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2

..

살벌한 연인들의 불편한 연애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yongshiny@hotmail.com

    입력2009-04-16 17:5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살벌한 연인들의 불편한 연애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의 뮤지컬 버전 ‘마이 스케어리 걸’.

    또 한 편의 창작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2년의 긴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개막했다. 원작이 된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의 매력이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벌이는 엉뚱하면서도 코믹한 스릴러라는 데 있다면,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 오른 뮤지컬 버전은 기본 스토리 구조를 이어받으면서도 발랄한 음악과 아기자기한 구성을 추가한 것이 특징.

    결혼하는 남자마다 재수 없게도 사건에 휘말려 남편과 주변 인물을 연쇄 살인하게 되는 예측 불허의 여주인공 이미나(방진의 분)는 달콤한 연인과 살벌한 살인자를 동시에 연기하는 중심인물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녀의 정체를 나중에 깨닫지만 사랑을 멈출 수 없는 남자 황대우(신성록/김재범 분)가 있다.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최근 TV와 무대를 바쁘게 오가는 신성록을 ‘김종욱 찾기’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재미가 있다. 연애 경험 한번 없다는 소심한 김재범은 관객으로 하여금 좀더 쉽게 극에 빠져들게 해준다. 미나 역의 방진의도 극단적으로 변하는 두 개의 캐릭터를 노래와 연기로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무대 디자인은 작품의 주제에 걸맞게 음울하고 불길하면서도 고딕풍의 유머가 보이는 문양을 담고 있는데 마치 미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에드워드 고리의 작품에서 공포의 요소를 순화한 느낌이다. 다만 이를 중극장 무대에 적용하다 보니 배우에게 집중돼야 할 시선이 분산돼 다소 버거운 면도 있다. 핵심 소품으로는 김치냉장고가 등장하는데,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을 줬던 소품이지만 무대에서는 오히려 코믹함이 배가된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압축된 대본과 영화보다 빠른 템포의 연출, 그리고 미국인 윌 애런슨이 작곡한 노래뿐 아니라 배경음악까지 모두가 진행과 잘 맞아떨어진다. 작은 무대임에도 여러 상황에서 재치 있는 안무를 보여주는 점도 돋보인다(5월17일까지, 1544-1555).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