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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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풍부한 아이, 공부도 잘한다

예체능 조화 이뤄야 21세기 인재…한국은 영수국 집어넣기에 바빠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0-10-11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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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 풍부한 아이, 공부도 잘한다

    1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전’을 관람하는 아이들. 2 아현산업정보학교 전자기타반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음을 익히고 있다. 3 포항 영일고 댄싱팀 학생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연습을 하고 있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와 일반 과학자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지난 5월 ‘2010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생각의 탄생’의 저자 로버트·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그 차이를 ‘예술’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2005년까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510명을 영국왕립협회, 미국국립과학원 등에 소속된 과학자·교수 등과 비교한 결과, 노벨상 수상자들은 예술·문학 등의 분야에 취미 이상의 수준으로 몰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일반 과학자와 비교해 음악가가 될 가능성이 4배, 화가는 17배, 소설가나 시인은 25배, 공연예술가가 될 가능성은 22배나 높았다.

    수학 과학 vs 미술 음악 둘 중 하나 선택하는 현실

    예를 들어 최초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J.H. 반트호프는 플루트 연주에 능숙했고 4개 국어로 시 쓰기를 즐겼다. 상대성이론으로 잘 알려진 아인슈타인은 여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자신의 과학적 발견은 주로 음악적 지각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과학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음악, 미술 같은 예술이 열쇠와 같은 구실을 했다. 새로운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야 성공하는 21세기에는 예술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말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어려울 듯하다. 우리나라는 수학, 과학 같은 지성 교육과 음악, 미술 같은 예술 교육이 공존하기 어렵다는 의식이 교육제도는 물론 학부모 사이에도 팽배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이미경 연구위원에 따르면, 영재교육기관을 찾는 아이 20명 중 1~2명은 수학·과학 영재이면서 미술·음악 영재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대부분 두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한다. 이때 대학 입시, 사회적 성공 등을 고려해 수학·과학 분야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연구위원은 “교육 선진국의 경우 두 가지 재능을 모두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제도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이런 부분을 인식하게 된 수준”이라고 전했다.

    평범한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 최효찬 대표는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은 지덕체(智德體)가 아닌,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를 하는 지지지(智智智) 교육이라고 정의 내린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는 예체능은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 끊어야 하는 것쯤으로 여긴다. 초등학교 때까지 피아노를 배우던 아이가 중학교에 가서도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 음대에 갈 것도 아닌데 왜 배우냐고 묻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는 것.



    반면 세계적인 명문 학교는 체덕지 교육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정도로 체육, 음악, 봉사활동, 리더십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최 대표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최우수 학생에게 주는 로즈 장학금을 받는 학생을 보면 학과 성적도 우수하지만 체육활동, 봉사활동 등 모든 부분이 뛰어나다. 한 학생은 복싱 프로선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며 “우리나라 학생이 그 장학금을 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성, 감성, 인성 골고루 갖춘 좌우뇌 발달형으로 키워야

    감성 풍부한 아이, 공부도 잘한다

    영국 명문사립학교 럭비스쿨 학생들이 럭비 풋볼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교육 현실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학생의 인성과 사회성도 걱정스러운 수준이 됐다. 지난해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는 38개국의 만 13.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시민교육 국제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시민 관련 지식수준은 핀란드, 덴마크에 이은 세계 3위로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민의식과 관련한 정서·행동 영역에서는 괴리된 결과가 나왔다. 예를 들어 학교 내외 시민 참여나 다른 민족과 인종, 이민자의 사회적 권리에 대한 태도 등에서 국제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많은 교육학계 학자는 이런 불균형한 교육 현실에 우려를 표한다. 사람은 지적, 정서적, 사회적, 신체적인 면을 조화롭게 발전시킬 때 극대화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숙명여대 교육심리학과 송인섭 교수는 “성취를 100%로 보면 지적인 부분이 50%, 경험적 부분이 30%, 육체적 부분이 20%를 차지한다.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사람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고 사고의 폭도 넓어진다. 이렇게 되면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학습에 몰입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얼굴이 다른 것처럼 타고난 잠재능력도 다 다릅니다. 성장기에는 이를 끄집어내는 교육이 중요한데, 우리는 집어넣는 교육만 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우리 교육이 기술과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에서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은 호기심과 탐구력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어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는 저절로 즐겁게 몰두한다는 것. 문 교수는 “학창 시절에는 이런 호기심과 몰입의 자세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수학 같은 주지 과목은 대학에 가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뇌 발달의 측면에서 봐도 지성과 감성, 체력의 조화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지성은 좌뇌, 감성은 우뇌가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은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학습 능력과 집중력은 좌우뇌가 균형을 이뤄 만들어지는데, 흔히 수학은 좌뇌가 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인 착각이다. 변 원장은 “단순 암기식의 공부는 좌뇌를 주로 자극해 아이들이 짧고 직선적인 공부는 잘할 수 있지만 이해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음악, 미술 등으로 우뇌를 자극해 학습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뇌 발달에 중요한 것은 운동이다. 예전에는 운동을 잘하면 공부를 못한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운동이 공부와 같은 전두엽의 영역과 관련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결국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려면 우뇌와 좌뇌를 고루 자극하는 교육, 즉 지성·감성·인성·운동 교육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새롭게 조합하는 능력을 가진 인재가 성공한다는 전문가들의 설명 또한 귀 기울여야 한다. 문 교수는 “혼자 똑똑하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과학자들은 팀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청문회를 봐도 인성과 도덕성이 중요한 덕목이 됐다.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고, 사회성이 뛰어나고, 정직한 사람이 출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아이비리그에 입학하는 한국 학생들은 입학 성적은 우수하지만 그 후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입학만을 목표로 맞춤식 공부를 했기 때문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 학생들은 뒷심이 없고 꿈꾸는 법을 잘 모른다고 합니다. 큰 인재로 성장하고 진짜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초중고 시절 교육이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국영수, 예체능, 문사철 시간표 짜는 법

