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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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힘든 광부들이여, 내게로 오라!

앤서니 곰리 ‘북부의 천사’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입력2009-09-11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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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치고 힘든 광부들이여, 내게로 오라!

    Antony Gormley ‘Angel of the North 1998’

    사실주의 화가 구스타프 쿠르베는 천사를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자 이렇게 딱 잘라 말했습니다.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천사를 그릴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누구도 본 적이 없기에 천사는 늘 상상력의 원동이 될 수 있다”라며 천사를 만든 조각가도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소개했던 작가 앤서니 곰리(Antony Gormley·59)인데요. 런던에서 살아 있는 사람을 조각대 위의 작품으로 세워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입니다. 평소에는 실제 사람을 석고로 떠 작업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그가 천사를 조각했다니 직접 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예술의 도시’로 변신 중인 뉴캐슬게이츠헤드 의회는 도시의 상징이 될 조형물을 앤서니 곰리에게 맡겼습니다.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을 석고로 떠낸 뒤 이를 바탕으로 소형 청동 천사를 완성했고, 모든 인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했습니다. 첨단 시스템에 입력된 이 정보를 통해 그는 실제 작업에 필요한 재료와 공학, 인력 등을 예측할 수 있었죠.

    키가 20m에 이르는 천사를 지탱하기 위해 파고 들어간 땅의 깊이는 천사의 키와 똑같은 20m였습니다. 그 속에 13m×8m에 이르는 받침대를 지지하기 위한 철골을 삽입했고, 그 위로 150t의 콘크리트를 부어 어떤 상황에서도 조각상이 흔들리지 않게 했죠. 인류 최초의 비행기인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호에서 착안한 천사의 날개는 길이가 무려 54m. 작가는 날개를 안쪽으로 3.5도 기울이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천사의 날개가 도시와 사람들을 감싸 안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죠.

    200년 동안 어둠 속에서 일한 광부들을 위한 수호천사이자 1차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동 중인 도시의 목격자, 미래에 대한 희망의 상징으로 폐광에 세워진 천사에게는 ‘북부의 천사’(Angel of the North·1998)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남부보다 경제적, 문화적 열세에 있던 북부의 새로운 자부심이 된 작품은 영국에서 가장 큰 조형물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천사 조각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차라리 폭파시키는 게 나을 도시의 흉물이라는 의견부터 영감 가득한 영국 최고의 조형물이라는 의견까지 작품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달리지만 하루 9만여 명, 1년에 약 3300만명의 방문객을 맞고 있는 천사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조형물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실제로 본 저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고요? “노을 질 무렵 보았던 ‘북부의 천사’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면 10시간의 비행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말로 대신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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