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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It-Week | 열여덟 번째 쇼핑

우리 동네 미용실 vs. 청담동 헤어부티크

우리 동네 미용실 vs. 청담동 헤어부티크

저는 강북에서 태어나 살고 있고, 회사도 강북에 있습니다. 하지만 약속이나 일 때문에 강남에 종종 갑니다. 또 강남에서만 파는 뭔가를 사러 남산을 넘고 한강을 건너가기도 하지요(똑같은 이름을 가진 가게라도 강남과 강북에서 구색 맞추는 물건들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때마다 강남과 강북의 차이를 ‘보게’ 됩니다.

물론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떡꼬치를 먹으며 수다 떨고 있는 여성들과 압구정동 갤러리아 앞에서 ‘헤즈볼라’식으로 주먹을 맞대는 젊은 남성들이 가진 생각의 차이를 알지는 못합니다. 또 강북의 한 동네에서 터잡고 사는 식구들과 강남의 버블 지역을 이사 다니는 가족의 저녁시간이 어떻게 다른지도 몰라요. 하지만 한강 남단에 도달하는 순간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그 표피의 차이들이 타일 조각처럼, 레고 블록처럼 하나씩 허공에 붙여지고 쌓이면서 ‘대한민국 소비 1번지’ 강남의 풍경이 만들어집니다.

그중에서도 머리카락 자르고 파마하는 미용실만큼 강북과 강남이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공간도 없을 것 같아요. 양극화, 이런 추상적인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죠. 이름부터 다른걸요. 강북 우리 동네는 ‘미용실’이지만 강남 청담동은 유명 헤어스타일리스트의 이름을 따거나 ‘애비뉴’ ‘파크’ ‘A·B’ 이런 식이고 외관도 부티크인지, 사무실인지, 미술관인지 알 수가 없어요.

청담동은 예약이 필수, 우리 동네 미용실은 아무 때나 가면 됩니다. 문을 열면, 다른 손님의 머리를 만지던 주인 겸 미용사가 ‘코트는 저쪽에…’ 라고 턱짓을 합니다. 청담동에 가면 꽃미남 주차요원이 나오고 입구에 선 직원이 문을 열어주고, 코트를 받아 마호가니 옷장에 걸어줍니다. 우리 동네 미용실에선 사장님이 망토를 씌워주고, 머리를 자르고 감기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면서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어제 못 본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줄거리도 설명해줍니다. 커피는 알아서 종이컵에 ‘믹스’를 타먹으면 되는 거죠. 청담동엔 샴푸와 두피마사지, 절묘한 타이밍에 뿜어나와야 하는 스프레이, 드라이어, 수건 세탁, 바닥 청소를 맡은 직원들이 따로 있고, 별도의 ‘키친’에선 커피나 차를 만들어줍니다. 찻잔은 한국도자기거나 포트메리온 정도 됩니다. 네일 바, 스킨케어 에스테틱, 화장품 숍이 붙어 있어 원스톱 뷰티 쇼핑도 가능하죠.

우리 동네 미용실 vs. 청담동 헤어부티크
벽에 걸린 LCD에선 파리 컬렉션이, 스피커에선 스탠더드 재즈 넘버가 흘러나오는 곳이기도 하죠. ‘선생님’ 왼쪽엔 수습생이 서 있고, 오른쪽엔 스프레이와 머리가림판 등을 든 직원이 서서 헤어스타일리스트의 꿈을 키웁니다. 세 사람의 시선에 손님은 으쓱하거나 몸 둘 바를 모릅니다.



파리의 비달사순 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셨다는 선생님께서는 머리를 한 올씩 자르는 2시간 동안 유학시절 이야기를 하고, 장안의 명문가와 톱스타들의 머리가 다 자기 손안에 있다는 선생님께서는 또 그 훤한 집안 사정을 설명해주시지요.

우리 동네와 청담동의 차이는 요금에도 있습니다. 동네 미용실에선 커트가 5000원인데 앞머리만 자르면 1000원도 받고 때론 그냥 가라고도 하시죠. 청담동 커트비는 6만원을 넘어섰고 부가세 별도입니다. 때론 머릿결이 거칠어서 ‘가위질’이 받지 않는다며 십수만 원을 주고 ‘팩’을 해야 자를 수 있겠다는 선생님도 있어요. 끝으로 주차요원이 2000원을 요구하죠. 우리 동네와 청담동의 가장 큰 차이는 그곳에서 만나는 손님들에게 있는 게 아닐까요.

동네에서 연예인이나 아나운서가 머리에 수건 감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거든요. 또 연예인 사진을 수십 장 들고 와 똑같이 해달라는 남성도 본 적이 없고요. 우리 동네에선 아직도 사자머리를 하는데, 지난해 장미희와 오연수 스타일이 절대 유행하던 청담동에선 올해는 김민희 공효진 등의 자연스런 머리가 ‘트렌드’랍니다. 젊은 남성들은 여전히 ‘빅뱅’ 중 한 명을 지목하고요. 새해맞이로 새로운 헤어스타일보다 더 괜찮은 쇼핑 아이템도 없어요. 동네 미용실이든, 청담동 헤어부티크든 그건 당신의 선택이지만요.



주간동아 2009.01.20 670호 (p69~69)

  • 김민경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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