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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가벼운 각료들 ‘실언 행진’

日 법무상 “두 가지만 외워” 관방장관은 “자위대는 폭력장치” 막말

  •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jonggak@hotmail.com

입 가벼운 각료들 ‘실언 행진’

일본의 간 나오토(管直人) 정권이 각료들의 잇단 실언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실언을 한 각료 중 가장 먼저 국회 경시 발언으로 문제가 된 야나기다 미노루(柳田稔) 법무상이 11월 22일 경질됐다. 각료가 실언 때문에 경질된 것은 지난해 9월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처음이다.

지난 9월 2차 간 내각이 발족할 때 처음 입각한 야나기다 법무상은 주말(11월 14일)을 이용해 지역구인 히로시마(廣島) 시에서 후원회 주최로 열린 장관 취임 축하연에 참석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법무상은 좋아요. 두 가지만 외우고 있으면 되니까요.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겠습니다.’ 이건 아주 좋은 문구예요. 잘 모르는 경우 이걸 사용해요. 이걸로 상당히 넘어갔습니다. 다음은 ‘법과 증거에 기초해 적절히 대처하고 있습니다’라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벌써 몇 번이나 사용했습니다.”

현장에서 녹화된 이 발언이 TV 등을 통해 보도되자 야당은 마침 개회 중이던 참의원예산위원회(18일)에서 각료로서 자질 부족 등을 이유로 야나기다 법무상에겐 자진사퇴를, 임명권자인 간 총리에겐 법무상 파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무상은 사죄하면서도 계속 성실한 직무수행을 다짐했고 간 총리도 “본인이 깊이 반성, 사죄하고 있다”면서 파면하지 않을 방침임을 수차례 천명했다.

수차례 사죄, 간 내각은 ‘사죄 내각’



이에 자민당 등 야당은 법무상의 발언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22일 참의원에 문책결의안을 제출하려 했다. 여소야대인 참의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될 것이 확실시되자, 이날 아침 간 총리는 법무상을 관저로 불러 사표를 제출토록 했다. 사실상 경질이다. 법무상의 유임을 공언했던 간 총리가 21일 밤 정부와 민주당 수뇌부 대책회의에서 경질을 결심한 것은, 법무상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현재 최대 현안인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오산이었다. 야당은 사임과 예산안통과는 별개 사안이라며, 대여 공세를 강화해 예산안은 표류 중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터지자 야당들이 정부에 협력키로 방향을 전환해 예산안은 26일에 통과됐다. 법무상은 당분간 변호사 출신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이 겸임하기로 했다.

야나기다 전 법무상은 도쿄대학 이학부에 입학했으나 곧 중퇴하고 4년여 초밥집에서 초밥 만드는 일을 배우며 ‘인생공부’(홈페이지의 표현)를 하다가 공학부로 재입학한 특이한 경력이 있다. 그의 홈페이지엔 초밥을 만드는 사진도 실려 있다.

졸업 후 고베(新戶)제철에 입사해 히로시마 구레(吳)공장에서 근무하며 노조활동을 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1990년 중의원 선거 때 히로시마 지역구에서 민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현재는 5선 의원. 그동안 법률과 관련된 일을 한 경험은 전혀 없다. 그러나 지난 9월 개각 때 간 총리에게서 법무상을 맡으라는 전화를 받고 “에, 내가?”라며 자신도 놀랐다고 말했다.

간 총리가 법무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그를 법무상에 임명한 것은 민주당 내 옛 민사당 그룹의 강력한 천거를 물리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간 총리가 개혁을 부르짖으면서도 나눠먹기 인사라는 구태의 파벌정치를 답습해 이 같은 화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간 총리는 “인사권자로서 임명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자신은 “생각이 다르다”며 책임론을 일축했다. 야나기다 법무상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각료로 임명돼 국회에서 제대로 답변할 수 없기 때문에 두 가지 ‘모범답안’에만 의존했음을,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축하연에서 토로한 게 화근이 됐다.

