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7

2010.10.11

조직 죽이는 리더, 살리는 리더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10-08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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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2년 미국 시카고 존슨앤드존슨(J·J)사에서 만든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에 누군가가 독극물을 주입해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제임스 버크 회장은 주저 없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시카고뿐 아니라 미국 50개 주에서 시판 중이던 모든 타이레놀을 회수했는데, 총 회수비용은 무려 1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시장점유율과 매출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기업 활동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기까지 3년이나 걸렸지만, 이 회사는 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고경영자(CEO)의 책임감과 회사의 정직성을 확인한 소비자들에 의해 믿을 수 있는 회사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1999년과 2000년 연속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미국의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올랐습니다. 심각한 위기 속에서도 이 회사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리더의 책임감이었습니다.

    10월 4일 열린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딸 특채 파동으로 사임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예상’대로 국정감사 증인에 불참했습니다. 유 전 장관은 “강의 일정과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일정 기간 국외에 체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직 죽이는 리더, 살리는 리더
    참으로 대조되는 두 리더의 모습입니다. 딸 특채 파동으로 그가 리더로 있던 외교부는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모든 직원이 비리의 공모자로 취급받고, 부처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때 그가 국감에 나와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며 모든 걸 떠안고 가는 모습을 보였다면, 비록 그는 죽어도 그의 조직이었던 외교부는 살릴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사는 길을 택했습니다. 도피성 외유를 두고 비겁하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습니다.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외교부 직원 사이에서도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2년 넘게 외교부 수장을 지낸 인물의 책임감이 그 정도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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