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7

2008.12.30

“맛있는 달력으로 ‘다문화 지수’ UP”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8-12-22 1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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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달력으로 ‘다문화 지수’ UP”
    몽골어로 ‘안녕하세요’란 인사말은 무엇일까? 태국음식점의 인기 메뉴 팟타이꿍(새우볶음쌀국수)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는 없을까?

    12월18일 점심시간 즈음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지나던 시민들은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몽골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12개국의 12개 전통음식 요리법과 그 나라 인사말, 주요 명절 등이 담긴 탁상용 ‘맛있는 달력’을 10여 명의 결혼이주 여성이 직접 시민들에게 나눠준 것. 롯데홈쇼핑과 아름다운재단이 다문화 응원 캠페인의 일환으로 주최한 ‘2009 맛있는 달력 배포 행사’에서다.

    행사 현장에서 만난 아름다운재단 한태윤(39) 사회공헌컨설팅팀 간사는 “경기 불황을 감안해 시장이나 할인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 요리들로 꾸몄다”고 말했다. 태국의 팟타이꿍을 비롯해 홍합과 오징어로 요리하는 베트남의 ‘얌플라먹’, 돼지고기 간 것과 카레가 주재료인 인도의 ‘시이쿠카바브’ 등이 달력 한 장마다 각각 먹음직스럽게 소개되고 있다.

    “결혼이주 여성에게 한국어, 한국음식만 가르칠 게 아니에요. 이젠 우리가 더불어 살고 있는 이주 여성들의 고국을 배워야 할 때죠. 가정에서 내년 한 해 이 달력을 가까이에 놓고 지내며 음식도 직접 만들어보고 인사말도 익혔으면 합니다. 가족과 다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더 좋고요.”

    롯데홈쇼핑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아름다운재단과 손잡고 5월부터 한국인의 ‘다문화 지수’를 높이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다문화 가정과 롯데홈쇼핑 임직원 가족 100여 명이 모여 2008 베이징올림픽 응원대회 및 체육행사를 가졌다.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역시 서울광장에서 결혼이주 여성들이 참가한 가운데 다양한 과일로 ‘다문화 화채’를 만들어 시민들과 나눠먹기도 했다.



    이번 달력 배포 행사에서 음식을 소재로 삼은 것은 전통음식이야말로 그 나라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서양에는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알려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속담도 있다.

    한 간사와 이주 여성들은 시민들에게 메밀차, 연꽃녹차도 한 잔씩 대접했다. 추운 날씨와 경기 불황으로 위축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따뜻함을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한 간사는 새해 희망으로 “일반인과 이주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기회가 늘어 우리 사회의 다문화 이해도가 한층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몽골어로 ‘안녕하세요’는 ‘센 베노’고, 팟타이꿍 소스는 새우가루, 진강장, 식초, 흑설탕, 생강즙, 굴소스를 섞어 만든다.

    “행사 소식이 알려지자 지방에서 ‘맛있는 달력’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몇 건 들어왔어요.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에서 적지 않다는 증거 아닐까요? 인사말 익히기부터 시작한다면 누구나 다문화 우등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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