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새 수목드라마 ‘도망자 Plan.B’로 5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가수 비(본명 정지훈). 하지만 기자회견을 앞두고 세간의 관심은 그의 연기 복귀보다 ‘주식 먹튀’ 논란에 대해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에 쏠렸다. 2007년 5월 비는 JYP와 전속계약이 종료되면서 제이튠 엔터테인먼트(이하 제이튠)에 들어갔다. 제이튠은 2007년 9월 코스닥에서 자본잠식 상태로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던 휴대전화 부품업체인 세이텍을 인수합병하면서, 제3자 배정으로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때 비가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떠올랐고, 비를 보고 투자하려는 사람이 줄을 이으면서 제이튠 주가는 치솟았다. 하지만 비가 지난 7월 제이튠 지분 전량을 처분해 회사를 떠나자 제이튠 주가는 급락했다. 지분 처분으로 비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린 반면, 투자자는 큰 손해를 보았다. 여기에 비가 지난 3년간 회사 전체 매출액보다 많은 200억 원 넘는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주식시장은 크게 코스피(KOSPI)와 코스닥(KOSDAQ)으로 나뉜다. 흔히 미국 프로야구에 빗대 코스피는 메이저리그, 코스닥은 마이너리그라고 표현한다. 코스피가 어느 정도 성장한 큰 기업을 위한 주식시장이라면, 코스닥은 미국의 나스닥(NASDAQ)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과 신생기업의 주식 상장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투자 패턴 변화로 코스닥 위축
가수 비의 사례에서 보듯 코스닥은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로 인해 변동성이 커서 투자하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달아올랐다가도 순간 식어버리는 ‘냄비 현상’ 때문에 코스닥 상장법인들은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코스닥 디스카운트’에 시달려왔다. 이는 코스피와 비교하면 뚜렷이 드러난다.
9월 27일 코스피는 연내 최고치인 1860.83을 기록하며 올 초 대비 무려 9.7%나 상승해 2000선을 넘보고 있다. 반면 올해 초 530선에서 출발한 코스닥은 9월 27일 현재 486.29로 8% 가까이 떨어졌다. 한때 11.43%나 하락했을 정도로 부진했으며, 최근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기임에도 보합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닥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올 초에 비해 각각 2억 주, 1조 원가량 줄어들었다. 상장이 폐지된 코스닥 기업도 2010년 9월 현재 63개로 전년치인 65개에 육박한다.
코스닥 시장이 침체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투자 패턴의 변화를 꼽는다. 과거 한 방을 노리며 변동성이 큰 종목에 몰리던 투자자들이 2000년대 이후 실적이 좋고 우량한 기업을 선호하는 쪽으로 급속히 변화했다.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 이윤학 부장은 “최근 국내 증시는 정보기술(IT), 조선, 자동차 등 코스피 대형주가 장을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에 투자할 때 변동성이 큰 종목보다 실적이 좋고 우량한 대기업을 선호했고, 최근 기관들과 개인투자자들도 빠르게 이러한 선진국형 투자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기금, 투자신탁 등 기관투자가들은 코스피 투자를 늘리는 한편, 코스닥에선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형 펀드에 자금 유입이 감소하면서 기관들도 운신의 폭이 좁아지다 보니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중심의 매매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지난 6월 658억 원, 7월 2398억 원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9월 넷째 주에도 220억 원대 물량을 순매도해 코스닥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코스닥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 코스닥에는 SK브로드밴드, 쌍용건설, KCC건설 등 2009년 매출액 1조 원 이상을 기록한 결산법인이 3곳, 2009년 순이익이 1000억 원 넘는 기업도 인터파크와 동서 2곳이 있지만 그 밖에 재무건전성이 낮거나 매출이 부실한 기업이 너무 많아서 투자자들의 의심을 받고 있다.
