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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그린벨트 40년 폭발한 민심 05

‘도시의 허파’는 훼손하지 마라

그린벨트, 환경과 재산권 조화 필요 … 일본 실패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도시의 허파’는 훼손하지 마라

‘도시의 허파’는 훼손하지 마라

영국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그린벨트를 조성하고 이를 잘 관리해온 결과, 여타 지역에 비해 그린벨트 지가가 높아져 ‘환경 보전과 재산권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전개됐던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급속한 도시 성장으로 인구 과밀, 환경 파괴, 교통 혼잡, 주택 부족 등의 도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도시 팽창에 따른 무분별한 외곽지역 개발은 쾌적하고 건전한 도시 건설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도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영국의 그린벨트제도, 일본의 근교지대제도를 기초로 1971년 도시계획법에 ‘개발제한구역’(이하 그린벨트)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며,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남겨둔 안전벨트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그린벨트는 시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한 환경·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왔으며 현 정부의 중점 정책인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기여했다.

도시민의 생활환경 확보 위한 ‘안전벨트’

하지만 그린벨트 내의 행위 제한은 거주민이나 토지 소유자들의 사유재산권 행사를 침해했으며, 지속적인 관리체계 부실로 오히려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문제가 생겼다. 이처럼 그린벨트의 양면성이 점차 심화되자 이를 해제 또는 완화하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린벨트 조정 작업을 진행한 결과, 수도권을 비롯한 몇 개의 대도시권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도시 주변부와 20호 이상 집단취락이 우선 해제됐다. 또한 국책사업 및 지역 현안사업에 필요한 조정가능지로 선정된 곳의 해제가 추진됐다. 그 결과 지금까지 전국 14개 도시권에서 1471.86㎢ 이상이 해제됐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고용 창출 및 서민 주거복지 확대를 위해 2020년까지 295.52㎢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한편, 그린벨트로 계속 존치되는 지역에 대해선 관리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러나 추가 활용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린벨트 해제는 ‘환경 보전’과 ‘주민의 재산권 보호’라는 상반된 이해관계의 조화를 모색하면서 신중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그린벨트제도를 채택한 예가 있다. 그린벨트의 원조이며 성공적 사례의 표본으로 볼 수 있는 영국의 그린벨트는 하워드의 전원도시에서 시작됐다. 1933년 언윈(R. Unwin)이 런던 주변에 폭 2km, 면적 200㎢의 환상녹지대를 제안했고, 런던 시는 이를 받아들여 그린벨트법(Green Belt Act)을 제정했다. 아버크롬비(P. Abercrombie) 교수는 1944년에 작성한 대런던계획(Greater London Plan)에서 도시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약 2000㎢에 달하는 그린벨트를 계획했는데, 여기에는 시가지 확산의 억제, 도시 간의 연담화 방지, 개별 지방도시의 특성 유지 보전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영국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그린벨트를 조성하고 환경적으로 잘 관리한 결과, 다른 지역에 비해 오히려 그린벨트가 높은 지가를 형성해 환경 보전과 재산권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원만히 달성할 수 있었다. 이는 합리적인 도시 계획과 분권적인 지역 개발, 녹지 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뤄낸 값진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1956년에 수도권정비법을 제정하고 도쿄 주변 약 100㎢를 그린벨트 성격의 근교지대로 지정했다. 그러나 10년이 안 된 1965년 법을 개정해 근교정비지대로 개칭하고, 규제 내용도 대폭 완화했다. 1968년에는 도시계획법을 개정해 한시적으로 그린벨트의 성격을 갖는 시가화조정구역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근교정비지대나 시가화조정구역제도는 허용되는 개발행위 유형의 폭이 넓어서 그린벨트의 본질을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도입 10년 만에 제도가 폐지됐다.

분명한 원칙 갖고 정책 진행을

일본 그린벨트제도의 실패 원인은 근교지대 내 민간의 개발행위에 대해선 강력하게 규제하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그린벨트를 활용해 주민들이 반발하게 되고, 이것이 사유재산권 분쟁으로 이어져 정부의 감독 및 통제 기능이 약화된 데 있다. 또한 도시화의 급진전에 따른 개발 압력을 버틸 만큼 환경 보전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지 못했던 것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영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성패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본다면 우리가 어떤 방향의 그린벨트 관리를 지향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서민주택의 공급이나 훼손된 녹지의 부활, 지역경제의 회복 등 주요한 정책을 위해 일정 부분 이루어질 필요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불합리한 그린벨트 해제는 도시 생태계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거나, 도시 연담화에 따른 주거, 교통, 교육 등 생활여건 악화로 이어져 도시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그린벨트를 해제할 때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정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허파를 담당하는 중요한 지역이므로 도시의 녹지축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발제한구역을 선정할 때는 철저한 현장조사를 선행해야 한다. 개발제한구역의 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환경평가 3~5등급 지역, 면적 규모 20만㎡ 이상, 산지의 경우 표고 70m 이하 지역이라는 제한만 따를 것이 아니라 토지 특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세부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훼손된 지역을 선별해 도시 광역녹지축을 연결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그린벨트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해외 선진국들의 녹색도시나 푸름이 넘치는 산업단지 사례를 보며 부러워한다. 또한 국토의 허파에 해당하는 광역녹지축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하고, 전원적인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좋아한다. 지금부터라도 현명하게 그린벨트를 관리한다면 환경 보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뿐 아니라, 환경 덕분에 그린벨트의 가치까지 상승해 주민의 재산권이 증대하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개발제한구역을 무분별하게 해제하기보다는 잘못된 상당한 양의 축사, 공장, 비닐하우스 등 훼손된 땅을 발전적으로 고쳐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그린벨트 내 거주자만이 아니라, 정부와 도시민들도 자연환경의 지속적인 보존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린벨트는 한 세대가 모두 활용할 땅이 아니라 후손에게 잘 보존한 채로 남겨줘야 할 귀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0.11.22 763호 (p30~31)

  • 이우종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woolee@kyu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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