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2

2017.01.18

사회

‘소라넷’ 폐쇄하니 변종이 창궐

불법음란물 DB 2배 증가…일반인 성관계 동영상도 마구잡이 유포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1-13 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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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음란물의 온라인 유통 장소로 유명하던 ‘소라넷’이 지난해 4월 경찰 단속으로 폐쇄됐지만 유사 사이트가 대거 등장하면서 불법음란물 유통량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소라넷 단속 이후 불법음란물 유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미성년자조차 별도 성인인증 절차 없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법의 맹점을 파고든 불법유통업자의 교묘한 수법 탓에 단속과 처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음란물 제조·유통 관련 범죄의 검거 실적은 3076건(월평균 307.6건)이었다. 2015년 월평균 289.6건과 비교해 20건 가까이 늘어났다. ‘음란물의 제국’ 소라넷만 잡으면 불법음란물의 확산이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던 경찰 측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개인 성관계 동영상에 상금 걸어

    실제 지난해 11월 16일 유해정보차단 서비스업체 수산아이앤티(INT)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1~10월 축적된 음란·도박 유해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DB)는 290만 개에 달했다. 이는 2015년 같은 기간의 130만 건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이 중 90%(260만 건)가 음란 DB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라넷을 대신하는 음란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단속은 여전히 어렵다. 이들이 딥웹(Deep Web)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딥웹이란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 페이지로, 음란사이트 대부분이 이를 활용해 경찰 단속을 피하고 있는 것. 일단 검색되지 않으니 찾기 어렵고, 어렵게 사이트를 찾아도 운영진이 수사망을 피해 사이트 주소를 곧바로 바꿔버린다. 바뀐 주소는 사이트 운영진의 SNS 계정으로 금세 회원들에게 전파된다. 따라서 음란사이트 운영진이 주소를 자주 바꿔도 회원 수가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서울 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노출 수위가 높은 불법 음란사이트를 며칠간 모니터링하다 보면 잠깐 사이 사이트 주소를 바꿔버려 단속이 어렵다”고 밝혔다. 불법 음란사이트 중에는 경찰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단속요원을 걸러내고자 사이트에 처음으로 방문한 사람은 접근할 수 없도록 회원 등급제를 도입한 곳도 있다.

    불법 음란사이트를 통해 음란물 유통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해당 사이트에서 포르노 배우가 아닌 일반인의 성행위를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유통된다는 것도 문제다. 불법 음란사이트는 대부분 회원 각자가 게시판에 자신이나 타인의 성관계 모습을 촬영한 사진 또는 동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르면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성행위 모습을 촬영해 이를 유포하면 5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심지어 일부 불법 음란사이트는 개인이 찍은 성관계 사진이나 동영상을 모으려고 상금을 걸기도 한다. 하루 방문자만 30만 명에 달하는 A사이트는 회원들이 한 달 동안 자체 제작해 게시판에 올린 성관계 사진과 동영상 중 회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추천받은 게시물을 뽑아 총상금 500만 원을 수여하는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현금이 오갈 경우 수사당국에 걸릴 것을 우려해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으로 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 성행위 동영상의 유출 피해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방심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까지 개인의 성행위 동영상 삭제 및 접속 차단 요구 건수는 7325건으로 2015년(3636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불법 음란사이트 운영진은 단속을 피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 경찰 수사만으로는 인격 살인에 해당하는 개인 성행위 동영상의 유통을 근절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민 신고 등 사회 전반의 감시망을 강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NS를 통해서도 음란물이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포털사이트 야후가 운영하는 SNS ‘텀블러(Tumblr)’다.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텀블러는 일반 SNS와 유사하게 자신의 블로그에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올려 온라인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



    SNS 음란물은 청소년도 쉽게 볼 수 있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지난해 5월 11일~ 6월 1일 3주간 집중 모니터링해 적발한 온라인 음란물 5만6570건 가운데 2만8567건(약 51%)이 텀블러를 통해 유통된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6억 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인스타그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노출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는 ‘일탈족’이 기승을 부린다.

    인스타그램에는 검색 금칙어가 있어 음란물 관련 키워드를 검색할 수 없지만 일탈족은 이 규제를 교묘히 피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게시물을 검색하려면 단어 앞에 ‘#’을 붙인 ‘해시태그’를 이용해야 한다. 그럼 검색한 키워드와 관련된 게시물이 죽 뜬다. 일탈족은 스마트폰으로 입력하기 어려운 특수문자나 상형문자로 해시태그를 만들어 공유하는데, 이를 ‘일탈코드’라고 부른다. 이 일탈코드만 알면 인스타그램 검색을 통해 일탈족이 올린 음란물들을 볼 수 있다.

    개인 SNS라 해도 온라인 공간에 음란물을 올리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의 7에 따르면 음란물을 온라인에 배포·게시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SNS에 공유된 이런 불법음란물이 미성년자에게 아무런 차단막 없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 실제 텀블러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는 대부분 누구나 성인인증 절차 없이 검색만으로도 쉽게 음란물을 볼 수 있다.

    SNS 운영사도 불법음란물의 배포를 막으려고 제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국내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담당 직원들이 매일같이 불법음란 게시물을 찾아 회사에 알리면 음란물을 올린 계정과 관련 해시태그를 차단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탈족이 해시태그를 어떻게 바꿀지 예측할 수 없어 사후 조치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뾰족한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한 관계자는 “SNS를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 해외 업체이다 보니 국내법을 근거로 음란물 삭제를 요구하거나 운영 기준을 바꾸라고 강제하기 어렵다. 그래서 모니터링을 통해 음란물 업로드 계정 사용자를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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