 1.1% 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시장 규모가 8.1% 늘었다. 이듬해에도 4.9% 성장세를 보였는데, 같은 기간 글로벌 GDP는 5.2% 감소했다. 



    하지만 글로벌 게임업체가 호황을 즐기는 동안 한국 게임업체는 그야말로 울상이다. 1월 20일과 3월 20일 국내 상장 게임사 27곳의 시가총액을 비교해보면 3조9000억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13%가량 감소한 셈. 그나마 대장주로 꼽히는 넷마블, 펄어비스, 엔씨소프트는 감소세가 덜한 편으로 각각 1%, 9%, 10% 감소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상장사는 상황이 심각하다. 썸에이지, 액션스퀘어, 베스파는 각각 49%, 43%, 61% 감소세를 보였다.

    신작을 내놓은 회사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스컬’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등 스팀에 신작을 다수 출시한 네오위즈는 시가총액 감소율이 21%에 그쳤다. ‘뮤’ 지식재산권(IP) 기반의 웹게임 ‘뮤 이그니션2’를 발매한 웹젠은 29%, ‘블레스 모바일’ 정식 서비스를 앞둔 조이시티는 15%의 시가총액 감소를 겪었다.

    양산형 게임만 즐비…새로운 작품 없어

    국내 개발사 크래프톤(구 블루홀)의 글로벌 히트작 ‘배틀그라운드’ [주 펍지주식회사 제공]

    국내 개발사 크래프톤(구 블루홀)의 글로벌 히트작 ‘배틀그라운드’ [주 펍지주식회사 제공]

    업계에서는 한국의 불황을 게임 개발 문화의 문제 때문이라고 짚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빠르게 신작을 내놓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실적이 나빠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상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해외 각국 게임사들도 모바일 게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글로벌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역시 2018년부터 인기 IP인 ‘디아블로’ 시리즈의 신작을 모바일로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또한 한국에 ‘본편만한 속편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보통 유명 글로벌 게임 개발사는 히트작을 내놓은 뒤 이 히트작의 문제점을 수정하거나 장점을 극대화해 신작을 내놓는 식으로 IP의 인기를 유지한다. ‘동물의 숲’도 2001년 첫 시리즈를 시작으로 이번이 4번째 작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드물다. 게임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 영화의 위기와 한국 게임업계의 위기가 닮았다. 일본 영화가 단기 수익을 노리고 만화 원작의 영화를 양산하는 것처럼, 한국 게임업계도 다른 히트작들의 시스템을 모방한 게임만 내놓으니 신선한 작품이 나오질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IP 이용 가운데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이 ‘리니지’ 시리즈인데, 이것 역시 원작을 그대로 모바일에 이식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새로운 게임으로 성과를 낸 국내 업체는 상황이 좋았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옛 블루홀)은 상장사는 아니지만 장외 주식시장에서 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3월 초에는 주당 30만 원대 후반으로 떨어졌지만, 이를 회복해 주당 46만 원 선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직전보다 오히려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 PC 온라인 MMORPG(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 ‘로스트아크’를 발표한 스마일게이트는 2018년 기준 매출 7000억 원을 달성했고, 내년 초에는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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