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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베트남 상생 | 효성

베트남 법인으로 제2 전성기 맞은 효성

착실한 투자로 이제는 ‘선호도 높은 기업’ 반열에 올라

  • 호찌민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베트남 법인으로 제2 전성기 맞은 효성

효성 베트남 공장. [사진 제공 · 효성]

효성 베트남 공장. [사진 제공 · 효성]

2000년대 중반은 국내 제조업체에 큰 위기였다. 중국 제조업이 값싼 인건비를 토대로 원가경쟁력을 올리자 한국 기업의 글로벌시장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당시 효성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었다. 효성이 내놓은 해결책은 생산기지 해외 이전. 가격경쟁력을 맞춘다고 제품의 품질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적은 곳으로 공장을 옮기자는 계획이었다. 

효성이 선택한 제2 생산기지는 베트남이었다.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고,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의 입지였다. 게다가 노동집약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고객사들이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었다. 진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2007년 조현준 효성 회장(당시 전략본부장)은 베트남 동나이성 연짝 공단으로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고, 베트남 법인은 빠르게 성장했다. 진출 2년 만인 2009년 흑자를 기록했으며 2014년부터는 매출 규모 1조 원을 돌파, 명실상부 효성의 효자 해외법인이 됐다. 현지 평가도 좋다. 현지인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으로 꼽힌 것은 물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으로 베트남 정부의 신뢰 역시 높다. 


효성 베트남 법인 전경. [사진 제공 · 효성]

효성 베트남 법인 전경. [사진 제공 · 효성]


효성이 베트남 진출을 생각할 때 베트남 정부는 본격적으로 외자 기업 유치에 나서며 경제 자립과 산업 발전,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었다. 바다를 이용한 해외운송이 활발하고, 인구의 50%가 20~40대로 젊으니 노동력도 풍부했다. 인구도 9000만 명에 육박해 내수시장 잠재력도 컸다. 중국에 이어 제2의 세계 공장이 될 자질이 충분했다. 2007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했다. 효성은 이를 먼저 알아보고 진출을 결정했고, 마침 베트남 정부도 해외자본 투자를 장려하고 있었다. 효성은 토지 임차료 우대와 더불어 법인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에 있는 핵심 제품 생산 법인 때문이었다. 중국의 인건비와 토지세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이라 탈출구가 필요했으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에 조석래 당시 회장을 필두로 최고경영진은 베트남시장 개발에 힘을 실었다. 



베트남 진출 준비는 탄탄했다. 조현준 회장은 전략본부장 시절이던 2000년대 중반부터 스판덱스, 타이어코드(타이어 보강재), 중전기기 등을 주력으로 삼아 베트남 공장의 생산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했다. 진출 후에도 이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행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증설로, 효성은 매년 평균 1억 달러를 들여 생산시설 증설에 나서고 있다. 2007년 5월 베트남 법인 설립 이후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스틸코드(타이어의 재료), 테크니컬얀(산업용 실) 등을 생산하며 생산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베트남 공장은 현재 중국, 터키, 브라질 등 전 세계 생산기지 가운데 단일 공장으로는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증설을 계속하는 이유는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효성은 2015년 4월 베트남 법인 바로 옆 부지에 효성 동나이법인을 설립했다. 이곳에는 전동기, 나일론, 스판덱스 원료인 PTMG(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 등의 생산시설이 들어섰다. 이 시설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으며, 이로써 효성의 스판덱스는 원료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일관생산체제 구축하게 됐다. 이와 함께 효성은 나일론 역시 베트남 현지 생산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스판덱스 등과 협업 강화로 신시장 개척 및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베트남 내 일자리 선호도 급상승

효성 베트남 공장의 타이어코드 생산 현장(왼쪽). 효성 베트남 공장의 스판덱스 생산시설. [사진 제공 · 효성]

효성 베트남 공장의 타이어코드 생산 현장(왼쪽). 효성 베트남 공장의 스판덱스 생산시설. [사진 제공 · 효성]

효성은 베트남 남부 바리어붕따우성에 폴리프로필렌(PP) 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는 타이어코드, 스틸코드, 비드와이어 신규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타이어 보강재 관련 제품도 모두 한 공장에서 생산하는 체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 전동기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베트남의 저압 전동기시장 규모는 500억 원 내외. 지금은 작아 보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효성은 이 시장에서 고효율-프리미엄 전동기 판매에 도전하게 된다. 

효성의 다음 목표는 화학 및 전기 관련 사업이다. 효성은 베트남 현지 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을 설립, 13억 달러(약 1조5300억 원)를 투자해 바리어붕따우성 까우맵 공단에 60만t 규모의 PP 생산시설 구축에 나섰다. 올해 말 절반 수준인 30만t 안팎의 생산시설을 마련해 2020년부터는 상업 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24만t 규모의 LPG(액화석유가스) 저장시설을 2020년 말까지 짓고, 석유화학 제품 입출하용 부두 조성 등 건설 공사를 2023년 말 마무리하게 된다. 또 베트남 경제성장에 따라 연 9.7% 이상 증가하고 있는 전력 소비량을 고려해 초고압 변압기, 배전 변압기, GIS(가스절연개폐장치) 등 전력시장 공략도 계획하고 있다. 

