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5

2011.12.05

‘골드미스’는 노후가 더 불안하다

결혼 안 하는 여자, 결혼 못 하는 여자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1-12-05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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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미스’는 노후가 더 불안하다
    “결혼하고 싶은데, 마땅한 남자가 없어서….”

    30대 미혼 여성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은 30~34세 여성 중 미혼이 차지하는 비율이 29.1%라고 밝혔다. 30대 초반 여성 10명 중 3명이 미혼인 것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30대 초반 여성 중 미혼은 19%에 그쳤다. 5년 새 10%포인트 넘게 늘어난 셈이다. 30대 후반(35~39세) 미혼 여성도 5년 동안 7.6%에서 12.6%로 급증했다. 30대 미혼 여성의 갑작스러운 증가를 어떻게 봐야 할까. 결혼을 안 하는 것일까, 못 하는 것일까.

    오래전 30대 여성은 아줌마로 통했다. 스물다섯 살을 넘은 여성은 결혼하기 힘들다고 해서 20대 후반 여성을 크리스마스가 지나 팔리지 않는 케이크에 비유한 적도 있다. 일본에서는 서른이 넘어도 결혼하지 않는 여성을 ‘마케이누(負け犬)’, 즉 ‘싸움에서 진 개’에 비유하기도 한다. 싸움에서 진 개는 고개를 숙인 채 꼬리를 내려뜨리고 상대의 처분만 기다리는 몰골인데, 서른이 넘어서도 결혼 못 한 노처녀의 처지가 마치 다른 여성과와의 결혼 경쟁에서 밀려나 세상의 처분만 기다리는 개와 같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처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이 서른이 넘어서도 결혼하지 않았으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그 이유라는 게 대부분 높은 학력이나 경제력을 말한다. 만약 둘 중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채 서른을 넘긴 여성이 있다면 그는 ‘결혼도 안 했으면서 그동안 뭘 한 거야’라는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웠다.

    높은 학력과 경제력을 지닌 여성이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있었던 각종 공무원 공채시험만 봐도 ‘여풍(女風)’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할 수 있다. 2011년 외무고시 합격자 29명 중 16명이 여성이었다. 여성이 전체 합격자의 과반수(55.2%)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11월 발표한 사법고시에서도 최고 득점자와 최연소 합격자가 여성이다. 게다가 전체 707명의 합격자 중 여성이 264명(37%)이다. 2000년 여성 합격자 비율이 18.9%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전문직에서도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1980년에는 여의사 비율이 13.6%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21.6%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여한의사의 비율은 2.4%에서 15.7%로 증가했다. 2009년부터는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82.4%)이 남학생(81.6%)을 앞질렀다. 댄 킨들러 하버드대 교수는 이와 같이 사회 각 분야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뛰어난 여성을 ‘알파 걸(Alpha Girl)’이라고 명명했다.

    ‘골드미스’는 노후가 더 불안하다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진 ‘섹스 앤 더 시티’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알파걸’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알파걸은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결혼이 오히려 자아실현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있다. 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역시 따뜻해졌다.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서 ‘싸움에 진 개’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노처녀라는 구질구질한 이름 대신 ‘골드미스’라는 말로 품격 있게 불린다. 골드미스란 학력, 외모, 경제력 등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지만 결혼하지 않고 사는 30대 중·후반 커리어 우먼을 일컫는다. 그들에게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골드미스가 애당초 결혼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상당수가 “결혼은 하고 싶은데, 괜찮은 남자가 없어서…”라고 대답한다. 통상 여성은 결혼상대를 고를 때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10원이라도 더 버는 남성을 찾는다. 하지만 여성의 학력과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자기보다 잘난 남성을 만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만약 여성이 자기보다 높은 학력과 경제력을 지닌 남성만 찾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남녀를 각각 학력과 경제력에 따라 ABCD 4개 등급으로 나눠보자. D등급 여성은 C등급 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하고, C등급 여성은 B등급 남성을, B등급 여성은 A등급 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A등급 여성과 D등급 남성만 남는다. 그런데 A등급 여성은 D등급 남성이 성에 찰 리 없기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혼 상태로 남는 것이다.

    크리스틴 휄런 프린스턴대 박사는 여성이 자신보다 더 부유하고, 더 많이 배우고, 키도 더 크고, 야심도 더 많은 배우자를 물색하는 것을 ‘좁디좁은 연못에서 낚시하는 것’에 비유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엘리트 여성이 자기보다 나은 남성만 찾다가는 싱글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휄런 박사의 분석이다. 즉, 여성의 높은 학력과 우월한 경제력이 결혼시장에서는 도리어 짝을 못 만나게 하는 ‘성공 벌점’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결혼을 안 했든, 못 했든 골드미스에게도 어김없이 노후가 찾아온다. 혼자 사는 여성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노후’다. 그들에게는 자신을 부양해줄 배우자가 없고 자녀도 없다. 그나마 자신을 지켜주던 부모마저 세상을 떠나면 정말 의지할 곳이 없다. 그런데 골드미스는 언제 결혼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주저주저하다 현금과 다름없는 단기상품에 투자하면서 찾아 쓰기 일쑤다. 굳이 사치를 부리지 않더라도 직장생활하면서 품격을 유지하려고 자신을 가꾸다 보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혼여성은 따로 부양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은퇴 후 월급을 대체할 연금이 절실하다. 특히 퇴직한 다음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

    ‘골드미스’는 노후가 더 불안하다
    연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의료비다. 질병이나 사고는 의료비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소득을 단절한다. 자신이 버는 소득 외에 다른 소득원이 없는 골드미스에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민간의료보험을 선택할 때 의료비 보상과 소득 보상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먼저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비를 90%까지 실비로 보상해주는 ‘실손 의료비 보험’에 가입해두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치료기간에 소득을 대체할 수 있도록 ‘정액 보상 보험’, 즉 특정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해주는 질병보험 또는 상해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혼자 사는 골드미스에게는 죽었을 때 거액의 보상금을 주는 ‘종신보험’은 적절치 않은 상품이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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