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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뭍에 오른 세월호가 밝힐 진실

인양과 동시에 ‘잠수함 괴담’ 해소…침몰 원인 논란 이젠 끝내야

뭍에 오른 세월호가 밝힐 진실

뭍에 오른 세월호가 밝힐 진실

[해양수산부]

‘2014년 4월 16일 08시 50분경 세월호의 비정상적인 급변침에 의하여 선체가 좌현으로 15~20도가량 급작스럽게 기울기 시작하였다. 고박이 부실하게 된 컨테이너나 일반 화물이 좌현으로 먼저 쏠리면서 횡경사가 계속되었고, 연이어 횡경사가 고박장치의 허용 한계범위를 넘어서면서 고박장치가 파손된 화물이 더욱 쏠리거나 넘어지게 되었다. 차량과 화물의 쏠림이나 전도는 선박의 복원력 한계를 초과하는 횡경사력을 발생시켰고, 점점 더 많은 화물이 좌현으로 이동되거나 전도되었다.’

2014년 12월 해양안전심판원 특별조사부가 펴낸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고 특별조사 보고서’의 사고 원인 부분이다. 세월호 참사를 조사한 검경 합동수사본부 등 수사당국도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관련 재판에서 세월호 침몰 원인을 △무리한 선박 증축과 화물 과적으로 배의 복원성이 나빠진 상태에서 △조타수가 미숙하게 배를 몰았고 △그 영향으로 제대로 묶어두지 않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체가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 충돌 흔적 없는 세월호

뭍에 오른 세월호가 밝힐 진실

3월 30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의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 위에 놓여 있는 세월호(위).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에서 선미 방향타(붉은색 동그라미)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 (왼쪽),
3월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가족회의소 앞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선체조사위원회와 면담을 마친 뒤 미수습자 수색을 먼저 해줄 것을 호소하며 자갈밭에서 절하고 있다.[뉴스1]

그러나 이런 발표에도 지난 3년간 세월호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누리꾼 ‘자로’가 ‘잠수함 충돌에 의한 침몰설’을 주장했다. 당시 자로는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세월호 좌현 밑바닥과 ‘외부 괴물체’의 충돌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레이더 영상에 조류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괴물체가 잡혔다. 이것이 잠수함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의혹은 종합편성채널 JTBC 시사다큐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자로 인터뷰와 김관묵 이화여대 교수의 주장을 빌어 잠수함 충돌설을 보도해 확대 재생산됐다. 국방부가 즉시 “사고 지점인 맹골수도는 유속이 빠른 데다 어선 이동이 잦아 잠수함이 다닐 수 없는 해역”이라고 부인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3월 중순 세월호 인양이 본격화하자 논란의 당사자인 자로는 3월 22일부터 매일 소셜미디어에 ‘세월호를 똑바로 세워 좌현을 보고 싶다’ ‘부디 진실이 떠오르기를’ 등의 글을 올렸다. 그리고 25일 오후 해수면 아래 잠겨 있던 세월호 선체가 물 밖으로 완전히 올라왔다.



3년 만에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 곳곳은 녹이 슨 상태였다. 심해 조류의 공격과 인양 과정에서 발생한 훼손 등으로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 크고 작은 손상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충돌 흔적은 없었다. 현재 세월호는 침몰했을 때 모습 그대로 좌측면을 바닥에 둔 채 인양된 상태다.

이 때문에 선체 상부, 하부, 우측면 등 선명히 드러난 3개 면과 달리 왼쪽은 상대적으로 육안 관찰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선박 전문가들은 “세월호처럼 용적톤수 6800t에 이르는 대형여객선을 침몰시킬 수 있는 수준의 충돌이 발생했다면 선체에 큰 구멍이 뚫렸거나 최소한 깊게 팬 흔적이라도 남아 있어야 한다.

배를 바로 세우지 않았다 해도 잠수함 충돌을 주장할 수준의 흔적이 없는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세월호가 잠수함 등 괴물체와 충돌해 좌초했다거나 어뢰 공격을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한 자로는 3월 30일 “현재 상태에서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근거 없는 의혹을 불식하고 합리적 진실을 찾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3월 21일 제정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특별법) 제25조는 ‘위원회는 (중략) 조사개시일부터 6개월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여야 한다.

다만, 이 기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한 차례만 활동기간을 4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29일 활동을 시작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조사위) 앞에 놓인 시간이 길지 않은 셈이다.

3년간 가족의 유골이라도 찾기를 기대하며 팽목항에 머물러온 미수습자 가족과 ‘사고 원인 규명’을 요구해온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합리적인 조사 활동에 힘을 실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건 미수습자 수색이다. 이와 더불어 세월호가 참사 당시 왜 ‘급선회→전복→침몰’했는지에 대한 정밀조사도 필요하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이 원인을 조타수의 운전 미숙으로 돌렸다.

1심 법원도 ‘조타수가 3등 항해사의 지시에 따라 (세월호) 우현 변침을 시도하던 중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당황하여 임의로 조타기를 우현 측으로 대각도로 돌리는 잘못을 저지르는 바람에 (중략) 선체가 좌현 측으로 급속히 기울어졌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기기 결함 가능성에도 무게를 뒀다. 대법원 역시 이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2015도6809’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세월호의 조타기나 프로펠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고 밝힌 상태다.



좌현 램프 개방, 철근 과적 의혹 등 풀어야

전문가들은 일단 3년 만에 뭍에 올라온 세월호 선미 방향타가 오른쪽으로 꺾여 있는 상태인 데 주목한다. 이는 ‘세월호가 오른쪽으로 급변침하면서 왼쪽 방향으로 기울다 전복됐다는 걸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는 해석이다. 따라서 이를 출발점 삼아 세월호 운항 관련 장치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열린 상태로 확인된 좌현 선미 램프(차량 출입문) 관련 의혹도 조사위가 밝혀야 할 부분이다. 한 선박 전문가는 “만약 세월호가 침몰할 때부터 램프가 열려 있었다면 이곳으로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배가 뒤집혔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사위는 세월호의 과적 관련 의혹도 해소해야 한다. 현재 선체에 남아 있는 화물량을 파악해야 선사 측이 얼마나 과도하게 화물을 실어 선체 침몰을 야기했는지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철근 운반 관련 의혹도 풀릴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침몰 후 일부에서는 세월호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쓸 철근을 과다 적재한 것이 침몰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해왔다. 

광주고등법원은 세월호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2014노490’ 판결문에서 여러 의혹을 제시하며 ‘세월호를 해저에서 인양하여 관련 부품들을 정밀히 조사한다면 사고 원인이나 기계 고장 여부 등이 밝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가 법원의 지적대로 미수습자를 가족 품에 돌려주고 ‘사건의 진실’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간동아 2017.04.05 1082호 (p36~37)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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