효성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성과를 내왔기 때문이다. 베트남 법인은 진출 2년 차인 2008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009년부터 흑자로 전환됐고, 2015년에는 영업이익률이 20%를 넘어섰다. 지금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1%를 차지할 정도로 베트남 내에서도 입지가 커졌다. 말 그대로 황금 알을 낳는 해외법인이 된 셈이다. 

효성이 베트남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현지화 전략 덕분이었다. 효성이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딘 2007년 동나이성 연짝은 고무나무밭으로 가득한 땅이었다. 고무농사는 모르겠지만, 공업용으로는 거의 불모지에 가까운 지역이었다. 주민도 대부분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다. 효성은 이곳에 공장을 세우며 현지 인력을 다수 채용했다. 단순히 채용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현지 인력들에게 인사, 총무, 재무, 전략부터 생산 및 품질 관리까지 오랜 시간 쌓아온 효성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현지인을 관리자급으로 성장시켜 베트남 법인을 현지인 중심의 법인으로 정착하게 하려는 시도였다.


성실함과 사회공헌으로 신뢰 쌓아

효성 베트남 공장에서 품질 관리를 맡은 한 직원이 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효성]

효성 베트남 공장에서 품질 관리를 맡은 한 직원이 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효성]

현재 효성 베트남 법인에는 6700명 넘는 현지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2012년에는 동나이성 내 우수 고용 창출 기업으로 선정돼 감사패를 받았다. 고용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로였다. 효성 베트남 법인은 동나이성을 넘어 호찌민에서도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자 공단 내 최고 수준의 급여를 주고 출퇴근 버스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자랑한다. 현지 직원들도 회사의 배려에 응답하고 있었다. 효성 관계자는 “현지 업체보다 비교적 엄격한 효성의 공장 및 품질 관리는 현지 직원들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은 베트남 법인이 위치한 연짝지역을 중심으로 사회공헌활동도 펼치고 있다. 2011년부터 매년 여름 한방·치과 의사진과 베트남 임직원 자원봉사자 50여 명으로 구성된 ‘미소 원정대’를 동나이성에 파견,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의료봉사에는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치과, 한방과 의료진 21명과 현지 안과 의료진 2명이 동행했으며, 효성 베트남 법인 임직원 봉사자 100명이 나섰다. 임직원 봉사자들은 의료진의 원활한 진료를 위해 통역과 안내를 맡았다. 

매년 주민 1500명 이상이 의료봉사의 혜택을 보고 있다. 효성 측은 “지난해까지 약 1만1000명의 베트남 주민을 진료했으며 매년 의료 수혜자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호찌민 트윈도브스 골프클럽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2018 시즌 개막전인 ‘효성 챔피언십 with SBS Golf’ 대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이 대회에서는 KLPGA의 톱 랭크 한국 선수들과 베트남 선수 16명이 경합을 벌였다. 효성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처음 열린 KLPGA 대회 후원으로 베트남 내 대표적인 한국 투자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동시에 베트남과 한국의 경제 동반자 관계가 문화 및 스포츠 분야로도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외에 효성은 베트남 국민의 출산과 교육에도 관여하고 있다. 베트남 산모의 안전한 출산을 돕고자 베트남어로 된 ‘임신과 출산’ 책자를 만들어 기증한 것은 물론, 2013년부터 법인 인근 초중고교에 개인용 컴퓨터 200여 대를 선물했다. 이와 동시에 학교 인근에 도서관 2곳을 마련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게 도왔다. 효성은 앞으로도 도서관 기증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효성의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과 사회공헌에 대해 베트남 정부는 잇달아 공로를 인정했다. 효성은 2013년 2월 법인세 성실 납부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베트남 정부의 표창을 받았으며, 2015년에는 베트남 투자기획부로부터 우수 사회적 책임 활동 기업으로 선정돼 투자기획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효성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신뢰는 크다. 조현준 회장은 2016년 11월 베트남 경제를 총괄하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만나 발전·건설 등 베트남 현지 인프라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효성만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발전소, 아파트, 폐기물처리 시설, 석유화학 등 베트남 내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전자결제 등 금융뿐 아니라 IT(정보기술)산업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신규 사업 역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성장의 동반자

베트남 정부도 해외 자본에 문호를 더 열 예정이다. 외국투자 법인에 대해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투자 증명서 발급 소요 시간도 단축하는 내용의 ‘외국투자 기업에 대한 기업법 개정안’이 2015년 7월 통과됐다. 효성도 신설 동나이법인을 시작으로 베트남 투자를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 투자기획부 장관 일행이 한국을 방문했다. 효성의 김규영, 조현상 사장 등은 장관 일행을 만나 베트남 정부의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효성 측은 “장기적으로는 제조업뿐 아니라 콘텐츠 사업, 서비스 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베트남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관련 산업의 기반을 닦고 베트남과 효성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9.11.22 1215호 (p36~39)

호찌민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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