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1

2007.11.20

쇼윈도 속 잉꼬부부 슬픈 허상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입력2007-11-14 16:2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쇼윈도 속 잉꼬부부 슬픈 허상
    연예인 부부의 파경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대중 앞에 낱낱이 공개되고 있는 이들의 ‘속살’은 마치 이혼 법정의 방청석을 보는 듯 생생하게 전해진다.

    연예계의 대표적 잉꼬부부로 알려진 박철-옥소리 부부의 11년 만의 파경, 이영하-선우은숙 부부의 26년 만의 이혼은 약속이나 한 듯 연쇄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들이다 보니 이들의 사생활을 두고 억측도 난무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박철-옥소리 부부의 파경과 이영하-선우은숙 부부의 이혼이 이전 경우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이들이 대중에게 이른바 ‘잉꼬부부’로 평가받았던 대표적인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삐걱거린 여느 이혼 커플과 달리 이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고 모범적인 모습으로 팬들의 눈에 비쳐왔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각자 저간의 사정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그동안 연예인 부부였기에 말할 수 없었던 속사정까지 전부 털어놓았다. 대중이 만들어놓은 잉꼬부부라는 허상 속에서 신음하던 모습도 노출됐다. ‘쇼윈도 커플’이란 신조어는 이들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이다.

    연예인 커플들 대중의 눈 의식해 갈등 없는 척

    이영하-선우은숙 부부는 지난해 결혼 25주년을 맞아 한 여성지를 통해 ‘리마인드 웨딩’을 했을 만큼 변치 않는 사랑을 과시했다. 그렇기에 파경 소식을 접하는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이벤트를 위한 요식행위였음을 이들 자신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선우은숙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리마인드 웨딩은 그냥 그 자체로 촬영에 임했을 뿐 관계개선을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철-옥소리 커플도 마찬가지다. 옥소리는 10월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잉꼬부부’의 허상에 대해 장탄식했다. 옥소리는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서로간에 따뜻한 대화가 없어 늘 똑같은 문제로 충돌했지만, 슬하에 딸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는 양 살아왔다. 그래서 세간에서 ‘잉꼬부부’라는 호칭까지 준 것으로 생각된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살면서 몇 번이고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아 이혼을 요구했다”고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냈다.

    이혼한 한 여성 연예인은 이번 잉꼬커플의 파경 소식을 접하면서 “저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잉꼬부부’라는 대중의 족쇄는 상황이 더 심각해져 곪아 터지기 전에 헤어질 수 있는 기회를 오히려 놓치게 만든다”면서 “일반 부부가 갖고 있는 것 이상의 갈등이 있음에도 연예인이기 때문에 하소연도 못하고 제때 결정 내리지 못하다가 결국 더 아프게 헤어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혼한 한 남자 연예인은 “연예인 부부에게 CF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잉꼬부부로 이미지가 잡히면 기대하지 않았던 수익도 늘어난다. 부부간 갈등의 골이 심해지는데도 잉꼬부부 콘셉트를 요구하는 외부의 요청을 마지못해 따라간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많은 연예인 이혼 커플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자녀 문제다.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들이다 보니 자연히 아이들에게까지 관심이 이어지고, 그 때문에 아이들이 받을 상처는 더욱 커지는 탓이다.

    지금도 ‘잉꼬부부’로 평가받으며 부러움을 사고 있는 다수의 연예인 부부도 이면에는 말 못할 고민이 많다고 연예 관계자들은 전했다. 연예인도 여느 부부처럼 결혼이라는 현실에서 여러 일들에 부딪히며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위기를 슬기롭고 현명하게 극복한다면 대중에게는 귀감이 될 것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연예인들에게 일반인보다 서로 더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바람일까. 이혼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처를 입더라도 대중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상처를 치유하고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