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기상업고등학교 앞. 중간고사를 치르고 하교하는 학생을 붙잡아 “특성화 고교인 경기상고에 오니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물었다. 학생은 대답 대신 학교 정문에 걸린 현수막을 가리켰다. 현수막에는 ‘2010학년도 주요 대학 진학 현황’ ‘2010학년도 산업체 합격자 현황’이라고 적혀 있다. 진학 현황에는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서울지역 명문대학 합격자 명단이 빼곡했다. 인문계고등학교(이하 인문계고) 부럽지 않은 성과다. 취업도 마찬가지. 유명 증권회사, 법률사무소, 기업 등에 취직한 학생들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경기상고 학생들의 평균 중학교 내신성적은 40% 내외다. 인문계고에 진학할 성적은 충분히 되지만 그렇다고 빼어나게 공부를 잘한다고 볼 수 없다. 이런 학생들에게 경기상고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중학교 내신성적이 비슷한 인문계 학생보다 대학 진학 성과가 좋다. 2010학년도 연세대 경제학과에 정시 전문계고교 출신 특별 전형으로 합격한 졸업생 서석경 씨의 중학교 내신성적은 31%, 서강대 국제문화계에 합격한 졸업생 정호동 씨는 37%대다. 내신성적이 7%대인 3학년 강태훈 군은 지역균형 선발전형으로 서울대 경영대학에 1차 합격했다.
SKY 가는 경기상고
경기상고는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분위기다. 김환섭 교장은 “특기, 적성을 찾아 진학한 만큼, 하려는 의지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강태훈 군도 “중학교 때부터 경영학 관련 공부를 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분야를 특화해서 배우니 공부가 더 잘된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등학교(이하 특성화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니 공부할 맛이 난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학생들의 입학 당시 성적 분포가 고른 점도 도움이 됐다. 김 교장은 “1등부터 꼴찌까지 모인 인문계고에서는 학생들의 수준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비슷한 성적대가 모인 특성화고에서는 학생들을 교육하기도, 학생들이 공부하기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경기상고 교사들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지도한다.
장학금 혜택도 학생들의 의욕을 고취한다. 1923년에 설립된 경기상고의 힘은 동문회 선배들이다. 각종 동문회 장학금과 선배들이 자리 잡은 기업의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연세대에 진학한 서석경 씨도 “고교 입학을 앞두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경기상고에 진학해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 3학년 학생은 장학금에 학비 지원 혜택까지 받아 500만 원을 모으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1인당 수업료와 입학금으로 연 12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기 때문.
‘상고’답게 상업교육의 본분도 놓치지 않는다. 일부 특성화 학교가 학교 이름을 바꾸었으나 경기상고는 꿋꿋이 ‘상업’을 빼지 않았다. 김 교장은 “이름을 바꾸기보다는 교육 내용을 바꿔왔다. 선진국도 직업교육이 더 강조되는 추세인 만큼, 상업교육을 하는 학교가 끝까지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상고 학생들은 2학년에 올라가며 학과를 선택한다. 학과는 글로벌경영과, 글로벌금융과, 글로벌유통과로 나뉜다. 학과 이름은 추상적이지만 교육 내용은 구체적이다. 철저히 실무 중심으로 이뤄져 학생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니 ‘모두가 엎드려 자는 교실 풍경’은 볼 수 없다. 쇼핑몰과 관련한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닌 직접 쇼핑몰을 만들어보는 수업에 학생들은 흥미를 느낀다.
원하면 100% 취업! 공고의 힘
이런 바탕에는 특성화고 교사들의 남모르는 노력이 있었다. 특성화고 교사 200여 명은 G(Globalization)-교육과정연구회를 만들어 직접 교과서를 개발해왔다. 2007년 시작된 G-교육과정연구회(이하 연구회)가 만든 전문교과 교과서는 모두 81개에 이른다. 연구회는 일반계고 학생들보다 학습자료가 부족한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해 수업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학습주제 단위별로 개발했다. 국영수 교과도 특성화고별 학생 수준에 맞게 교육과정을 구성,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공업계 특성화고 중에는 1905년에 설립된 용산공업고등학교가 눈에 띈다. 용산공고 입학생들의 평균 중학교 내신성적은 70% 정도다. 하지만 용산공고에서 3년을 열심히 배운 뒤 거두는 성과는 눈부시다. 용산공고 한 교사는 “입학식에 찾아와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며 우는 학부모가 아직도 있다. 하지만 이 학부모도 3년 뒤에는 웃으며 졸업식장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국영수 중심의 성적이 뛰어나지 못했던 평범한 학생들이 졸업 뒤에는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거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부모를 기쁘게 해주는 것.