그나마 우량 기업들도 코스닥을 떠나려는 기류가 강하다. 2008년 코스닥 시가총액 1위 NHN, 3위 LG텔레콤, 6위 아시아나항공이 모두 코스피로 떠났고 2009년 키움증권, 황금에스티, 2010년 신세계푸드도 뒤따랐다. 코스닥에 있다 보니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고,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대신증권 최재식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코스닥을 이끌던 주요 기업들이 대거 코스피로 이동하면서 코스닥의 매력이 더욱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벤처기업의 부실과 횡령·배임·작전이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코스닥에 대한 신뢰성 악화도 한몫을 했다. ‘코스닥 업체서 수십억 횡령한 전 회장 구속’이란 제목의 기사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 27일까지 실질검사를 통해 상장폐지가 확정된 37개사 가운데 하이럭스·동산진흥 등 14개사(37.8%)가 횡령이나 배임으로, 비엔디·유티엑스 등 12개사(32.4%)가 분식회계를 비롯한 회계처리 위반으로 퇴출당하는 등 경영자의 부정이 개입된 사례가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코스닥 체질개선론’에서 나아가 코스닥을 코스피로 통합하자는 ‘코스닥 무용론’까지 흘러나온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부장은 “아예 코스피로 완전 통합을 하는 것이면 모를까, 예전처럼 코스피 시장 속에서 1부, 2부로 나누거나 중소형, 대형주로 나누는 방식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디스카운트’ 신뢰 회복 시급
코스닥 시장을 없애자는 극단적인 주장보다는 투명성을 개선해 ‘코스닥 디스카운트’ 현상을 줄여나가자는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권 일각에선 ‘10%룰’을 제시한다.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 문제가 발생한 기업은 즉각 퇴출시키는 한편, 위험 부담이 큰 기업은 기준을 마련해 하위 10%를 프리보드(벤처로 대표되는 혁신형 기업들의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제3의 시장) 등으로 내보내는 반면, 프리보드에서 우량한 기업 10%를 코스닥으로 올려 보내자는 것. 영국의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승강제와 유사한 방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위 몇 %를 퇴출시킬지는 관련 당사자들의 중지를 모아야겠지만 지속적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문제가 있는 기업은 반기 단위로 바로 내보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프리보드가 시장이라고 부르기 초라할 만큼 거래량이 적은 데다, 투자자 보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무용론에 맞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2009년 12월 기존의 스타지수와 별도로 코스닥 우량기업들로 구성된 프리미어지수를 개발해 코스닥 시장의 상품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지난 2월 34개 증권사 협조를 얻어 각 증권사가 작성한 상장기업 관련 분석보고서를 게재한 아이코스닥(ikosdaq.krx.co.kr)을 만들어 투자자들이 손쉽게 코스닥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 관계자는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들의 건전성 부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를 강화해 퇴출이 더욱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과 협의를 통해 좀 더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박신화’가 어느덧 옛말이 된 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코스닥.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과 신생기업의 주식 상장이란 본래의 취지를 살려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퇴보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때 비가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떠올랐고, 비를 보고 투자하려는 사람이 줄을 이으면서 제이튠 주가는 치솟았다. 하지만 비가 지난 7월 제이튠 지분 전량을 처분해 회사를 떠나자 제이튠 주가는 급락했다. 지분 처분으로 비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린 반면, 투자자는 큰 손해를 보았다. 여기에 비가 지난 3년간 회사 전체 매출액보다 많은 200억 원 넘는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주식시장은 크게 코스피(KOSPI)와 코스닥(KOSDAQ)으로 나뉜다. 흔히 미국 프로야구에 빗대 코스피는 메이저리그, 코스닥은 마이너리그라고 표현한다. 코스피가 어느 정도 성장한 큰 기업을 위한 주식시장이라면, 코스닥은 미국의 나스닥(NASDAQ)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과 신생기업의 주식 상장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투자 패턴 변화로 코스닥 위축
가수 비의 사례에서 보듯 코스닥은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로 인해 변동성이 커서 투자하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달아올랐다가도 순간 식어버리는 ‘냄비 현상’ 때문에 코스닥 상장법인들은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코스닥 디스카운트’에 시달려왔다. 이는 코스피와 비교하면 뚜렷이 드러난다.
9월 27일 코스피는 연내 최고치인 1860.83을 기록하며 올 초 대비 무려 9.7%나 상승해 2000선을 넘보고 있다. 반면 올해 초 530선에서 출발한 코스닥은 9월 27일 현재 486.29로 8% 가까이 떨어졌다. 한때 11.43%나 하락했을 정도로 부진했으며, 최근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기임에도 보합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닥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올 초에 비해 각각 2억 주, 1조 원가량 줄어들었다. 상장이 폐지된 코스닥 기업도 2010년 9월 현재 63개로 전년치인 65개에 육박한다.