그는 그동안 국회에서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겠습니다”를 16번, “법과 증거에 기초해 적절히 대처하고 있습니다”는 17번이나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나기다 법무상은 납치문제담당상도 겸임하고 있었는데, 경질 직전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의 면담에서 문제 해결을 다짐했다. 그러나 그가 취임 2개월 만에 물러나자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이래서야 무슨 납치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겠느냐” “정치인들의 입이 너무 가볍다”고 한숨을 쉬었다.

야당이 참의원예산위원회에서 법무상의 실언을 추궁하던 날, 이번엔 답변에 나선 내각의 중추인 센고쿠 관방장관이 “자위대는 폭력장치”라고 표현해 문제가 됐다. 야당 측이 야유를 퍼붓자 그는 곧바로 ‘실력장치’로 정정하면서 “법률상의 용어로는 적당치 않다. 자위대 여러분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자위대의 최고지휘관이기도 한 간 총리가 발언의 심각성을 우려해 오후 참의원예산위원회에서 “자위대 여러분의 프라이드를 상하게 한 데 대해 내가 사과드린다”며 진화에 나섰다.

‘폭력장치’란 말은 본래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경찰과 군대를 가리킨 용어로 ‘정치는 폭력장치를 독점하는 권력’ 등으로도 사용된다. 일본에선 자위대 위헌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용했다.

센고쿠 관방장관은 도쿄대학 재학시절 사회주의 운동조직에 몸담으며 한일회담 반대데모 등을 주동했다. 간 총리(도쿄공업대학)와 출신 대학은 다르지만 학생시절부터 운동권 동료였다. 정부 대변인이기도 한 관방장관이 자위대를 가리켜 일반인이 잘 쓰지 않는 용어인 ‘폭력장치’라고 한 데 대해 무심결에 운동권 출신인 그의 본심이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10월엔 렌호(連舫) 행정쇄신상이 국회의사당을 무대로 패션잡지의 화보 촬영을 한 사실이 드러나, 각료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야당의 지적을 받고 국회 답변을 통해 사과하기도 했다. 타이완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기 MC 출신의 렌호 행정쇄신상은 사과할 때 국회사무국에 촬영 허가신청을 내면서 “의원활동의 기록을 위해라고 이유를 적은 것은 사무국의 말에 따른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참의원예산위원회에서 이 발언을 지적하자 “저의 오해였다. (사무국으로부터) 그런 말은 없었다. 철회하고 사죄한다”고 정정했다.

11월 18일 하루 동안 총리, 장관 등 5명이 실언에 대한 사죄발언을 해 간 정권은 매스컴으로부터 ‘사죄 내각’으로 비유됐다.

“간 총리는 리더십이 없다” 78%

지난해 9월 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해 50여 년에 걸친 자민당 정권을 종식하고 집권한 지 불과 1년 수개월. 집권 경험이 없는 민주당 정권은 국정운영 미숙과 간 총리의 리더십 부족 등으로 위기를 자초하는 형국이다. 야당으로부터는 “레임덕에 걸렸다” “벌써 정권 말기”라는 지적과 함께 “퇴진하라”는 야유를 받고 있다.

한편 자민당 등 야당은 폭력장치 발언과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과 관련해 관방장관, 국토교통상에 대한 문책결의안 제출도 검토하고 있다. 야당은 법무상에 이은 각료들의 사임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간 정권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다는 전략이다.

간 내각은 최근 센카쿠 분쟁 처리과정에서 굴욕외교로 비난받은 데 이어, 실언 사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월의 절반 수준인 20% 초반대로 급락했다. 거기에다 “간 총리는 리더십이 없다”고 답한 이가 78%에 이르고, 정당지지율도 민주당 집권 이후 처음 자민당에 3% 차로 역전되는 등 정권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간동아 2010.11.29 764호 (p60~61)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jongga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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