10월 4일 기자는 용산공고의 자랑인 학교기업 ‘용공모터스’를 찾았다. 정문 옆에 자리한 자동차정비공장 용공모터스는 2006년에 설립됐다. 리프트, 검차 기기 등을 갖춰 다른 자동차정비공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SUV 차량의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학생을 지도하는 이민철 반장도 용산공고 출신이다. 유명 자동차정비업소에서 일하다가 모교의 요청을 받고 이곳으로 왔다. 후배들인 만큼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한다. 강길한 정비사도 용산공고 졸업생으로 용공모터스에서 실습을 마친 뒤 졸업해 곧장 취직했다.
자동차과 학생들은 이론으로 배운 부분을 이곳에서 연습용 차량으로 실습한다. 차량 안전 문제로 직접 고객의 차량 정비를 하지 않아도 숙련된 선배 정비사들의 작업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 생생한 교육이 가능하다. 학교도 2008년 교육용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는 등 새로운 기술 습득을 돕고 있다.
3학년 한원준 군은 “자동차에 흥미가 있어 진학했는데 크게 만족한다. 용공모터스에서 실습을 충분히 하니 자격증을 빨리 딸 수 있다”며 웃었다. 이기호 교사도 “여기서 실습한 학생 중에는 3년제 대학에 진학해 연계 교육을 받기도 한다. 또 단순히 정비 일에 그치지 않고 정비 공부를 바탕으로 손해보상학과로 진학, 인기를 모으는 손해보험사를 준비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뿐 아니라, 용공모터스를 찾는 손님도 만족한다. 승용차를 맡긴 정모 씨는 “정품을 쓰니 일단 믿음이 간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베테랑 정비사답게 차량의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줘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정씨 옆에 세워진 차의 주인은 강원도 홍천에서 자동차가 고장 났지만 이곳까지 견인해 수리를 맡겼다. 잘한다는 소문이 주변에 퍼지면서 용공모터스는 지난해 흑자를 달성했다.
용산공고 졸업생들은 취업을 할 때도 어깨를 당당히 편다. 2010년 상반기에만 94명이 취업했다.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알짜 중소기업들이다. 연봉 3000만 원이 넘는 직장에 취직한 학생들도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재수, 삼수에 시달리는 인문계 학생들과 대조된다. 용산공고는 취업률을 꾸준히 올리기 위해 시대에 맞춰 학과를 개편하고 있다. 여러 학과를 3개 학과(기계자동차, 정보기술, 도시디자인)로 융합·통합해 전기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도 전자 분야의 기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1, 2학년 때는 기초 직업 능력을 공부하고 3학년 때 전공을 강화한다.
‘선취업 후진학’도 학생들에 큰 도움
전문화된 직업교육과 함께, 학생들에게 좋은 직장을 찾아주는 전문적인 산학코디네이터 교사의 노력, 30여 개의 산학협약서 체결업체,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금메달에 빛나는 기능영재반 운영 등도 용산공고의 자산이다. 3학년 김모 군은 “누나는 큰 고민 없이 인문계에 진학하더니 나중에 직업학교에 갔다. 인문계에 간 중학교 동창 중에도 미래가 불안해 방황하는 친구가 많다. 반면 흥미 있던 기계 관련 공부를 일찍 시작하니, 깊이 빠져들어 방황할 틈도 없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전공 분야 공부에 갈증을 느낀 학생들은 전공을 살려 유사 학과에 진학한다. 특성화고 학생을 따로 선발하는 전형을 둔 대학이 많아 진학하기도 쉽다. 수도권 소재 대학에 매년 40여 명이 입학한다. 졸업생 최현석 씨는 고려대, 한양대 두 곳에 합격한 뒤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에 들어갔다. 용산공고도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대학생들이 용산공고생의 공부를 돕는 ‘동행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은 “중학교 때 비슷한 성적이던 친구가 대학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보면 특성화고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선(先)취업 후(後)진학’ 흐름도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힘을 준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문계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을 내놓았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3년 이상 재직한 직장인들이 수능을 보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는 제도다. 중앙대, 공주대, 건국대 등에 이미 170여 명이 합격했다. 국립대학 등에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능력에 따라 공고를 졸업한 뒤에도 전문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거침없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도 아직 우리 사회의 편견과 오해가 남았다. 특성화고 한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며 꿈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도 어머니는 집 밖에서 내가 특성화고를 다닌다고 떳떳이 말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특성화고 교사들은 특성화고 진학을 강력히 추천한다.
