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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폭풍전야 미·중 무역전쟁

美·中 갈등, 즐거운 북한

분노한 中, 공식적으론 대북제재 뒤론 거래 폭주…실제 제재 이후 北의 對中 수출 급증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美·中 갈등, 즐거운 북한

美·中 갈등, 즐거운 북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에게는 크게 즐거워할 일이다(왼쪽)[노동신문]. 북한 공산품이 수입되는 중국 산둥성 르자오항. 시진핑의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북한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는 척하면서 비공식적인 거래는 폭주하고 있다. [동아일보]

2017년 1월 20일 출범을 앞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시진핑의 중국과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충돌을 피하려 애써온 오바마 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결코 물러서지 않을 ‘핵심이익’인 대만 문제까지 직접 거론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또 중국 등에 대항하는 무역정책을 총괄할 국가무역위원회(NTC)를 백악관에 신설하고 초대 위원장에 초강경 중국 비판론자인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를 내정하는가 하면, 상무장관에는 철저한 보호무역주의자인 억만장자 윌버 로스를 내정하면서 중국과 경제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의 예상 밖 행보에 깜짝 놀란 중국은 이에 질세라 미국 국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복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 정부가 거칠게 대결하면 할수록 미·중 사이에 낀 한반도 정세는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미·중 양 강대국과 더욱 힘겨운 줄다리기 외교를 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비수기에도 나선특구는 주문 폭주

반면 북한은 현 국면을 대북제재라는 위기 속에 다가온 호재로 여기고 적극 활용할 개연성이 크다. 분노한 중국은 당장 북한과 손잡고 미국을 괴롭히고 있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웃으며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추구할 공산이 크다. 물론 전혀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지만, 트럼프의 승부사 기질이 김정은과 맞아떨어지면서 우리와 중국을 배제한 채 북·미 간 빅딜 협상을 벌이고 성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와 관련해 중국은 일단 안보리의 새 제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6년 12월 11일부터 20여 일간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지하기로 한 지 13일 만에 다른 북한산 광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 추가로 대북제재 결의 이행 의사를 밝혔다. 12월 23일 중국 상무부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시행을 위해 24일부터 북한산 구리, 니켈, 은, 아연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고지했다. 이들 광물에 대해서는 수입금지 기한도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다. 중국은 또 북측이 제작한 조각상의 수입과 헬기 및 선박의 대북 수출도 금지했다.  



사실 이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은 ‘공식 제재’에는 적극 참여할 것이다. 문제는 북·중 양국 간 거래는 ‘비공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최소한 임가공산업 분야에서는 북한의 4차와 5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주간동아’ 지면을 통해 수차례 전한 바 있다.

중국 대북사업가 A씨는 이와 관련한 현실을 추가로 전해왔다. 통상 의류 임가공산업 분야는 12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4개월 정도 비수기에 해당한다. 겨울옷 주문은 이미 다 끝난 상황이고, 여름옷 주문은 3월 이후에나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민족대이동을 하는 춘절(春節·설) 연휴가 2월에 있는데 이때가 되면 제조업 공장은 길게는 한 달까지 문을 닫고 쉰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A씨는 미국 유명 기업으로부터 낭보를 접했다. 대량 의류생산 주문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주문 요청을 하려고 백방으로 뛰었지만 중국이나 북한 양쪽 모두에서 생산하겠다는 공장을 찾을 수 없었다. 중국은 비수기 때문이고, 북한은 전혀 다른 이유에서였다. A씨는 나선경제특구지역을 집중적으로 알아봤으나 특구 내 모든 의류공장이 이미 3월까지 생산 일정이 꽉 잡혀 있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문량이 너무 많이 몰려 중간에 주문을 끼워 넣을 틈조차 없었다. A씨는 “대북제재 기간에 오히려 주문이 더 많이 몰리는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필자는 ‘주간동아’ 1069호에서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 일시 중단 결정을 내리기 직전인 2016년 12월 초순 북측 인사들이 무산광산의 석탄을 급매 처분하는가 하면 단둥에서는 청진산 도루묵을 중국산으로 속여 싸게 팔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이를 뒷받침하는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한국무역협회(무협) 중국 베이징(北京)지부는 “11월 북한의 대(對)중국 수출은 2억5600만 달러(약 308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4.1% 늘었고 이 가운데 석탄 등 제재 품목의 수출은  1억4668만 달러(약 1770억 원)로 전년보다 99.6%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北, “제재하거나 말거나 내 갈 길 간다”

유엔 안보리가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결의할 조짐을 보이자 북한이 11월 내내 관련 품목의 수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무협 측은 분석했다. 석탄은 11월 한 달 동안 전년보다 112.1%, 철광석은 45.1%, 철은 96.9% 각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또 대북제재 속에서도 중국에 석탄을 꾸준히 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북한의 대중국 석탄 수출액은 10억895만 달러(약 1조2000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 아울러 북한산 조개를 중국산으로 둔갑시켜 국내에 유통한 업체가 우리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대구세관본부는 강원도 한 수산물수입업체와 대표 B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B씨는 2012년 6월부터 2014년 7월까지 2년 넘게 북한 동해산 조개 165t을 중국산으로 속여 중국 지린성 훈춘시를 거쳐 인천항으로 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2016년 12월 23일 평양체육관에서 제1차 전국 노동당(전당) 초급당위원장 대회를 개최했다. 노동당 초급당위원회는 당원 31명 이상의 단위에 조직되는데, 초급당위원장 대회가 전국 규모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회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 비상이 높아지는 데 겁을 먹은 제국주의 반동세력들이 유엔 ‘제재 결의’를 조작해내고 ‘단독 제재’까지 떠벌이며 발악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승리에 대한 가장 명백한 증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늘의 국제정세 상황은 조선노동당이 택한 병진사상과 노선이 얼마나 정당하고 정확하였는가를 더욱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16년 9월 처음으로 강원 원산에서 개최했던 국제 에어쇼를 1년 뒤인 2017년 9월 다시 개최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원산국제친선항공축전 2017’ 행사 영문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 특별하고 성대한 행사가 아름다운 해안도시 원산에서 개최된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은 귀빈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1차 행사 당시 에어쇼에 등장한 경비행기 등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 대상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와중에 2차 행사 계획을 발표한 것은 제재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목적을 내포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한편 탈북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2016년 12월 27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 가운데 북·중 관계를 언급한 부분이 주목된다. 북한을 움직이려면 결국 중국을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준 대목이었다.

“북한은 중국의 약점을 알고 있고 중국 앞에서 배짱을 부려도 중국이 어떻게 못 할 것을 알고 있다.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생각한다. 북한이 어떤 일을 해도 중국은 버퍼 존(buffer zone)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중국이 결심만 하면 북한 정권을 끝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주간동아 2017.01.04 1070호 (p54~55)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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