    교과과정과 연계한 독서, 미술, 음악활동을 즐겨라!


    우리 아이는 국영수만 공부하기에도 하루가 벅차다. 어떻게 예체능에 문사철(文史哲)까지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비상교육 비상공부연구소의 박재원 소장은 공부 방법과 마음가짐만 바꾸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평소 공부도 잘하고 잘 노는 아이들은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공부를 즐겁게 하는 법을 터득한 경우가 많다.

    1. 공부에 대한 개념부터 바꿔라

    인간에게는 모르는 것을 알고 싶은 욕구,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은 욕구가 있다. 현재 입시 중심의 우리나라 교육은 이런 인간의 본능과 잘 맞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공부를 싫어하게 만든다. 핀란드에서는 공부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자 성적을 서열화하는 것을 금지한다. 공부는 시험을 잘 보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공부 자체에서 재미, 성취감을 얻는 아이들이 성적도 우수하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2. 8대 2의 법칙, 진짜 공부와 시험대비용 공부를 분리하라

    10시간을 공부한다면 2시간은 시험을 대비한 공부에 투자한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를 하다 보면, 어려운 부분이 나와도 무조건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겨 두뇌가 거부감을 느끼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러한 공부는 2시간 이내에 해치우고 나머지 8시간은 놀듯이 공부한다. 아이가 궁금한 것 위주로 즐기듯이 공부를 하게 한다.

    3. 예습과 복습만 잘해도 70%의 시간이 남는다

    학교 공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시간표를 짤 때 꼭 넣어야 하는 우선순위는 학교에서 배운 교과 내용을 확인, 반복하는 복습 시간이다. 예습은 미리 공부를 하기보다는 왜 배우는지를 알아보는 관심 선에서 가볍게 끝내는 것이 좋다. 이런 예·복습 과정을 거치면 수업시간에 다른 아이들보다 정보 흡수력이 월등히 높아진다. 하루, 일주일, 시험주기, 방학주기로 나눠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총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보통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약 70%가 절약된다.

    4. 문사철, 예체능은 교과서와 연계하라

    70%의 시간을 문사철, 예체능에 쓴다. 이때 교과과정과 연계한 문사철, 예체능 교육이 좋다. 예·복습 과정에서 생기는 호기심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교과서의 탐구활동 과제를 참고해 미술, 음악, 야외활동 시간을 갖는다. 역사책의 특정 단원과 관련된 박물관을 주말에 찾아가는 것이 좋은 예다.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아이의 행복지수도 올라간다.

    5. 부모는 평가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학교 성적에 유난히 집착한다. 이런 태도는 아이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공부에 대한 흥미마저 잃게 한다. 공부는 엉덩이가 아닌 두뇌가 하는 것임을 명심한다. 두뇌가 최적의 컨디션으로 움직이려면 체육, 음악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병행해 공부하는 아이들은 슬럼프를 잘 겪지 않고 여유가 있다. 무엇보다 행복하게 공부한다. *도움말 : 비상교육 비상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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