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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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율 관세가 수입 쌀 습격 막아내나

쌀시장 전면 개방 문제는 ‘관세율’…구체적 내용은 9월 나올 듯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gmail.com

    입력2014-07-28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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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율 관세가 수입 쌀 습격 막아내나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회원 60여 명이 7월 23일 전남 영광군 백수읍 죽사리의 한 논 앞에서 정부의 쌀시장 전면 개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7월 18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의 2015년 쌀시장 전면 개방 선언은 여러 가지로 충격적이었다. 농민과 농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랐고,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정부는 지금 시장을 열지 않으면 ‘의무수입량’(MMA)이 많아져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1995년 관세화 유예조치가 시작된 지 20년 만의 일이다. 일반적으로 ‘관세’는 보호무역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수입 상품에 관세를 부과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쌀 관세화’라고 할 경우 이는 사실상 쌀시장 개방을 의미한다. 국내외 가격차만큼 설정된 관세만 납부하면 누구나 외국 쌀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와 관련 있다. 당시까지 세계 각국은 수입허가, 수입쿼터 등 비관세장벽을 운용해 자국의 농산물시장을 보호했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각국은 비관세장벽을 철폐하고, 관세만을 이용해 농산물시장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협정문에서 특정 국가의 식량안보나 환경보호와 관련해 중요한 품목은 일정 기간 관세화를 미룰 수 있는 ‘관세화 유예’를 인정했다. 다만 그 대가로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도록 하는 의무수입량을 부과했다. 당시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은 국가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 대만, 필리핀 4개국이다.



    이들 국가 중 현재까지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곳은 한국과 필리핀뿐이다. 일본은 1999년, 대만은 2003년 쌀시장을 개방했다. 필리핀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상을 통해 2017년까지 5년간 쌀시장 개방을 다시 유예했다. 다만 다시 유예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붙었으며, 쌀 의무수입량을 2.3배 늘리고 각종 농수산물을 추가로 수입해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올해 의무수입량 40만9000t

    한국의 경우, 올해로 관세화 유예 기간이 끝난다. 1차로 10년간(1995~2004) 관세화를 유예했고, 2004년 쌀 협상을 통해 관세화 유예를 한 차례 더 연장(2005~2014)했다. 그 대신 의무수입량을 설정해 유예 기간에 양을 늘려왔다. 1995년 5만1000t이던 의무수입량은 올해 40만9000t으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 쌀 소비량의 약 9%에 달하는 수준이다.

    관세화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2014년 시점에 정부의 선택지는 2개였다. 하나는 관세화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세화를 통해 쌀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 정부는 7월 18일 발표를 통해 후자를 선택했다.

    정부 측은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는 것보다 쌀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했다. 관세화 유예를 또다시 연장할 경우 의무수입량 증가로 쌀 산업이 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를 피하려면 관세화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WTO 설립 협정에 근거해 ‘일시 의무면제’(waiver·웨이버)를 획득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160개 WTO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의무수입량 증가 등 대가 지불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1995년 이후 의무수입량은 매년 2만t 정도 늘어났다. 이 수준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관세화 유예를 연장할 경우 의무수입량은 60만t까지 늘어난다.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면서 의무수입량을 2.3배 늘린 필리핀의 사례를 적용할 경우, 한국의 의무수입량은 약 94만t까지 증가한다. 이는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의 20%에 육박한다. 어떻게 되더라도 쌀 산업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쌀시장을 개방한다 해도 의무수입량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더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농식품부는 쌀 관세화를 시행할 경우, 현행 의무수입량(40만9000t) 외의 쌀 수입량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율 관세가 수입 쌀 습격 막아내나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7월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쌀 관세화 결정”을 발표했다(위). 경남 진주 지역 상표 쌀 ‘동의보감’이 경남도의 경남 상표 쌀 평가에서 올해 최우수 상표 쌀로 선정됐다.

    정부가 개방을 공식적으로 선언함에 따라 향후 쟁점은 수입 쌀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어느 정도로 결정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관세율이 높을수록 국내 쌀시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농식품부는 구체적인 관세율 발표를 9월로 미뤘다. 어차피 제출 이후 3개월간 이해당사국으로부터 관세율 검증을 받는데, 미리 관세율을 밝혀봐야 이득이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동필 장관은 이날 “WTO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며 “관세화돼도 고율 관세를 매기면 수입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다양한 연구기관들의 자료에 따라 300~500% 수준의 관세율이 설정될 것으로 전망되며, 정부안도 이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과 대만은 쌀 관세화 당시 각각 1000%, 560% 수준의 고율관세를 결정한 바 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연구팀장은 “고율 관세를 지키되, 국내 쌀 생산량의 10%에 달하는 의무수입량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들을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율 관세의 필요성은 일부 농민단체도 주장하는 부분이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충남협의회는 “관세율이 500% 수준이 되도록 최대한 높여 추가 수입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국농축산연합회 역시 “최대 관세율이 적용되게 해야 하고 상대국의 관세 인하 요구를 절대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율 관세 지속적 유지가 관건

    다만 농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정부가 고율 관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다. 쌀시장 개방 이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쌀 관세율이 감축 또는 철폐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반적으로 관세율은 한 번 정해지면 그 수준을 감축하라는 지속적인 압력에 직면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쌀은 양허(전면 개방)해준 적 없다는 점을 들어 “현재 추진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모든 FTA(TPP 포함)에서 쌀은 관세 철폐 또는 감축 대상에서 제외해 지속적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농민단체 측은 쉽게 믿지 못하는 모습이다. 박형배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FTA 피해 보전 대책으로 내놓았던 한우 직불금도 턱없이 적은 수준으로 지급됐다”며 “농민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에 대해 신뢰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농민 간 소통 문제도 농민단체가 가진 불만 중 하나다. 박 위원장은 “정부는 쌀 산업 발전 포럼을 통해 협의했다고 국회에 보고했지만, 쌀 개방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단체들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며 “이번 쌀 개방화 발표는 철회해야 하고 (국회, 정부,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3자협의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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