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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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화 살리기 ‘선봉장’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7-12-26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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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신화 살리기 ‘선봉장’
    붓그림과 판화로 서민들의 삶을 화폭에 담아온 중견 화가 김봉준(53) 씨가 한국 최초 신화미술관 ‘오랜미래신화미술관’을 세우고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와 강원도 원주시 후원으로 건립 중인 이 미술관에는 한국 신화의 대표적인 상징그림들이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요즘 신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대부분 이야기(서사구조)에만 관심을 보입니다. 그러나 신화에는 상징그림, 의례, 노래 같은 것들이 다 어우러져 있죠. 특히 저는 화가로서 상징그림에 주목하는데 태양, 땅, 대지 등 이야기로 풀어낼 수 없는 것들을 두꺼비 구렁이 삼족오 등 간단한 상징으로 포착해낸 선조들의 혜안에 탄복하곤 합니다.”

    이 미술관에는 ‘하늘과 땅’ ‘환웅과 단군’ ‘창세 본풀이’, 도깨비·저승·산신 등 관련 그림들이 10여 개 항목으로 나뉘어 이야기와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2008년 봄 문을 열면 신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에 다닐 때 조소과에서 모더니즘 미술을 전공하면서도 민속문화연구회의 풍물과 민중미술에 경도돼 있었습니다. 제 몸 안에 오랫동안 모더니즘과 민중·공동체 의식이 이질적으로 혼재돼 있었는데, 신화를 연구하면서 그것들을 하나로 융화할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10여 년 전부터 신화 연구에 몰두했고, 2007년 초 지인들과 ‘사단법인 오랜미래문화연구회’를 결성했다. 동아시아 문화의 원형과 한국문화 정체성 연구, 한국·동아시아 문화의 신화와 상징 아트 아카이브 구축, 신화미술관 건립 등을 위해서다.



    “미술관은 제가 머물던 화실을 헐어 신축 중입니다. 외장공사는 끝났는데, 예산 부족으로 내부 공사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금 마련을 위해 사이버미술관(cafe.daum.net/sanary)에서 그림을 저렴하게 팔고 있습니다. 서양 신화에 밀려 외면받고 있는 우리 신화의 원형을 되살리는 작업에 많이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김씨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봉원사에서 탱화와 민화를 배웠으며, 1970~80년대 오윤 이철수 등과 함께 민중미술을 주도했다. 연세대 교정에 이한열 추모비를 제작했으며, 여러 권의 판화 달력을 만들기도 했다. 1993년 암에 걸려 도시를 떠나 강원도 원주 문막에서 자연을 벗삼아 미술작업을 했고, 회복된 뒤 2000년부터는 거주지에서 ‘숲과 마을 미술축전’을 열어 지역 미술을 발전시켜 오고 있다. 저서로는 ‘붓으로 그린 산그리메 물소리’ ‘숲에서 찾은 오래된 미래’ 등이 있다. 김씨는 12월14~21일 미술관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원주 원주문예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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