용산공고 추교수 교감은 “한국 사회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대학에 진학해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국가 기간산업의 주역인 기능인이 되는 길은 충분히 매력 있다”고 권한다. 경기상고 안광식 교감도 “진학설명회 때마다 학부모들에게 인문계라는 성 안만 보지 말고 성 바깥도 보라고 말한다. 성을 벗어나면 여러 갈래로 진로가 열리는 넓은 땅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10명 중 4명이 특성화고 출신이다. 과연 5번째 대통령이 어느 특성화고에서 나올까. 특성화고의 발전이 기대된다.
경기상고 학생들의 평균 중학교 내신성적은 40% 내외다. 인문계고에 진학할 성적은 충분히 되지만 그렇다고 빼어나게 공부를 잘한다고 볼 수 없다. 이런 학생들에게 경기상고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중학교 내신성적이 비슷한 인문계 학생보다 대학 진학 성과가 좋다. 2010학년도 연세대 경제학과에 정시 전문계고교 출신 특별 전형으로 합격한 졸업생 서석경 씨의 중학교 내신성적은 31%, 서강대 국제문화계에 합격한 졸업생 정호동 씨는 37%대다. 내신성적이 7%대인 3학년 강태훈 군은 지역균형 선발전형으로 서울대 경영대학에 1차 합격했다.
SKY 가는 경기상고
경기상고는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분위기다. 김환섭 교장은 “특기, 적성을 찾아 진학한 만큼, 하려는 의지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강태훈 군도 “중학교 때부터 경영학 관련 공부를 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분야를 특화해서 배우니 공부가 더 잘된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등학교(이하 특성화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니 공부할 맛이 난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학생들의 입학 당시 성적 분포가 고른 점도 도움이 됐다. 김 교장은 “1등부터 꼴찌까지 모인 인문계고에서는 학생들의 수준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비슷한 성적대가 모인 특성화고에서는 학생들을 교육하기도, 학생들이 공부하기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경기상고 교사들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지도한다.
장학금 혜택도 학생들의 의욕을 고취한다. 1923년에 설립된 경기상고의 힘은 동문회 선배들이다. 각종 동문회 장학금과 선배들이 자리 잡은 기업의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연세대에 진학한 서석경 씨도 “고교 입학을 앞두고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경기상고에 진학해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 3학년 학생은 장학금에 학비 지원 혜택까지 받아 500만 원을 모으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1인당 수업료와 입학금으로 연 12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기 때문.
‘상고’답게 상업교육의 본분도 놓치지 않는다. 일부 특성화 학교가 학교 이름을 바꾸었으나 경기상고는 꿋꿋이 ‘상업’을 빼지 않았다. 김 교장은 “이름을 바꾸기보다는 교육 내용을 바꿔왔다. 선진국도 직업교육이 더 강조되는 추세인 만큼, 상업교육을 하는 학교가 끝까지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상고 학생들은 2학년에 올라가며 학과를 선택한다. 학과는 글로벌경영과, 글로벌금융과, 글로벌유통과로 나뉜다. 학과 이름은 추상적이지만 교육 내용은 구체적이다. 철저히 실무 중심으로 이뤄져 학생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니 ‘모두가 엎드려 자는 교실 풍경’은 볼 수 없다. 쇼핑몰과 관련한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닌 직접 쇼핑몰을 만들어보는 수업에 학생들은 흥미를 느낀다.
원하면 100% 취업! 공고의 힘
경기상고 학생들은 취업, 진학 관련 동아리를 만들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운다.
공업계 특성화고 중에는 1905년에 설립된 용산공업고등학교가 눈에 띈다. 용산공고 입학생들의 평균 중학교 내신성적은 70% 정도다. 하지만 용산공고에서 3년을 열심히 배운 뒤 거두는 성과는 눈부시다. 용산공고 한 교사는 “입학식에 찾아와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며 우는 학부모가 아직도 있다. 하지만 이 학부모도 3년 뒤에는 웃으며 졸업식장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국영수 중심의 성적이 뛰어나지 못했던 평범한 학생들이 졸업 뒤에는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거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부모를 기쁘게 해주는 것.
