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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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청개구리 돈 쓰기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1-13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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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말리는 청개구리 돈 쓰기
    만년 과장 이운하 씨. 그는 직접 가계부를 쓸 만큼 돈 계산에 철저하다고 자평한다. 그런 그가 최근 경제위기를 맞아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꼬박꼬박 드리는 용돈도 아쉬운가 보다. 아내에게 말한다. “이제 그만 보내지. 우리도 살기 힘든데….” 아이들 학원비, 문화생활비 같은 것도 만만찮다. “돈을 아껴 써야지, 이렇게 낭비해서 뭐가 남겠느냐”며 첫째도 절약, 둘째도 절약을 강조한다. 이렇게 온 가족을 들들 볶아 모은 돈은 한 달에 50만원 남짓.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렇다고 이 과장이 쩨쩨하다고? 절대 아니다. 강남의 이름난 술집에서 그는 큰손으로 통한다. 하룻밤 술값으로 100만원 쓰는 건 일도 아니다. 술을 워낙 좋아해 일주일에 서너 번은 기본이다. 돈이 다 떨어지면? 친구에게 빌리거나 대출도 불사한다. 온 가족이 허리띠 졸라매고 아낀들 그의 하루 술값도 되지 않는다. 매달 붓던 연금을 빼다가 주식투자도 곧잘 한다. 물론 수익은 온전히 마이너스.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을 보고 있으면 자꾸 이 과장 생각이 난다. ‘효율’에만 올인하다 보니 약자들에게 들어가는 돈을 아까워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은 삭감 규모 1순위를 오르내린다. 노동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의 최저임금 삭감도 강행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엉뚱한 곳에 돈을 흥청망청 써댄다. 부실 금융기업에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수백억, 수천억원이 들어간다. 부동산 거품을 부추기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건설사, 눈먼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공기업들을 위해서는 액수가 얼마든 돈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다. 정작 필요한 곳으로 가기보다 죗값을 치러야 하는 이들에게 들어가는 셈이다. 곶감 빼먹듯 국민연금으로 주식투자를 하면서 수백억원의 손실을 본 것도 이 과장 꼴이다.

    서민들에게는 말한다. “아껴라, 어려울 때일수록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이야 바른말이다. 하지만 과연 누가 공감할 수 있으랴. 괜히 사소한 것에 아끼고 큰 데서 펑펑 쓰다간 명분도 잃고 돈도 잃는다. 소탐대실(小貪大失). 지난해 ‘소(牛)’를 탐하다가 ‘대’를 잃은 일을 벌써 잊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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