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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味食生活

천일염으로 미네랄 보충하겠다고?

소금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천일염으로 미네랄 보충하겠다고?

천일염으로 미네랄 보충하겠다고?

천일염을 거두고 있다. 천일염 맛은 제각각이다. 대체로 날씨와 소금 결정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묵혔다고 다 맛있는 것도 아니다.

조선시대, 손자의 배필을 구하는 영조가 가계 좋은 집안의 처자들을 불러모아 문제를 냈다.

“세상에서 제일 깊은 것은 무엇인고?”

별별 답이 나왔다. 한 처자 왈, “사람의 마음이옵니다.”

영조는 이 처자를 1차 통과시켰다. 두 번째 문제.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은 무엇인고?”



모란, 매화 등 별별 답이 나왔다. 1차 통과한 그 처자 왈, “목화이옵니다.”

놀란 영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무엇인고?”

온갖 산해진미가 답으로 나왔다. 2차까지 통과한 그 처자 왈, “소금이옵니다.”

우문현답의 주인공인 그 처자는 바로 간택됐다.

사람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네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매운맛은 촉각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감칠맛을 제5의 맛이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 단맛, 쓴맛, 신맛은 여러 재료에서 그 맛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짠맛은 오직 소금에서만 얻을 수 있는데, 소금은 인간의 생리작용에 꼭 필요한 성분이라 섭취하지 않으면 죽는다. 소금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그 짠맛이 생명의 맛인 까닭이다.

소금은 재료에 양념이 배게 해 맛을 더하는 역할도 한다. 생물의 세포막은 이물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데, 소금이 이 막을 깨뜨려 맛이 들게 도와준다. 김치 담글 때 배추를 먼저 소금에 절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치 때문이다. 소금의 침투력이 다른 조미료보다 훨씬 빠르므로 조리할 때는 맨 나중에 넣어 다른 맛이 모든 재료에 적절히 배도록 해야 한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구울 때 소금을 뿌리거나, 대하를 소금구이 하는 까닭은 단지 짠맛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육류에 소금을 뿌리고 구우면 표면의 단백질이 빨리 응고돼 고기 안의 영양분과 맛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된다.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인 것이다.

요즘 슈퍼마켓에 가보면 별별 소금이 다 있다. 심해소금에서부터 암반염, 죽염, 볶음소금, 나트륨을 대폭 줄인 소금까지. 최근에는 천일염이 소금 시장에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네랄이 많은 건강 소금이라는 것이다. 각종 자료를 보면 미네랄이 많은 것은 맞다. 그런데 미네랄이 좋은 맛을 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그네슘은 쓰며 칼슘이나 칼륨은 텁텁함을 준다. 미네랄이 풍부한 약수를 마셨을 때 좋지 않은 맛이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네랄도 적당하게 들어 있어야 좋은 소금이라 할 수 있다. 또 미네랄이 소금에만 있는 것도 아니니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된다. 천일염으로만 미네랄을 보충하겠다는 생각은 비상식적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무슨 음식이 어디에 좋다”고 하면 거의 맹신적으로 매달린다.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는 것이야 좋은 일이다. 그러나 비과학적이고, 때로는 매우 정치적이며 상업적인 주장에 따라 그 몸에 좋음이 부풀려지는 일이 흔하다. 최근에 불고 있는 ‘천일염 지상주의’도 그런 경우로 보인다. 사실 천일염은 근대의 산물이며, 우리 어른들은 ‘왜염’이라 하며 맛없는 소금 취급했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음식에서 ‘최고’는 없다.



주간동아 2010.07.05 744호 (p86~86)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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