코스닥 시장이 침체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투자 패턴의 변화를 꼽는다. 과거 한 방을 노리며 변동성이 큰 종목에 몰리던 투자자들이 2000년대 이후 실적이 좋고 우량한 기업을 선호하는 쪽으로 급속히 변화했다.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 이윤학 부장은 “최근 국내 증시는 정보기술(IT), 조선, 자동차 등 코스피 대형주가 장을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에 투자할 때 변동성이 큰 종목보다 실적이 좋고 우량한 대기업을 선호했고, 최근 기관들과 개인투자자들도 빠르게 이러한 선진국형 투자 패턴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기금, 투자신탁 등 기관투자가들은 코스피 투자를 늘리는 한편, 코스닥에선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형 펀드에 자금 유입이 감소하면서 기관들도 운신의 폭이 좁아지다 보니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중심의 매매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지난 6월 658억 원, 7월 2398억 원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9월 넷째 주에도 220억 원대 물량을 순매도해 코스닥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코스닥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 코스닥에는 SK브로드밴드, 쌍용건설, KCC건설 등 2009년 매출액 1조 원 이상을 기록한 결산법인이 3곳, 2009년 순이익이 1000억 원 넘는 기업도 인터파크와 동서 2곳이 있지만 그 밖에 재무건전성이 낮거나 매출이 부실한 기업이 너무 많아서 투자자들의 의심을 받고 있다.
그나마 우량 기업들도 코스닥을 떠나려는 기류가 강하다. 2008년 코스닥 시가총액 1위 NHN, 3위 LG텔레콤, 6위 아시아나항공이 모두 코스피로 떠났고 2009년 키움증권, 황금에스티, 2010년 신세계푸드도 뒤따랐다. 코스닥에 있다 보니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고,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대신증권 최재식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코스닥을 이끌던 주요 기업들이 대거 코스피로 이동하면서 코스닥의 매력이 더욱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벤처기업의 부실과 횡령·배임·작전이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코스닥에 대한 신뢰성 악화도 한몫을 했다. ‘코스닥 업체서 수십억 횡령한 전 회장 구속’이란 제목의 기사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 27일까지 실질검사를 통해 상장폐지가 확정된 37개사 가운데 하이럭스·동산진흥 등 14개사(37.8%)가 횡령이나 배임으로, 비엔디·유티엑스 등 12개사(32.4%)가 분식회계를 비롯한 회계처리 위반으로 퇴출당하는 등 경영자의 부정이 개입된 사례가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코스닥 체질개선론’에서 나아가 코스닥을 코스피로 통합하자는 ‘코스닥 무용론’까지 흘러나온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부장은 “아예 코스피로 완전 통합을 하는 것이면 모를까, 예전처럼 코스피 시장 속에서 1부, 2부로 나누거나 중소형, 대형주로 나누는 방식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은 변동성이 심해 투자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그나마도 최근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급감해 코스닥 지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을 없애자는 극단적인 주장보다는 투명성을 개선해 ‘코스닥 디스카운트’ 현상을 줄여나가자는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권 일각에선 ‘10%룰’을 제시한다.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 문제가 발생한 기업은 즉각 퇴출시키는 한편, 위험 부담이 큰 기업은 기준을 마련해 하위 10%를 프리보드(벤처로 대표되는 혁신형 기업들의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제3의 시장) 등으로 내보내는 반면, 프리보드에서 우량한 기업 10%를 코스닥으로 올려 보내자는 것. 영국의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승강제와 유사한 방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위 몇 %를 퇴출시킬지는 관련 당사자들의 중지를 모아야겠지만 지속적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문제가 있는 기업은 반기 단위로 바로 내보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프리보드가 시장이라고 부르기 초라할 만큼 거래량이 적은 데다, 투자자 보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무용론에 맞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2009년 12월 기존의 스타지수와 별도로 코스닥 우량기업들로 구성된 프리미어지수를 개발해 코스닥 시장의 상품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지난 2월 34개 증권사 협조를 얻어 각 증권사가 작성한 상장기업 관련 분석보고서를 게재한 아이코스닥(ikosdaq.krx.co.kr)을 만들어 투자자들이 손쉽게 코스닥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 관계자는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들의 건전성 부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를 강화해 퇴출이 더욱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과 협의를 통해 좀 더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박신화’가 어느덧 옛말이 된 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코스닥.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과 신생기업의 주식 상장이란 본래의 취지를 살려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퇴보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