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3

..

먹기에 딱 좋은 닭의 무게는?

사물인터넷 도입한 농장…닭 100만 마리 체중 증가 추이로 출하 시기 결정

  •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입력2015-06-22 11:3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먹기에 딱 좋은 닭의 무게는?

    국내 닭고기 전문 기업인 하림은 닭 사육과정에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닭 무게 예측을 시도했다. 사진은 한 닭 사육농장 모습.

    진화론 창시자인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것도 아니고 가장 똑똑한 것도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모바일 디바이스, 사물인터넷 센서, 소셜미디어가 데이터 폭증을 주도하는 빅데이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제 빅데이터는 거의 모든 산업과 경영의 기능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우위를 확보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

    기업 성공의 열쇠, 디지타이징 비즈니스

    기업이 빅데이터 시대에 적응하려면 데이터 분석적인 경영을 한다는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적 경영이란 비즈니스 문제를 데이터 분석에 근거해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문제와 관련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통계 모델 혹은 계량 모델로 분석해 어떤 일이, 왜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끄집어낸 뒤, 이를 경영전략 수립과 의사결정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경험이나 감이 아니라 바로 데이터, 즉 사실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고 경영을 하는 것을 말한다.

    데이터 분석적 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저스는 “미지의 바다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되느냐, 아니면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기업이 되느냐는 데이터와 정보의 활용 여부에 달려 있다. 이 세상의 미래 주인은 계량적 분석에 뛰어난 기업들, 즉 사물들이 관련돼 있다는 것을 알 뿐 아니라 왜, 그리고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를 아는 기업들”이라고 설파했다.

    둘째로 기업이 빅데이터 시대에 경쟁우위를 높이려면 디지타이징 비즈니스(digitizing business)로 자신의 사업을 혁신해야 한다. 디지타이징 비즈니스란 빅데이터 시대의 5대 핵심 기술인 소셜, 모바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자신의 비즈니스에 과감하게 도입해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호에서는 빅데이터와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닭 사육농장에서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디지타이징 비즈니스로 혁신을 달성한 사례를 소개한다.



    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 기업인 하림은 530여 개 직영 및 계약 농장에서 연간 2억 마리의 닭을 키워낸다. 농장에 들어온 병아리들을 30일 정도 사육한 뒤 한꺼번에 트럭에 실어 출하한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수요처들이 까다로워져 세세한 무게 조건을 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학교 급식업체에서는 1.7kg 이상,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1.5~1.6kg, 두 마리를 한 세트로 파는 업체에서는 1.1~1.2kg의 조건을 요구한다. 이 무게 기준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경우에는 닭을 해체 후 부위별로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사육 중인 닭의 정확한 무게 예측이 매우 중요해졌다.

    닭 무게가 기준에 미달하거나 초과해 마리당 200원의 가격 손실을 본다고 할 때, 연간 출하량의 10%인 2000만 마리가 규격에 맞지 않는다면 연간 손실은 40억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는 닭 무게 측정과 예측이 비효율적이고 부정확했다. 사람이 일주일마다 전체 닭의 1% 정도를 샘플로 잡아 일일이 무게를 측정한 뒤 평균 무게를 추정했고, 출하에 임박해서는 매일 저울에 달아보며 무게를 예측했다. 더욱이 무게 측정을 위해 사람들이 자주 농장에 들락거리다 보니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림은 정확한 무게 예측을 바탕으로 최적의 출하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시범농장에 사물인터넷을 도입했다.

    ‘501 양계농장’은 하림의 직영농장으로 전북 김제시 백산면에 있는데, 총 5개 동(棟)에서 연 100만 마리를 키워낸다. 이 농장에는 닭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적외선 폐쇄회로(CC)TV, 닭이 폴짝 뛸 때마다 10분의 1초 간격으로 무게를 재는 센서, 온도와 습도·벤젠·톨루엔·분진을 각각 측정하는 센서,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무선통신 장비가 설치됐다. 이렇게 해서 중앙분석센터에는 매일 86만4000개 데이터가 축적됐고 이를 분석해 닭들의 체중 증가 추이, 10g 단위의 무게 분포와 평균 무게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먹기에 딱 좋은 닭의 무게는?

    2000년대 이후 닭고기 무게에 따라 상품성이 달라지면서 무게 예측이 중요해졌다.

    닭이 폴짝폴짝 뛸 때마다 무게 측정

    센서를 이용한 측정, 데이터 무선 송신, 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측 등 사물인터넷의 기본적인 틀을 농장에 적용함으로써 언제 몇 kg의 닭을 몇 마리나 출하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스마트 농장을 구현한 것이다. 더욱이 농장의 온도와 습도를 비롯해 벤젠·톨루엔·분진 같은 환경요소와 닭 체중의 증가 추이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닭 폐사를 방지하고 닭들을 건강하고 빠르게 키울 수 있는 사육환경의 최적화 매뉴얼도 만들 수 있다. 하림이 501 양계농장에 설치한 시스템을 다른 농장으로 확산하려는 계획은 당연히 예상되는 수순이다.

    물론 자신의 비즈니스에 빅데이터 시대의 5대 핵심 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해서 비즈니스를 혁신한다고 해도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바로 달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서히 전사적 측면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 범위를 넓혀간다면 빅데이터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더욱이 이런 혁신 과정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 그리고 하드웨어와 분석 솔루션은 기업에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판매할 기회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하림은 농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닭 농장의 최적 사육환경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심지어 컨설팅은 물론 전용 센서와 무선통신 패키지, 그리고 분석 솔루션을 합친 플랫폼을 개발해 글로벌하게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이제 경쟁의 승부는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고, 누가 그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게다가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덤으로 주어진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