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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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두었던 내 속모습 보여주마!

김광열 개인전 ‘Black, White & Pink’ & 금혜원 사진전 ‘도심(都深) Urban Depth’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1-03-28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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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춰두었던 내 속모습 보여주마!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5월 8일까지 열리는 김광열 개인전 ‘Black, White · Pink’(1층)와 금혜원 사진전 ‘都深 Urban Depth’(2층)는 독특한 예술세계를 지닌 두 작가의 작품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니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핑크가 벽면에 가득했습니다. 연분홍빛 바탕에 딸기, 사람 얼굴, 목걸이 등이 진분홍·빨강·노랑 같은 따뜻한 색채로 그려져 있는데, 그림을 보고 있으니 문득 발그레한 볼을 하고서 까르르 웃는 다섯 살 난 계집아이가 떠오르더군요. 갑자기 제 옆으로 누군가 다가왔어요. 이 그림을 그린 김광열(48) 작가였죠. 귀엽고 달콤한 작품과 중년 남성인 작가의 이미지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분자분 이야기하며 수줍게 웃는데, 그 미소가 무척 작품과 비슷해 보였어요.

    김 작가는 동성애자입니다. “늘 나에 대해 숨기고 살았다”던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작품 속 눈물을 흘리는 여성, 우울한 표정의 남성, 입을 철저히 가린 인물들, 사방이 꽉 막힌 벽에 웅크리고 있는 붉은색 덩어리, 죽은 나방 등에서 동성애자인 작가의 처절한 슬픔과 고립감이 느껴졌습니다.

    김 작가는 19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갔습니다. 더는 자신의 정체성을 속이며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가족도 그의 성향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형에게 처음으로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해요. 전시를 보고 가족이 충격받을까 걱정됐기 때문이죠. “인연을 끊자”며 고래고래 소리 지를 줄 알았던 형이 의외로 담담히 이 사실을 받아들였고, 그런 형의 태도에 김 작가는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합니다. 이 전시가 그에겐 일종의 커밍아웃인 셈이죠.

    그래서일까요.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핑크 그림처럼 그의 최근작은 밝고 아름다운 이미지입니다.



    감춰두었던 내 속모습 보여주마!
    2층 전시장에 들어서니 서울의 쓰레기 처리시설 내부를 찍은 사진 ‘어번 뎁스(Urban Depth)’ 시리즈가 펼쳐졌습니다. 이 시설은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지하 공간에 철저히 은폐됐지만, 분명히 존재합니다. 파란색 비닐 천막이 덮인 재개발 현장을 담은 ‘블루 테리토리(Blue Territory)’ 시리즈와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를 배경으로 한 ‘그린 커튼(Green Curtain)’ 시리즈 역시 숨겨졌거나 잊혔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또는 존재했던 풍경을 담았습니다. 이들 작품을 찍은 금혜원 작가는 “지하에 숨겨진, 또는 망각된 공간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화려한 도시의 본질적인 모습을 찾고자 했다”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두 전시는 드러난 모습과 숨겨진 모습이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겉과 속이 다른 두 전시를 보니, 내가 사는 이 도시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의 본질은 과연 어떠한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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