10월 4일 기자는 용산공고의 자랑인 학교기업 ‘용공모터스’를 찾았다. 정문 옆에 자리한 자동차정비공장 용공모터스는 2006년에 설립됐다. 리프트, 검차 기기 등을 갖춰 다른 자동차정비공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SUV 차량의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학생을 지도하는 이민철 반장도 용산공고 출신이다. 유명 자동차정비업소에서 일하다가 모교의 요청을 받고 이곳으로 왔다. 후배들인 만큼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한다. 강길한 정비사도 용산공고 졸업생으로 용공모터스에서 실습을 마친 뒤 졸업해 곧장 취직했다.
자동차과 학생들은 이론으로 배운 부분을 이곳에서 연습용 차량으로 실습한다. 차량 안전 문제로 직접 고객의 차량 정비를 하지 않아도 숙련된 선배 정비사들의 작업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 생생한 교육이 가능하다. 학교도 2008년 교육용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는 등 새로운 기술 습득을 돕고 있다.
3학년 한원준 군은 “자동차에 흥미가 있어 진학했는데 크게 만족한다. 용공모터스에서 실습을 충분히 하니 자격증을 빨리 딸 수 있다”며 웃었다. 이기호 교사도 “여기서 실습한 학생 중에는 3년제 대학에 진학해 연계 교육을 받기도 한다. 또 단순히 정비 일에 그치지 않고 정비 공부를 바탕으로 손해보상학과로 진학, 인기를 모으는 손해보험사를 준비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뿐 아니라, 용공모터스를 찾는 손님도 만족한다. 승용차를 맡긴 정모 씨는 “정품을 쓰니 일단 믿음이 간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베테랑 정비사답게 차량의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줘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정씨 옆에 세워진 차의 주인은 강원도 홍천에서 자동차가 고장 났지만 이곳까지 견인해 수리를 맡겼다. 잘한다는 소문이 주변에 퍼지면서 용공모터스는 지난해 흑자를 달성했다.
용산공고 졸업생들은 취업을 할 때도 어깨를 당당히 편다. 2010년 상반기에만 94명이 취업했다.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알짜 중소기업들이다. 연봉 3000만 원이 넘는 직장에 취직한 학생들도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 재수, 삼수에 시달리는 인문계 학생들과 대조된다. 용산공고는 취업률을 꾸준히 올리기 위해 시대에 맞춰 학과를 개편하고 있다. 여러 학과를 3개 학과(기계자동차, 정보기술, 도시디자인)로 융합·통합해 전기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도 전자 분야의 기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1, 2학년 때는 기초 직업 능력을 공부하고 3학년 때 전공을 강화한다.
‘선취업 후진학’도 학생들에 큰 도움
용산공고가 운영하는 ‘용공모터스’는 생생한 교육의 장이다.
전공 분야 공부에 갈증을 느낀 학생들은 전공을 살려 유사 학과에 진학한다. 특성화고 학생을 따로 선발하는 전형을 둔 대학이 많아 진학하기도 쉽다. 수도권 소재 대학에 매년 40여 명이 입학한다. 졸업생 최현석 씨는 고려대, 한양대 두 곳에 합격한 뒤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에 들어갔다. 용산공고도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대학생들이 용산공고생의 공부를 돕는 ‘동행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은 “중학교 때 비슷한 성적이던 친구가 대학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보면 특성화고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선(先)취업 후(後)진학’ 흐름도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힘을 준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문계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을 내놓았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3년 이상 재직한 직장인들이 수능을 보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는 제도다. 중앙대, 공주대, 건국대 등에 이미 170여 명이 합격했다. 국립대학 등에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능력에 따라 공고를 졸업한 뒤에도 전문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거침없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도 아직 우리 사회의 편견과 오해가 남았다. 특성화고 한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며 꿈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도 어머니는 집 밖에서 내가 특성화고를 다닌다고 떳떳이 말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특성화고 교사들은 특성화고 진학을 강력히 추천한다.
용산공고 추교수 교감은 “한국 사회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대학에 진학해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국가 기간산업의 주역인 기능인이 되는 길은 충분히 매력 있다”고 권한다. 경기상고 안광식 교감도 “진학설명회 때마다 학부모들에게 인문계라는 성 안만 보지 말고 성 바깥도 보라고 말한다. 성을 벗어나면 여러 갈래로 진로가 열리는 넓은 땅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10명 중 4명이 특성화고 출신이다. 과연 5번째 대통령이 어느 특성화고에서 나올까. 특성화고의 발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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