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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슈퍼박테리아? 무슨 소리 언론 호들갑 공포 키워

NDM-1은 치료 가능한 다제내성균…정부 사후 대책엔 미흡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슈퍼박테리아? 무슨 소리 언론 호들갑 공포 키워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2010년 12월 9일과 14일 “NDM-1 효소를 만드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에 대해 전국 44개 상급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표본 감시체계를 가동한 결과, OO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4명에게서 NDM-1 CRE(이하 NDM-1)가 분리됐다”고 밝혔다. 발표가 있은 직후 각 언론은 ‘슈퍼박테리아 공포 확산’ ‘슈퍼박테리아 국내 최초 확인’ ‘슈퍼박테리아 일반인에게 전염 가능성’ 등 슈퍼박테리아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들 기사는 대부분 정확성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슈퍼박테리아라는 용어부터가 문제다. 슈퍼박테리아는 현재 시점에서 지구상에 나와 있는 그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내성을 가진) 병원균, 즉 세균을 가리키는 용어다. NDM-1처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콜리스틴, 티게사이클린)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정확하게는 ‘다제내성균’이라고 표현해야 옳다. 다제내성균(多劑耐性菌)은 한자의 뜻대로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란 의미다. 일부 백과사전조차 슈퍼박테리아라는 용어를 남발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일부 학계에서 치료제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지만 학계와 정부 감염위원회는 치료가 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거짓이거나 과장된 측면 커

2010년 현재까지 ‘치료 항생제가 전혀 없다’는 말뜻 그대로의 슈퍼박테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VRSA(Vancomyc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뿐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감염 사례가 없고, 다행히 극복할 수 있는 항생제가 곧 나오리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NDM-1을 두고 ‘치료제가 없다’거나 ‘무방비 상태로 노출’이란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 ‘다제내성균이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일반인의 전염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도 거짓이거나 과장된 측면이 크다.

다제내성균은 NDM-1 외에도 국내에서 발견된 사례가 매우 많다. 기존에 써왔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슈퍼박테리아란 용어 대신 ‘NDM-1 효소를 만드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이라는 읽기조차 벅찬 긴 이름을 사용한 이유도 이 세균이 그동안 장내세균 치료제로 써온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으로 NDM-1 효소를 만들어낸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듣지 않아도 NDM-1 효소를 생산하지 않으면 NDM-1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각 언론은 마치 NDM-1 세균만이 요로감염, 폐렴 등을 유발해 심하면 패혈증과 쇼크 합병증을 일으켜서 사망할 수도 있는 듯 보도했지만, 그 증상과 합병증은 다른 카바페넴 계열 장내세균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같은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다시 말하면 NDM-1이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듣지 않는 것만이 문제이지 다른 장내세균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일반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으니 패혈증과 쇼크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은 사실이다.

국내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흔한 다제내성균은 MRSA(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으로, 치료제인 메티실린 항생제류에 내성이 있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은 농양이나 창상 등 피부감염을 일으키고 방치하면 폐렴과 패혈증 등 중증 감염을 유발하는데, 이를 치료하려고 메티실린류 항생제를 남용한 결과 이 균에 대해 내성이 생긴 돌연변이 세균이 출현했다. 이 다제내성균은 항생제 남용 경력이 있는 환자에게서 발생할 확률이 높고, 기존 질환을 가진 환자가 이 균에 감염된 후 격리치료를 하지 않으면 폭발적으로 감염환자가 증가할 수 있다.

정부는 병원 내 감염으로 MRSA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자 2006년 이후 각 대학병원의 중환자실이나 요양병원을 상대로 감염률을 조사했는데 감염률이 67% 이상이었다.

각 병원에서 MRSA 치료에 쓰는 초강력 항생제가 반코마이신이다. 슈퍼박테리아라 부를 수 있는 VRSA는 이 항생제에 대해서조차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균을 가리킨다. VRSA가 면역력이 약해진 질환자에게 들어가면 감염 부위에 따라 균혈증, 심내막염, 화농성 관절염, 폐렴, 골수염, 피부 감염, 농가진, 장염 등 다양한 증세를 일으키며, 현재 사용하는 어떤 항생제도 효과가 없기 때문에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국내에선 VRSA의 발생 사례가 없었고, 반코마이신에 대해 내성률이 50% 정도인 VISA(Vancomycin Intermediate Staphy -lococcus Aureus·반코마이신 중증도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는 22건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사실 질병관리본부는 2007년부터 장내세균을 비롯해 VRSA(VISA), MRSA, VRE(Vancomycin Resistant Enterococci·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 MRAB(Multi-drug 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다제내성 아시네터박토 바우마니균), MRPA(Multi-drug Resistant Pseudomonas aeruginosa·다제내성 녹농균) 등 6개 다제내성균을 표본 감시해왔다. 이 중 MRAB는 최근 일본에서 집단감염과 사망 사례가 있었으며 국내에서도 내성률이 낮은 균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182건이 발견됐다.

따라서 이번 NDM-1 발견이 다제내성균 국내 최초라는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더욱이 이들 다제내성균이 기존에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항생제를 남용한 사람 중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지는 사람에게, 그것도 주로 접촉성 감염으로 발생하는데 벌써부터 일반인의 감염 가능성을 제기하고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것을 예단한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2011년부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과 동시에 NDM-1 CRE를 비롯해 표본감시 대상군에 있던 나머지 5개 등 모두 6개 다제내성균을 의료 관련 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키로 했다. 전염병 예방법 체제하에 있던 올해 말까지는 각 병의원이 병원 내에서 다제내성균에 감염된 사실을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2011년부터 감염병 예방 관리법이 시행되면 처벌을 받는다.

보건당국도 공포심 조장에 일조

NDM-1 발생을 두고 슈퍼박테리아가 곧 지역사회로 확산된다는 공포심을 심어준 데는 보건당국도 한몫했다. 우선 NDM-1이 확진된 기존 환자 4명의 경우 각각 심각한 질환을 가지고 몇 개월씩 입원했던 환자들로, NDM-1 CRE와 관련된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이 점을 강조하지 않았다. 다제내성균 감염자인 건 맞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없는데도 각 언론은 감염으로 환자의 질환이 더욱 악화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심지어 4명의 확진자 중 3명은 치료 후 더는 균이 나오지 않는데도 이런 사실은 보도자료에서 빠졌다.

언론보도가 과장, 확대되는 과정에서 4명의 환자가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해당 병원이 어느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큰 실수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기자들이 확인 과정에서 밝혀낸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해당 병원은 “이미 기자들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전해 듣고 확인하는 전화를 했다”며 상반된 주장을 한다. 다제내성균 감염의 경우 소문이 나면 환자들의 퇴원 요구가 빗발치는 등 병원이 큰 피해를 입고, 심하면 의료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한편 NDM-1의 감염 사실을 발 빠르게 알린 보건당국은 감염자들의 격리치료실 입원비용과 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지급 문제는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지급되는 다제내성균 대상은 VRSA(VISA)와 VRE뿐이며 감염자와 그 피해가 급증하는 MRSA 등 나머지에 대해선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NDM-1이 급여대상이 된다 해도 그것이 결정될 때까지 150일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12.20 767호 (p54~55)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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