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5

2013.12.02

한러 가스관 속 터지는 ‘방정식’

북한 경유는 최상의 에너지 수급 방안…동북아 안보 리스크 안전장치가 관건

  • 강명구 KDB산업은행 조사분석부 연구위원 mgk101@kdb.co.kr 조경진 KDB산업은행 조사분석부 수석연구원ckj74@kdb.co.kr

    입력2013-12-02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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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러 가스관 속 터지는 ‘방정식’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월 13일 오후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러대화 KRD 포럼’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생산 확대로 세계 에너지 자원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은 셰일층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원유를 지칭한다. 수평시추법, 수압파쇄법 같은 기술이 궤도에 오르면서 특히 미국에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수평시추법이란 지표면에서 수직으로 1~2.5km를 굴착한 뒤 석유 및 가스 저장층에 진입하면 수평을 유지하면서 시추관을 1~3km 연장하는 기술을 뜻한다. 수압파쇄법이란 물(95%), 모래(4.5%), 화학약품(0.5%) 혼합액을 고압(500~1000기압)으로 주입해 암석을 분쇄한 뒤 흡착된 가스를 유동시켜 지층 압력에 의해 지상으로 이동한 가스를 회수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가격 하락세

    이런 신기술 발달은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경제성을 크게 향상시켰고, 그 덕분에 미국은 자국 생산량이 늘어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가격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2012년 1MBtu(물 100만 파운드의 온도를 화씨 1도만큼 올릴 수 있는 열량)당 2.76달러까지 하락해 다른 지역과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북미 지역뿐 아니라 세계 에너지 자원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량이 줄어들자 그동안 미국이 주요 수출처였던 중동, 캐나다 등은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할 처지다. 또한 중동의 대미 수출 감소분 가운데 일부가 유럽으로 유입돼 유럽 지역의 천연가스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후폭풍은 유럽 지역에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확인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원유 8위, 천연가스 2위, 석탄 2위를 자랑하는 러시아 경제에서 원유·천연가스산업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앞으로 북극권 개발이 본격화하면 러시아의 원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만 해도 원유·천연가스산업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17.4%, 총수출의 67.0%, 국가재정의 48.4%를 차지했다(그래프1·2 참조). 한마디로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라는 뜻이다.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는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유도하기보다 세계 천연가스 가격을 안정화함으로써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가격 하락을 이끌어내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2016년 이후 미국 셰일가스가 액화천연가스(LNG)로 가공돼 수출이 본격화할 경우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러시아 에너지 자원산업의 수출 및 수익성 둔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한러 가스관 속 터지는 ‘방정식’
    삼각협력의 주요 시발점

    한러 가스관 속 터지는 ‘방정식’
    이 때문에 러시아는 프랑스와 공동으로 천연가스 개발사업 야말(Yamal)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편,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 개발을 통해 동북아 지역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동북아 3국은 2012년 LNG 1887억㎥를 수입해 전 세계 수입량의 57.5%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소비처다. 이들 나라는 2009년부터 러시아로부터 LNG를 수입하기 시작했지만, 2012년에만 148억㎥를 수입할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했다. 다시 말해 러시아에게 동북아 3국은 유럽 지역 천연가스 수출 감소를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 문제가 한러 정상회담 때마다 논의되는 주요 의제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두 나라는 러시아 사하공화국 코빅타 가스전의 천연가스 도입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이를 위해 몽골-중국-서해를 경유하는 노선과 북한을 경유하는 2가지 노선이 제안됐으나, 건설비와 북한 경유 리스크 문제로 사업 자체가 사라졌고, 현재는 사할린산 LNG를 수입한다.

    특히 11월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 당시 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에너지 협력이 제안되면서,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이 또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러시아는 이 가스관 건설을 통해 한국으로의 천연가스 수출 확대를 추진할 수 있게 되고, 우리나라 처지에서도 극동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도입은 충분히 긍정적인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북한 리스크를 해결하는 한편,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만 보장된다면 극동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도입은 사실상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에너지 수급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도입은 중동과 동남아로부터 들여오는 LNG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수송비도 절감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사업은 남북한과 러시아 삼각협력의 주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을뿐더러, 세 나라 모두에게 높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물론 이런 경제적 이점만 볼 수 없다는 한계, 즉 동북아 지역의 각종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가 관건으로 남는다. 기대효과가 큰 만큼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 이 글의 내용은 KDB산업은행 견해가 아닌 글쓴이들의 견해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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